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행복한 목회의 비결 (3) - 남의 말 안하기

2006-09-01 (금)
크게 작게
서로 믿음이 가고 신뢰하니까 무엇이든 위임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니까 스스로 선택하도록 맡깁니다. 이렇게 목사가 평신도에게 위임하고 선택권을 주는 저변에는 전적인 믿음과 존중이 깔려 있습니다.
가정교회를 하는 목적은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일”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펼쳐놓고 지시하며 가르쳐서 제자를 만드는 학교교육 방법이 아니고 삶을 펼쳐놓고 섬기며 본을 보여 제자를 삼는 가정교육 방법입니다. 삶으로 섬기며 본을 보이기 위해 남을 높이고 세워드리는 것이며, 이런 목회 현장에서 구체적인 실천사항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남의 말 안 하기’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하는 남의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을 허물어 내리는 사악한 힘이 있습니다. 남의 말은 대개 심심풀이로 시작하기 때문에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소문도 사방으로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가서 이 세치 혀끝의 독화살을 맞아 생기는 상처에 속수무책입니다.
남의 말에는 야릇한 적개심과 함께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졸음 올 때 눈꺼풀은 기중기도 들어올릴 수 없을 만큼 무겁지만 이때 남의 말을 하면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느냐’면서 그 무거운 눈꺼풀도 한 순간에 번쩍 떠집니다.
남의 말 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표정은 작당 모의를 해야하므로 음흉하고 그들의 웃음은 쓰거나 비소를 머금습니다. 절대로 남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고 허물어지면 쌤통을 외치면서 고소해 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얼굴에는 항상 남을 이간질하는 회색빛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민 1세들 내면에 은근히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고 남의 것 따라하며, 남의 말 하는 습성이 꽤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듯 합니다. 이것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여기서 태어난 2세 자녀들에게 자주 들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목회 현장에 “남의 말 하지 않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너무 갑자기 교우들끼리 남의 말을 못하게 하니까 빠져나갈 비상구가 필요해서 길을 하나 열어 놓았는데, 정 남의 말이 하고 싶으면 칭찬을 하도록 했더니 큰 효과를 봤습니다. 제일 먼저 교회 버스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그 다음에 부엌이 더 화목해지고 나중에는 예배드리는 회중의 얼굴빛이 환하게 바뀌었습니다.
“남의 말 하지 않기, 남의 말은 칭찬만.” 목장 모임에서 삶을 나누는 시간에도 “자랑을 뺀 자신의 얘기만” 하도록 원칙을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받은 은혜에 감사한 얘기나 또는 상처받은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상처를 받고 극복한 경험이 있는 다른 분이 자기가 체험한 얘기를 들려주면 그 말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목장식구들은 “남의 말 하지 않기”에 익숙해서 이런 남의 속사정 얘기를 절대 밖으로 퍼뜨리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서로서로 신뢰감이 깊어지고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던 속상한 이야기보따리를 다 풀어놓으면서 상처가 치유됩니다. 서로 서로 털어놓는 진솔한 대화 가운데 나만 고통이 있는 게 아니라 저 분은 나보다 더 아프셨구나 하는 측은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내면의 상처가 말끔히 치유되고 가정이 회복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남의 말 하지 않고 칭찬만 했더니 표정이 밝아집니다. 자랑을 뺀 내 얘기만 했더니 나도 치유 받고 나의 진솔한 얘기를 듣는 분들도 상처가 아물어서 서로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남의 말 안 하는 목회가 얼마나 행복한 줄 아시는지?

홍 성 학 목사
(새한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