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페인의 반항아 바르셀로나

2006-08-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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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정부에 독립된 언어사용하고 먹거리와 예술이 풍부한 낭만적인 도시

프랑스 냄새 물씬한 타운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바르셀로나를 “카타루니아의 수도 바르셀로나”로 표현한다. 한국인에게는 92년 황영조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스페인 의회가 바르셀로나의 자치정부를 인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회, 대법원, 지방정부 조직 등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뜻이다. 바르셀로나는 지도상으로는 스페인 영토지만 행정이나 문화적인 면에서는 완전 독립된 지방이다. 바르셀로나어인 ‘카탈란’은 스페인어와 다르다. 마드리드 사람들은 이 곳에 여행 오면 의사소통이 잘 안돼 당황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모든 공공문서에 스페인어와 카탈란을 함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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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언덕에 위치한 국립미술관.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여러개 있다.

바르셀로니아의 역사는 ‘카탈란 말 찾기의 역사’로 불릴 만큼 국어회복 운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18세기 필립5 세(프랑스 루이 14세의 손자)의 시절에는 카탈란 언어를 사용하는 자는 엄벌에 처했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스페인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하려고 반항했기 때문이다. 독재자 프랑코 총통 통치 40년 동안에도 바르셀로나 관공서와 학교에서 카탈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프랑코 총통이 죽었을 때 바르셀로나 어느 신문의 제목이 “이제는 카탈란으로 말할 수 있다”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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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사람 - 거리에 인파가 넘쳐 사람이 떠밀려다닐 정도다.

바르셀로나의 무정부주의와 반항기질은 예술로 이어져 보헤미안 타운의 꽃을 피웠으며 피카소, 미로, 살바돌 달리, 카잘스, 카레라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아버지’로 불리는 건축가 가우디 등 수많은 예술가를 탄생시켰다.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수천 만명에 이른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관광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의 유적과 현대도시가 잘 어울려져 있고 낭만이 넘치는 예술의 고장인가 하면 축구와 팝송 열기가 타운을 지배하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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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는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 거리에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축구는 바르셀로나에 있어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억압받던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축구를 통해 마드리드 사람들을 누르는 쾌감을 느꼈기 때문에 독립운동에 가까웠다. 이에 참다 못한 프랑코 총통이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스카우트해서 만든 프로 축구단이 바로 오늘의 ‘레알 마드리드’이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고 호나우드는 바르셀로나 팀이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로 이름난 식당이 많고(시내 식당만 2,000여개) 와인의 명산지며 미술관과 페스티벌로 유명하다. 신문이나 TV에서 자주 보는 사람 쌓기 ‘인간빌딩’ 대회(사진)는 ‘카스텔러’로 불리는 바르셀로나 고유의 민속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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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모든 길로 통하는 시내 중심지 카탈루니아 광장.

바르셀로나는 원래 한니발의 아버지 하밀카 발카의 근거지로 하밀카가 자신의 가문 이름을 따 이 도시를 ‘바르시노’라고 명명한 데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그 후 로마와 아랍, 프랑스가 다스리다 스페인 영토가 되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문화는 프랑스적이면서 스페인적이다. 예술과 역사와 먹거리가 풍부한 자존심 높은 카타루니아 사람들의 타운 - 그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다.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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