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불 속에서 성장하여

2006-09-22 (금)
크게 작게
미국 곳곳의 유적지나 박물관에 가면 ‘설명을 곁들인 안내’(guided tour)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가 무료이고 또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그 지불한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안내 프로그램은 그 방문지에 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되어 훨씬 유익한 시간을 갖게 만듭니다. 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 중에 한 가지 아주 유익했던 시간을 소개합니다.
지난 여름 세코이아 국립공원에 갔었습니다. 세코이아 나무들을 쳐다볼 때 마치 거인나라에 와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가졌습니다. 나무가 이렇게도 크게 자랄 수 있을까?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숲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나무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였습니다. 그 곳에 가면 안내소마다 공원관리인(park ranger)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세코이야 나무들이 있는 산책로(trail)를 2시간 정도 공원관리인과 함께 걸으면서 세코이야 나무(Giant Sequoias)에 관해 자세히 현장에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나무들의 이야기’(Tree Talk)라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세코이야 나무가 더욱 사랑스러워 졌습니다. 1,500년을 넘어 자라는 나무, 85미터의 키에, 밑둥의 둘레만도 31미터가 넘는 이해가 안되게 커다란 나무. 그러나,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세코이야는 일생동안 100번 정도의 산불을 통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맹렬합니다. 수많은 나무들과 재산피해를 냅니다. 그러나 이 산불이 세코이야 나무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코이야 나무들 중에서 산불의 상처가 나무에 현저하게 보이는 것들이 정말 꽤 있었습니다. 어떤 세코이야 나무는 밑둥이 많이 불에 타서 나무 처음부분이 반가량 비어버린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하게 자라서 하늘을 찌르고 서있었습니다.
안내원의 설명은 세코이야 나무는 겉껍질의 두께가 약 2피트(60센티) 가량이나 되고 또 그 안에 공기가 많이 들어있는 여러 층으로 되어있다는 겁니다. 또 그 안쪽으로는 물기가 많이 있어 불이 붙어도 잘 타오르지 않고 오히려 불이 꺼진다는 겁니다. 그 불 덕분에 세코이야 씨가 땅에 많이 떨어지고, 낙엽이 타서 없어져서 새로운 세코이야 나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햇볕이 많이 필요한데 산불로 인해 적당히 하늘이 열려 세코이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세코이야 나무는 저에게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사에도 불이 있습니다. 가정에서, 저희가 속한 작은 커뮤니티에서도 수없이 많은 불들이 타오릅니다. 질병으로 인한 불, 경제적 고통으로 인한 불, 말로 인한 불, 시기 질투로 인한 불, 미움으로 인한 불, 관계가 깨어져서 타오르는 불, 돈 문제로 시작된 불… 사람들을 다 태우고 아름다운 관계와 인생을 초토화시키는 무서운 마력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불들을 통해 더욱 강해져가고 커져가는 세코이야 나무처럼 인생에 붙는 불로 인해 더욱 커져가는 사람들, 영원한 생명을 소유하게 되는 거인들을 만나는 축복이 있었습니다. 그들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습니다. 불이 잘 붙지 않도록 공기가 많이 들어간 마음의 넉넉한 겉껍질을 준비합시다. 우리의 심령에 물기가 넉넉하여 불이 잘 붙지 않고 타오르던 불도 꺼져버리는 넉넉함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커뮤니티가 거인 나라처럼 커다란 인간 세코이야로 가득한 숲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