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를 버려야 참된 목숨”

2006-09-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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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려야 참된 목숨”

남가주 사제협의회 소속 신부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나를 버려야 참된 목숨”

특별강론을 맡은 이병호 주교.

‘남가주 한국 순교자 현양대회’ 19개 성당 3,000명 참석

이병호 주교 특별강론
“배우자는 서로를 위해야”
견고한 가정 회복 강조
성극 공연에 뜨거운 갈채

“죽어야 산다.”
24일 LA대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제1회 남가주 한국 순교자 현양대회에서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전주교구장·이주사목위원장)는 특별강론을 통해 목숨을 지금 시점에 맞게 해석했다.
‘순교로 지킨 신앙 선교로 꽃 피우자’를 주제로 남가주 19개 성당이 연합해 주최한 이번 대회는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인 윤지충을 비롯해 103위 성인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이 주교는 “조선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진 초기에 1만이 넘는 많은 조상들이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그러나 종교 전체로 보면 20세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순교했을 정도로 전도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육체의 목숨을 버리고 인간으로서 참된 목숨을 지키라는 뜻이었다”며 “제대로 된 인간의 길을 걷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인데, 세상의 주된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살아야 믿음의 조상들이 흘린 피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는 성서 말씀도 전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은 자기 몸을 버려서 이 세상의 죄를 물리치고, 진정한 사랑을 이루었다고 설파했다.
이 주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견고한 가정이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서에서 ‘하느님이 이혼하는 것을 미워한다’고 가르친 것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배우자를 통해 섬김을 받겠다고 결혼하면 결국 망한다. 나를 버리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면 공허감만 쌓이게 된다. 서로를 위하는 단계로 빨리 옮겨야 제대로 된 결혼생활이 된다. 사랑해야만 행복해지지, 물질이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이 주교는 ‘주님의 말씀은 내 발의 등불이요, 내 길의 빛입니다’는 시편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분명히 잡고 살아야 할 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뿐”이라며 “우리 삶이 떠다니지 않게 하는 진리를 잠시라도 잊지 말고 살자”고 설교했다.
이날 현양대회는 특별강론 이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특히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선보인 성극 ‘길’은 신자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이 성극은 조선 천주교 사상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일대기로, 온갖 박해를 피해가며 삼천리 조선을 두루 다니며 성사를 집전한 최 신부의 삶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오후 3시 풍물패의 야외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현양대회에 참석한 한인 신자 3,000여명은 6시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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