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2006-08-22 (화) 12:00:00
잡곡밥
긴 여름해 늘어진 수수밭
밭 둔덕에는 푸른 콩이 익어가고
누런 보릿대는 고개 숙여 거푼거렸다
어머니 저녁밥 푸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흰쌀밥 골라 푸시고
나머지 훌훌 섞어 잡곡밥으로 푸신다
잡곡밥 싫어 투정부렸다 누이들 타박 받으며
어머니가 미워 눈흘기며 구시렁거렸다
나도 이밥 한 번 먹는 것이 소원이라고
요즘은 건강식 찾으며 잡곡밥만 먹는다
수수알에 박힌 여름 햇살
콩깍지 속에 든 소울음 소리
보리알 속에 보인 어머니 얼굴
잡곡밥 먹을 적마다
어머니 그리움에 컥컥 목이 메인다
오이지
쪼글쪼글 주름진 얼굴
가늘고 굽은 허리
짜디짠 어머니 손맛
한 여름철
건건이 부실한 점심상의 단골 반찬
찬밥 물 말아
오이지 하나로 한끼 때우던 시절
어머니의 눈물 섞인 손맛 오이지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온 몸에 흙을 묻힌 채 오이밭에 쪼그리고 앉아
순 잘라 주고 계시던
오이 쪽빛보다 아름답던, 이슬 젖은 애순보다 여리던, 새 아씨가
날 가물어 허리 꼬부라진
노란 오이꽃 떨어지듯
오이지로 늙어 가시던 어머니 생각에
내 가슴은 오늘도 소금물에 절여진다
송석증
■미주 크리스천문협·시대문학 신인상/시집 ‘바다 건너 온 눈물’ ‘내 콩팥이 혈액 정화를 거부했을 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