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아에 필요한 건 친구죠”

2006-09-08 (금)
크게 작게
‘밀알의 밤’ LA 30일, OC 10월1일 개최
장학금 11만달러 브라질·몽골 등 지급

“사랑이 언제나 끊어지지 않는 것이 친구이고, 고난을 함께 나누도록 태어난 것이 혈육이다”(잠언 17장17절)
30일과 10월1일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리는 ‘밀알의 밤’을 준비하고 있는 이영선 남가주밀알선교단 단장은 이 성경구절을 묵상하고 있을 것 같다. 올해 행사의 주제를 ‘친구’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그 이유를 친구와 혈육으로 설명한다.
“한인 부모는 장애 자녀에게 아주 헌신적이죠. 그러나 부모님도 결국 장애 자녀를 이 세상에 맡겨놓고 가실 수밖에 없죠. 그럼 결국 장애아가 생존하려면 부모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친구를 많이 만들어줘야죠.”
친구와 혈육에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사랑의 방식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 사랑은 일방향으로 ‘내리 사랑’ 뿐이다. 그러나 친구 사이에는 쌍방향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도 주고받는 관계라, 받기에만 익숙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베풂의 지혜를 익힐 수 있게 된다.
이 단장은 “장애인은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라 서로 보듬는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며 “근로복지 장학생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일방적인 도움만을 받기보다는 장애인 자신도 일하며 남을 돕는 방법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밀알의 밤은 2001년 발족한 ‘밀알장애우장학복지기금’ 조성을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그해 거둔 온정의 손길은 그 다음해에 다 푼다는 게 밀알선교단의 정책이다.
장학금 지급액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2, 2003년 5만4,000달러(수혜자 15명)에서 2004년 6만4,800달러(18명), 2005년 9만3,000달러(41명), 올해 11만300달러(50명)로 해마다 늘고 있다. 윤필원 장학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세상 인심이 메말라 보여도, 베풂의 손길은 해마다 커지고만 있다”고 말했다.
수혜 대상자의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2004년 한국으로 처음 확대됐던 장학생 명단에 올해는 브라질, 몽골, 유럽이 들어왔다. 올 봄에 걷힌 레나 마리아의 공연 수익금은 전액이 타슈켄트와 아프리카 장애인 돕기에 쓰였다.
올해로 9회째인 밀알의 밤에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자폐증을 이긴 소프라노 마가렛 리가 출연한다. LA는 세계로교회, 오렌지카운티는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열린다. 문의 (714)522-4599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