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가시 뽑기

2006-09-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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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선인장에서 유난히 선인장열매가 많이 달렸습니다. 4년 전 처음 심기 시작한 선인장이 그간 자라면서 열매를 조금씩 맺어 오다가 올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열매가 많이 열렸는지 열매무게에 선인장이 휘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먼 곳에서 또는 가까운 곳에서 선인장열매가 당뇨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여 따가는 이들이 있어 유익한 이들에게 잘 쓰여지길 바랍니다.
두레마을에 계신 분들은 이것으로 주스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열매 안쪽은 씨앗이 좀 딱딱해서 그렇지 맛은 과일과 비슷합니다. 이 열매와 요즈음 이곳에서 나는 배를 함께 믹서기에 갈아 마시는데 먹기에도, 건강에도 좋다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입니다.
가시가 있는 것 치고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시라는 것은 본래가 잎사귀인데 기후와 자기 보호본능으로 가시를 만드는 것입니다. 충분한 햇빛이 있는 사막 식물들에게 가시가 많은 것은 수분증발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고, 또 가시가 없다면 동물들이 금새 먹어버려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레마을 선인장 밭에는 많은 두더쥐들과 땅 다람쥐들이 굴을 파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굴 밖으로 나와 선인장으로 식사를 한답니다. 선인장 잎을 갉아먹는데 선인장이 자라는 속도와 그리고 선인장에 가시가 있는 관계로 조심스럽게 먹기 때문에 많은 양을 먹지는 못해서 피해는 크지 않지만 신경이 좀 쓰이는 편입니다.
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선인장 밭을 드나들었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든, 그냥 구경하기 위해서든 드나든 사람은 들어가기 전에 가시를 조심할 것을 말해 줘도 거의 가시에 찔려서 나옵니다. 찔린 자리에는 영락없이 잘 보이지도 않는 가시들이 박혀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작은 가시가 자기를 괴롭히고 있다는 데에 놀라게 됩니다. 가시의 속성은 찌르는데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는 수단이기도 하면서 외부로부터 오는 가시는 자기를 조심하도록 합니다.
저는 만나는 사람에게 가시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시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 자신에게도 가시는 있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가시의 실체를 알아보고 그것이 다른 사람을 찌르지 못하도록 주의할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가시도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몸을 성장하게 하지만 가시는 마음을 성장하게 하는 음식입니다. 좋은 것은 고칠 필요가 없지만 옳지 않은 것은 고쳐야 되는데 가시라는 것은 고쳐야할 것들을 들여다보는 거울과 같은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가 만들어낸 가시에 찔릴 때가 있습니다. 원망과 불평 같은 것들이 그러한 것들인데 이것은 욕심이 만들어내는 찌꺼기들입니다. 욕심이라는 것은 근원의 가시와도 같은 것 같습니다. 욕심이 자기를 찌르면 화와 분노가 일어나고 그것은 나와 다른 이들을 상하게 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지요.
힘들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나를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들 때는 가만히 그 힘든 실체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손에 선인장 열매의 잘 보이지도 않는 가시에 찔렸을 때 자꾸 무엇을 하려다 보면 그것이 자기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찔렸을 때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가시를 뽑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가시든, 그것이 나의 내부에서 생겨난 가시든, 외부에서 나를 찌른 가시든지 가시로 인해 고통이 생기면 먼저 하던 일을 멈추고 그 가시가 어떤 가시인지를 잘 보고 가시를 뽑아내야 할 것입니다.

조 규 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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