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인에 희망주는 음악전도사 될래요”

2006-0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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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남가주 공연

다리 없이 빠른 걸음 놀라워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
공연 강행군해도 미소 가득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와 만남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 놀라움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몰상식에서 비롯됐다.
맨 먼저 걷는 속도.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 때문에 허벅지 아래로는 다리가 없는데도 어찌 그리 빨리 걷는지. 4세 어린이 정도인 키 1미터로 본사 편집국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걷는다. “저는 안 힘든데 따라 다니는 엄마(우갑선)가 숨이 차신가 봐요”라며 웃는다.
그 다음 놀란 건 나이.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뀌었어요.”
“왜요?”
“저도 이제 스무살 넘었잖아요.”
“진짜요?”
85년생이니 21세. 어릴 때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은 탓에 많은 사람이 아직도 초등학생인 줄 안단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고. “저의 가장 두터운 팬 층은 어린이예요. 제가 편한가봐요.”
스물이 넘으니 결혼과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남친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없어요. 하나님께서 제 결혼 배우자를 미리 선택하셨다면 기쁜 마음으로 결혼해야죠. 자녀를 어떻게 키울 건지도 가끔 생각해요. 아이를 낳아도 공연은 계속 다닐 거예요.”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게 제일 놀랍다. 네 손가락만으로 조지 윈스턴의 ‘캐넌 변주곡’을 5분 이상 연주하면서도 계속 웃는다. 걸을 때도, 말할 때도 웃는다. 뭐가 그리 좋을까.
“장애인이니깐 제 연주 실력도 사람들이 특별히 봐주는 거겠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는 게 좋잖아요. 예수님께서 고통을 받지 않으셨다면 부활도 없었겠죠. 가톨릭 성인, 성녀들이 순교할 때 당한 고통에 비하면 제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죠. 저도 고통을 기쁨으로 부활시키려고 노력해요.”
이희아는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무대에 오른다. 7, 8월 중국과 일본을 다녀왔고, 10월에는 브라질을 간다. 귀국하면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장애인 음악회 ‘희망으로’가 기다리고 있다. 무슨 힘으로 버틸까.
“휠체어 타고 라틴 댄스 추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시죠. 사고로 장애인이 된 가수 강원래 아저씨도 휠체어 댄스 하거든요. 한번 하면 힘이 생겨요.”
이희아는 휠체어 댄스를 주몽(走夢)학교에서 배웠다. 꿈에서라도 달리기를 희망하는 장애인의 바람이 학교명이다. 그게 지금 자신의 목표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숨어 지내고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음악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이희아는 30일 세계로교회와 10월1일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남가주 한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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