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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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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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느와르’(Zen Noir) ★★

제목이 말하듯이 절간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의 이야기로 선과 느와르를 짬뽕한 코미디다.
한 사찰에서 승려가 좌선을 하다 갑자기 쓰러져 죽으면서 형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러 온다. 그런데 이 형사는 자기 아내의 죽음 때문에 슬픔에 빠진 남자인데 일반적인 논리로 사건을 수사하나 현장이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 영혼과 직관의 선의 세계에서 수사에 애를 먹는다.
절에는 오렌지를 가지고 설법하는 주지 스님과 예쁜 여승 그리고 비밀이 있는 승려들이 있는데 형사가 이들을 모두 심문하나 하나 같이 동문서답.
그리고 형사는 이 과정에서 점차 승려들의 선의 세계로 빨려들면서 여승과 섹스까지 나눈 뒤 각성한다. 성인용.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등.


‘펄프 픽션’(Pulp Fiction)


쿠웬틴 타란티노(이 영화로 오스카 각본상)의 독창적이요 기발하게 재미있고 또 폭력적이요 우스운 액션 스릴러로 이 영화가 빅히트를 하면서 이어 아류들이 지금까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야기의 순서가 뒤죽박죽인데도 그것들이 진행되면서 질서 정연하게 모양을 갖춘다. 한물 간 존 트라볼타를 재생시켜 준 영화이기도 하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 사이의 명예에 관한 대담무쌍하고 용기 있는 관찰로 이야기 진행방식이 매우 파격적이다. 트라볼타와 새뮤얼 L. 잭슨이 서로 철학을 논하는 킬러로 나오고 브루스 윌리스가 부정한 권투선수로 나와 좋은 연기를 한다. 우만 서만, 하비 카이텔, 크리스토퍼 월큰, 팀 로스, 아만다 플러머, 빙 레임스, 로잰나 아켓 공연. 154분. 1994년작.


‘진짜 로맨스’(True Romance)

1993년작으로 타란티노가 각본을 썼다. 악인들에게 쫓기는 두 젊은 연인들(크리스천 슬레이터와 패트리샤 아켓)의 이야기. 24~25일. 뉴베벌리 시네마(323-938-4038) 동시 상영.


‘400번의 구타’(400 Blows·1959)

프랑스 감독 프랑솨 트뤼포의 자전적 이야기로 자신의 분신 같은 배우 장-피에르 레오가 나온다. 트뤼포는 레오를 써 다섯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시간과 함께 레오가 성장하면서 트뤼포의 이야기도 실제 시간을 따라가고 있다.
주인공 앙트완 돠넬은 부모의 사랑 없이 자라나는 고독하고 따분한 파리의 소년. 앙트완은 학교를 빼 먹고 좀 도둑질을 하다가 급기야 소년원에까지 가게 된다.
사춘기 소년의 고독한 성장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뛰어난 작품으로 흑백. 이 영화에 이어 앙트완 돠넬 시리즈는 ‘앙트완과 콜렛’으로 계속된다. 아이들에게 보여주시도록.


‘잔돈’(Small Change·1976)

프랑스 남부의 한 작은 마을에서 비배우들인 아이들을 동원해 찍은 코미디 드라마로 아이들의 세상이 잘 묘사됐다. 24일 하오 6시30분 에어로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동시 상영.



‘알 프랑켄: 신은 말했다’(Al Franken: God Spoke) ★★★

스케치 코미디 연기자에서 급진 진보파로 변신한 라디오 토크쇼 사회자이자 저자인 알 프랑켄의 활동을 1년간 추적한 기록영화. 민주당원과 진보파들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프랑켄이 자신의 저서 ‘거짓말들 그리고 그것들을 말하는 거짓말하는 거짓말쟁이’들을 위한 선전활동과 함께 그와 다른 진보파들이 새로 만든 라디오 네트웍 에어 아메리카의 순탄치 않은 창설 과정 그리고 2004년도 대통령선거에서 토크쇼 호스트로 민주당의 케리를 지원하는 활동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독설가요 만담가이자 해설가인 그의 위트와 풍자와 분노를 상세히 기록하면서 아울러 프랑켄과 보수파들인 앤 컬터 및 마이클 메드베드 등과의 설전 모습도 볼 수 있다. 민주당 패배에 좌절감을 느낀 프랑켄은 2008년도에 미네소타주에서 출마할 계획이다. 선셋 5, 플레이하우스7.


‘카트를 미는 남자’(Man Push Cart) ★★★

아침 출근자들에게 커피와 도너츠를 팔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 카트를 몰고 목적지까지 가 생업을 이어가는 한 이민자 남자의 일상을 장식 없이 그린 인디 작품.
파키스탄인 아마드(아마드 라즈비-그는 실제로 벤더상이었다)는 매일 같이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 카트를 밀고 끌며 맨해턴의 자신의 지정 장소에 나간다. 커피와 도너츠와 베이글을 파는데 그의 1년 365일 똑같은 삶에서 무기력감과 고독과 슬픔이 새어 나온다.
아마드는 고국서 히트 CD를 냈던 사람이나 지금은 혼자 산다. 아내는 죽고 아들은 처가에 맡겼고 돈에 늘 쪼들리는 그의 희망 없는 삶의 편린이 단순하고 감정적으로 묘사된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수면의 과학’(The Science of Sleep)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 만족적이요 자기 희롱하듯이 상상력과 독창성을 구사하는 프랑스 감독 미셸 공드리의 또 하나의 장난치는 듯한 변덕스런 영화다. 어른이 못된 청년이 이웃 집 여자와 관계를 맺으려고 서툰 시도를 하는 내용의 영화로 애니메이션 등 시각적 효과를 마음껏 살린 작품이다.
상상 속에 사는 성숙하지 못한 그래픽 아티스트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오래간만에 멕시코에서 어머니가 사는 파리로 돌아온다. 어머니가 마련해준 타이프 세팅이라는 따분한 직업을 맡게 된 스테판은 마침 옆집으로 이사온 스테파니(샬롯 갱스부르)와 그녀의 예쁜 친구 조에에게 눈을 돌린다.
스테판은 조에가 마음에 있지만 그녀가 파티 걸이어서 사귈 엄두도 못 내고 대신 자기처럼 수줍음 많고 성숙치 못한 스테파니와 유사 로맨스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녀를 자기의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R. 선셋5(323-848-3500), 뉴윌셔(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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