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한채 구입 벅차면 두채를?”

2006-09-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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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패밀리 하우스

‘내 집도 마련하고 페이먼트도 해결’
가주 부동산 시장이 ‘거품론’ ‘이자율 상승’ 등의 우려에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인들은 많다. 그래도 미국에서 사 놓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인 중 최소한 3분의1 이상은 자신의 거주용 주택보다는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한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왕 살 것이면 단독 주택보다는 두 채, 세 채를 한꺼번에 구입하거나 나눠서 임대를 할 수 있는 대형 하우스나 소형 아파트를 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멀티플 유닛 하우스 구입 현상을 진단한다.


임대료 수입 소득 간주
모기지 융자 받기 수월
첫 주택 구입자들도
월 페이먼트 부담 덜어


집은 사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 이럴 때 한 채가 어려우면 두 채, 세 채를 사면 된다. 실제로 많은 주택 바이어들이 이 방식으로 집을 마련하고 있다. 싱글 하우스를 사는 대신 멀티 유닛 하우스를 사서 한 채는 본인이 살고 다른 유닛들은 세를 줘서 그 수입으로 타산을 맞춘다. 주인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렌트 수입만으로 모기지 페이먼트가 된다.
멀티플 유닛 부동산이라면 싱글 하우스보다 값이 훨씬 더 나가지만 유닛이 많다고 가격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단독 주택이 30만달러라면 듀플렉스(2가구 주택)는 60만달러 이하, 트리플렉스(3가구 주택)는 90만달러보다 훨씬 낮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세를 준 유닛에서 나오는 렌트를 주인의 소득으로 쳐주기 때문에 싱글 하우스를 살 때 보다 훨씬 많은 모기지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남가주에서 싱글 하우스는 요즘 집값이 보통 60만∼100만달러여서 사기가 어렵지만 그보다 덩치가 크고 가격도 비싼 멀티플 패밀리 하우스는 매입할 수 있다는 말이 이래서 성립한다. 다세대 주택 시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뜨는 분야다.
연방 주택공사 패니매에 따르면 2~4가구의 다세대 주택에 대한 모기지 융자는 최근 2년간 세배나 늘었다. 이런 추세는 LA를 비롯한 대다수 지역도 마찬가지다.
다세대 패밀리 하우스 매입이 붐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많다.
주된 요인은 매입 능력 때문이다. 다세대 주택이 더 사기가 쉽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두 채가 한 채보다 가격이 낮다.
예를 들어 5채 중 한 채가 다세대(2~4가구) 주택의 경우를 살펴보자. 소득이 지역 중간평균인 사람이라면 사실상 단독주택을 살 수가 없다. 소득 자격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듀플렉스라면 융자받을 자격이 생긴다.
즉 연간소득이 5만7,000달러인 바이어라면 16만6,000달러 정도밖에 융자받을 수 없다. 그러나 듀플렉스라면 렌트 수입의 75%를 주인의 소득으로 간주해 주기 때문에 10만달러 이상을 더 융자받을 수 있게 돼 매입이 가능해진다.
첫 주택 매입자 중 멀티 유닛을 구입하는 것이 증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의 다수는 이민자들인데 많은 경우 대가족이어서 다세대 주택이 이들의 기호에 딱 들어맞는다.
가주부동산협회의는 “최근의 멀티 패밀리 하우스 마켓은 계속 늘어나는 이민자 가정의 수요에 의해 상승세가 확실하게 뒷받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조사기관인 데이터퀵의 한 관계자도 “이민자들의 수요 외에도 일반 투자자들의 여유 자금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세대 주택을 찾는 동기야 어떻든 간에 다세대 주택에 대한 융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조건이 좋다.
단순 매입의 경우는 당연하고 지붕, 부엌, 전기 배선 등을 전면적으로 개수하는 경우에도 융자가 이뤄진다. 소득이 낮은 바이어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모기지 융자도 많다.
더욱이 주인이 다세대 주택내 한 가구에 살면 융자는 더 저렴하고 쉽게 이뤄진다. 주인이 거주하는 경우에는 5%만 다운하면 융자가 나온다. 낙후지역에 있는 다세대 주택을 사는 경우에는 3%만 다운을 해도 된다.
융자 심사도 신축적으로 이뤄진다. 예상되는 렌트 수입의 65~75%를 소득으로 간주해 준다. 패니매처럼 렌트를 융자 신청자의 소득에 가산시키는 경우가 있고 원금 이자 세금 보험 등 다세대 주택에 대한 전체 페이먼트에서 렌트 수입을 빼서 살 사람의 매입 능력을 심사하는 기관도 있다. 어떤 경우에든 렌트 수입 1달러당 75센트가 융자심사 때 반영되는 최대 액수이다. 멀티 패밀리 하우스 투자는 주택 마련의 지름길이고 한편으로는 투자자로서의 안목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조환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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