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 다양성, ‘작은 영화제’가 이룬다

2006-0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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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인근서 열리는 올가을 필름 페스티벌

화려한 스타 파워와 현란한 특수 효과로 1시간 50분을 포장한 블록버스터 필름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소규모 영화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영화제가 아이들을 위한 작품만 모아놓았거나, 16mm 카메라, 혹은 디지털 캠코더로 학생들이 만든 단편 영화의 연속, 그도 아니면 한인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라티노 영화인들이 만나는 장소라면 더욱 흥미를 갖기 어렵다.
그러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필름 페스티벌의 매력은 대형 제작사의 세련된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원초적 차원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접근하여 아직 덜 가공되고 덜 정제된 영상의 다양한 표현과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출품되는 작품들에는 각기 다른 문화가 가진 정서와 그 사회 특유의 주제와 철학이 담겨있어,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재미 또한 일반 개봉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험.
따라서 소규모 필름 페스티벌 감상은 짧은 한 줄의 시나, 언뜻 지나치는 광고 포스터에서 뜻하지 않은 영감을 얻듯, 어린 학생들에게는 예술적 자극과 감동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권태로운 삶에 활력을 주는 색다른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
이번 가을, 로스엔젤레스 주변에서 열리는 세가지 다른 빛깔의 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주말 동안 시네마로의 일탈을 꿈꾸어 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행사로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장편영화, 다큐멘터리, 라이브-액션 쇼트 필름, 만화 단편 영화 등 전세계 30여개 국가에서 출품된 100여개 작품을 소개한다.
영화는 연령층에 따라 구분되어, 프리스쿨, 5-7세, 8세 이상, 틴에이저 등 네개 그룹으로 나뉘어, 어린 꼬마들을 위한 작품은 오전에, 고학년을 위한 작품은 오후에 상영된다. 또한, 모든 연령층을 위한 웍샵이 마련되어 어린이 영화와 만화 창작 및 제작에 관한 설명과 논의를 나누게 된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주목되는 작품으로는 만화영화계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빌 플림튼(Bill Plympton, ‘The Fan and the Flower’)과 일본 만화가 우루마 델비(Uruma Delvi, ‘A Long Day of Mr. Calpaccio)의 단편과 20세기 폭스사의 새 영화 ‘플리카’ (Flicka)의 스페셜 스크리닝을 들 수 있다.
플리카는 야생마와 소녀 캐티의 끈끈한 우정을 그린 클래식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캐티가 야생마 머스탱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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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라티노 국제 영화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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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생 영화제 할리웃의 로고.

어린이 장편-만화 등 30개국서 100작품 출품

또한,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감독으로 에바 색스가 로스앤젤레스를 다시 찾는다. 어린이 프로그램 세사미 스트릿 웍샵의 연출가이기도 한 색스는 ‘에바 색스 필름: 세사미 스트릿에서 뉴욕시티까지’ (The Eva Saks Films: From Sesame Street to New York City)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라이브 액션 필름 중에는 한국, 중동, 남미 등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나라의 10대들이 직접 만든 단편영화 모음 ‘국경을 넘어’ (Beyond Borders: Personal Stories from a Small Planet)라는 흥미로운 작품이 상영된다. 한국을 비롯하여 아프가니스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과테말라, 요르단 등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내용이다.
특별 게스트로는 배우 겸 감독 롭 라이너 (Rob Reiner)가 오프닝 나이트인 20일 저녁 7시, 영화 ‘스탠드 바이 미’ (Stand by Me)의 20주년 기념 상영에 참석할 예정이다. 입장은 선착순으로 600명까지 무료이며, 영화가 끝난 뒤 라이너 감독의 설명회 및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된다.
쪾기간: 10월 6-15일
쪾장소: 카운티 미술관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쪾입장권: 단편영화는 성인 5달러, 17세 이하 4달러, 장편영화는 성인 7달러, 17세 이하 5달러. 웍샵은 1인당 10달러 선. 페스티벌 기간 모든 영화와 웍샵 입장이 가능한 패스가 성인 50달러, 17세 이하 40달러. 주말 패스가 성인 30달러, 17세 이하 20달러.
쪾문의: (760)470-2481, (323)851-9100, 티켓 구입은 www.lacma.org, 영화 및 웍샵 스케줄은 www.lachildrensfilm. org/events.psp


국제 학생 영화제 할리웃
(International Student Film Festival Hollywood)

영화를 공부하거나 할리웃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엔터테인먼트의 메카인 할리웃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도록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3년 시작된 영화제.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유럽과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참가하는 상태이며, 주로 미국 각지에서 모여든 학생 영화를 구경할 수 있다. 장편 필름 및 비디오, 단편 필름 및 비디오, 다큐멘터리 필름 및 비디오, 만화 영화, 뮤직 비디오 등의 부문으로 구분된다.
심사위원은 영화 전문 학교 교사에서부터 할리웃에서 작업하는 감독, 배우, 제작자, 배급사 관계자, 에이전트, 평론가, 언론인 등이며, 출품작은 연령층에 맞게 고등학생 그룹, 대학생 그룹 등으로 구분하여 각 그룹 내에서만 경쟁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다.
5일간 무려 120개 이상 출품된 작품을 선보이며, 영화제 폐막시 우수한 학생을 선정하여 장학금과 함께 시상한다.
일반 관객에게는 심심풀이 구경으로 끝날 수 있는 영화제지만,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에게는 비슷한 꿈을 가진 동료를 만나거나 부담없이 할리웃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계기이며, 굳이 중요한 인맥을 쌓거나 정보를 교환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학생들의 작품에서 창작적인 자극을 받거나, 용기를 얻을 수도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기간: 11월 1-5일
장소: NOHO Arts District, North Hollywood
문의: 818-506-1066
www.isffhollywoo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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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생 영화제는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원 및 영화학교 학생까지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신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라티노 국제 영화제
(Los Angeles Lati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열흘에 걸쳐 미국, 스페인, 포르투갈, 중남미, 캐리비언 등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 국가들의 라티노 영화를 상영하고 축하하는 잔치다.
1997년, ‘라티노 헤리티지 먼스’ (Latino Heritage Month)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42개 필름을 상영하면서 5,000명 관객을 동원한 소규모 영화제로 출발했는데, 소수 민족 영화인들의 지지와 그에 못지 않은 관객들의 열정으로 빠르게 성장하여 지난해에는 135개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 필름이 선을 보이고 관객수가 무려 15,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정받는 영화제가 되었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라틴 영화인에게 수상하는 ‘개비 공로상’(Gabi Award)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할리웃과 멕시코를 오가며 활동했던 촬영기사 개브리엘 피게로아의 이름에서 ‘개비’라고 애칭이 붙여진 이 상은 그동안 라울 줄리아, 앤소니 퀸, 넬슨 페레이라 도스 산토스, 페데리코 루피, 리타 모레노 등에게 수상되었다.
매년, 라틴계 뿐 아니라 할리웃 영화인 및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티노 영화제에는 창설자 중 한사람인 배우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TV 스타 주디 레이어스, 마리오 로페즈 등이 올해 특별 게스트로 등장할 예정이다.
기간: 10월 5-15일
장소: Egyptian Theatre, 6712 Hollywood Blvd., Hollywood
입장권: 8달러
문의: 323-469-1074
www.latinofil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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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라티노 국제 영화제 창설자 중 한사람인 배우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가 게스트와 함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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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계 영화인 쇼나 바카 (Shawna Baca)와 다른 패널들이 지난해 영화제에서 소수민족의 할리웃 지출에 대한 웍샵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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