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지하상가 ‘유독가스 무방비’
감지ㆍ경보체계 全無…1년에 한두차례 점검뿐
시설 노후ㆍ관리 소홀로 언제든 사고 가능성
서울 지하철 종각역 지하상가의 일산화탄소 누출 및 집단중독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내 지하상가와 지하철역의 유독가스 감지 및 경보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종각, 을지로입구, 종로5가, 강남역, 동대문, 서울광장, 청량리, 잠실역 등 서울시내 30개 지하상가 중 유해물질 감지시설이 갖춰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전체 면적 4만4천377평에 2천775개 점포가 영업 중인 지하상가 모두가 독가스 테러나 유독가스 누출에 대비한 경보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요구되는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소화전, 열연감지기, 방화셔터 등 소방시설을 갖추고 1년에 1차례 점검을 받는 것이 현재 지하상가안전대책의 전부나 다름없다.
냉난방기 가동에 주로 석유나 전력을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누출 사고 대비책이 시급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집단 중독 사고를 초래한 종각지하상가 냉난방기의 경우 2003년 상가 리모델링 때 설치된 후 자주 고장을 일으켰고 특히 최근 1개월여 사이에 4∼5차례 잇따라 수리를 받기도 했다.
사고 당일에는 불완전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과다배출이 수시간 이상 지속됐는데도 상가 관리사무소측은 이를 감지하지 못해 경고와 대피 조치를 제때 내리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시설 노후화 및 사전사후 관리 소홀 등으로 다른 지하상가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또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지하상가 대부분이 발암물질인 석면을 내장 단열재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다.
만일 보수공사나 진동 등으로 석면 내장재 중 일부가 미세한 분진 상태로 대기 중에 날려 사람 폐로 들어갈 경우 중피종, 폐암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대기오염 사고에 대책이 없기는 지하철역도 마찬가지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연 2회 정기점검과 수시점검을 통해 환기시설 운용 등을 점검하고 있으나 정작 오염물질 감지장치가 설치된 역은 단 하나도 없다.
간헐적으로 역마다 이동식 간이장비로 오염물질을 측정할 뿐이다.
독가스 테러나 화재에 대비해 비치된 방독면도 역당 30개 수준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역무실에 있어 실제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지금은 지하상가뿐 아니라 지하철역, 일반 건축물 등에도 대기오염 경보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며 도합 60억원을 들여 2009년까지 서울시내 전체 지하상가에 공기질 자동측정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올해 초 계획을 수립했으며 내년 3∼4월께 착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이 설치하려는 공기질 자동측정 시스템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질소 등의 대기중 농도와 온도ㆍ습도 등을 자동 점검하고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현장과 공단 본부에 경보를 울리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