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인들에게 가는 교회

2006-10-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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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를 졸업은 하셨나요?” “아뇨.”
“요즘 교회는 어딜?”
“부모님 모시고 양로원에서 예배보고 있습니다.”
“그래두 교횔 어디 나가셔야지.” “양로원이 저희 교횝니다.”
“그래두…”
예전에 같은 교회 나가던 이와 얼마 전 한국식당에서 만나 나눈 대화이다. 그 교회 교인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두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는 “신학교를 졸업했냐”고 묻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는 낮에는 직장생활을 계속하며 야간에 신학교를 다녔었는데 저녁시간에 들을 과목이 더 이상 없어서 부득이 중단했다고 설명을 했었으나 요즘에는 꼭 설명을 들으려고 묻는 것 같지 않아 그냥 “아뇨” 하고 대답한다. 졸업을 했다고 나를 목사로 청빙할 것도 아니니까.
또 “요즘엔 어느 교회를 다니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내가 개척교회를 돕는다던지 부모님과 같이 예배를 드린다고 하면 그것은 교회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려 하고 교회를 빨리 정해 다닐 것을 권한다. 그만큼 교회와 교회생활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비단 이이들만은 아닐 것이다.
몇 달 전 아직 개척교회를 인도하던 때 예배 장소를 알아보려고 집에서 가까운 라즈웰 제일 장로교회에 가서 예배를 본 적이 있었다. 잘사는 동네에 잘사는 교회이다. 본당 아래 교회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예수님 얼굴에 크레용 칠한다고 분주하고 본당에는 높은 천장에 양옆으로 우람한 기둥들이 잘 차려입고 질서 정연히 앉은 선남선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름다운 성가대의 찬양은 세상에서 찌든 마음의 먹물을 깨끗이 씻어주고 목사님은 맑은 음성으로 선남선녀들이 좋은 마음으로 교회를 나설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한다. 요즘 큰 교회의 미국인 목사들은 영화배우와 같이 잘 생기고 목소리도 맑고 크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배를 본지 꽤 오래된 느낌이다.
대부분의 교인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예배를 보기를 원할 것이다. 이런 예배가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교인들이 교회에서 천상의 경험을 하고 세상에 나가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실천한다고 하면 그것이 그리스도를 기쁘시게 하는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교회생활을 잘 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자기와 똑같이 교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쉽사리 멸시와 정죄를 하려는 이들도 있다. 일요일 아침 때빼고 광내고 교회에 가는 것은 좋으나 그러고 오지 않은 사람들을 경멸한다. 자기교회보다 교인수가 적은 교회는 얕잡아보고 가정교회는 아예 교회 취급을 하지 않는다. 신약성경에 언급되는 교회들이 근본적으로 다 가정교회였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듯하다.
남의 신앙을 멸시하진 않는다 해도 멋진 그럴듯한 교회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런 교회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을 쉽사리 잊게 된다.
신학교를 다니며 나름대로 자신의 신학을 정립해 말씀을 전달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격증을 수여하고 교회에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갖는 이점은 그런 분들에게 교회를 가져가는 것이다.
일년 가까이 인도하던 개척교회를 한 목사에게 얼마 전에 인계했었다. 그리고는 곧 두 양로원에 따로 계시던 부모님을 한 곳으로 모실 수 있게 되어 그곳을 주일마다 교회로 삼고 있는 중이다. 시집간 후 교회를 점차 멀리했던 여동생도 같이 와서 참여하게 되어 나와 집사람은 그동안 교회를 등진 여동생 때문에 찜찜했던 마음이 가볍게 되었다. 가끔 매제와 조카들과 한국 등에서 방문한 친척 친지들이 자리를 빛내줄 때도 있다.
세상에는 교인들이 가는 교회가 있어야 하는 만치 교인들에게 가는 교회도 있어야 한다. 하여간 부모님과 여동생, 집사람, 네 교인의 예배를 인도하는 것은 나에게는 사만명의 선남선녀들의 예배를 인도하는 것보다 귀중한 특권이다.

김 영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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