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믿을만한 형 되겠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공부의 신(神)이라 불리는 `공신(工神)’급 대학생 9명이 학습 노하우를 알려주는 무료 온라인 동영상 강의사이트 `공신닷컴(www.gongsin.com)’을 운영해 시선을 끌고 있다.
공신닷컴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재학 중인 강성태(23)씨로 지난학기 교양강좌 `말하기수업’ 중 2008년 대입에 관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을 보고 내신ㆍ수능ㆍ논술 세 가지 부담에 짓눌리는 후배들을 위해 무료사이트를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강씨는 먼저 같은 대학 전기공학부에 다니는 동생 성영(19)씨를 설득했고,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수능 497점을 받아 전국 차석을 차지한 육지후(19.서울대 의예과)씨와 셋이서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사이트 개설을 준비했다.
이들과 뜻을 함께한 유상근(19.서울대 인문계)ㆍ신재승(19.연세대 의예과)ㆍ김용균(19.서울대 수리과학부)ㆍ백동엽(21.경희대 한의대)ㆍ김상윤(19.서울대 의예과)ㆍ김종훈(19.미국 MIT)씨가 각자 장점과 경험을 살려 강의를 맡았다.
이들은 `공부에 왕도는 없지만 요령은 있다’는 생각을 갖고 ▲후배들에게 무조건 솔직히 할 것 ▲학원, 출판사 어디에도 간섭받지 않을 것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 ▲공부비결, 편법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알려줄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우선 강성영씨가 서울대 입학 당시 대통령상 장학금으로 받은 500만원을 종자돈으로 삼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서울대 강의실에서 삼촌에게 빌린 캠코더로 강의내용을 촬영한 뒤 성태씨가 사는 기숙사에서 컴퓨터 3대로 편집작업을 했다.
동참을 약속했던 20여명 중 절반이 과외와 공부를 이유로 빠져나갔고 빌린 캠코더가 고장나고 편집한 동영상을 저장한 컴퓨터가 망가지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편집작업을 하는 등 고난의 연속이었으나 공신닷컴은 8월 중순 문을 열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이 2천300명을 넘어섰다.
강의는 무료이지만 동영상을 보려면 총 11개 강좌당 2만원씩 보증금을 내도록 해 후배들이 끝까지 강좌를 듣도록 했다.
강씨를 비롯한 9명은 `공신닷컴’ 동아리를 운영해 매년 최신 강의를 맡을 신입회원을 받아들이고 방학때 강의내용을 모두 촬영해 학기 중에는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강성태씨는 투사가 되어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의지할 곳 없는 후배들에게 믿을 만한 형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