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아마코드’

2006-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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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고향추억 가득한 환상의 귀거래사

환상과 상상과 현실이 뒤엉켜 카니벌처럼 화려하게 묘사되는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추억이 가득한 귀거래사다. 1973년작으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는데 사실보다 상상의 힘을 더 믿는 펠리니의 무궁무진한 환상 쇼라고 하겠다. 때로 성적 유머가 저속할 정도로 노골적이긴 하지만 펠리니가 자기가 떠나 온 고향 리미니에 바치는 이 헌사는 한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명화다.
제목은 리미니의 방언으로 ‘나는 기억한다’라는 말로 이 영화는 펠리니의 고향에 대한 애증이 섞인 회상으로 그의 영화 중 가장 개인적인 것이다.
파시스트시대 작은 해안 마을을 무대로 거기에 사는 소시민들과 그들의 일상을 서커스식으로 묘사했는데 컬러촬영과 니노 로타의 향수감 가득한 음악도 일품이다.
봄에서 봄으로 계절변화의 리듬을 타고 서술되는데 동네의 의식과 잔치, 정치집회, 틴에이저의 육적 욕망 및 남자들의 환상 등이 알록달록하게 그려졌다. 꿈과 환상과 상상이 현실과 윤무를 추며 보는 사람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놓는 걸작이다.
주인공은 일 안하고 부모 덕을 보며 사는 다 큰 틴에이저 티타. 이 티타는 펠리니인데 펠리는 티타의 성장의식을 주위 사람들과 연관시켜 야단스럽고 우습고 또 비감을 섞어 그리면서 자신의 청춘을 풍자하고 있다. 리미니는 가십과 풍문과 신화에 의해 지배되는 도시. 그래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상상 속 인물이 되어 봐야 영화의 감정에 휩쓸려 들어갈 수가 있다.
고백성사, 자위행위, 호텔의 정사, 집채만한 담배장사 여인의 임금님 무덤 만한 젖가슴, 동네를 방문한 할렘, 광인과 난쟁이 수녀 그리고 밤에 휘황찬란한 전구를 잔뜩 달고 마을 앞 바다를 지나가는 호화 여객선 ‘렉스’ 등 수많은 이미지들은 채 다 흡수 못할 정도로 재미있고 화려하다.
영화는 동네 미녀 미용사 그라디스카가 봄을 맞이하는 모닥불을 피우는 것으로 시작해 1년 뒤 그녀가 결혼하면서 자기를 흠모하는 동네 소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눈물이 찔끔 난다. 새 DVD 출시. Criterion. 4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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