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아버지, 천국에서 만나요 (상)

2006-08-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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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USC 병원으로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아버지 상태가 어떤 지에 대해 상의하려고 전화한 것이다.
“엄마, 아버지가 이미 암은 온몸에 전이가 된 상태이고 지금 폐 한쪽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인데 나머지 한쪽의 폐에 물이 차 있어서 그것을 빼내야 한대. 근데 폐에 있는 물을 빼내려면 옆구리 부분을 관을 뚫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대. 근데 폐에 물을 빼도 얼마큼 더 사실 지는 의사도 모른대. 하루를 더 사실 수 있을지 이틀을 더 사실 수 있을지…”
엄마는 “수술? 아버지 몸에 또 칼을 댄다고? 아이고…” 난 자신 없는 목소리로 “엄마, 그 방법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긴 하대.” 엄만 “뭐? 무슨 방법?” 난 “그게 그러니까… 강한 몰핀을 몸에 투여해서 고통이 없는 상태가 되지만 혈압이 떨어져서 편안히 천국으로 가실 수 있게 하는 거…가 있대.”
엄마는 “넌 어떻게 생각하니. 니가 결정해. 엄만 니 결정 따를께.” 난 “엄마, 아버지가 오늘 수술해서 어느 정도 회복을 하신다면 내가 강력하게 수술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암은 온몸에 전이가 되었잖아. 오빠에게 정말 너무 미안하지만 난 그냥 아버질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어.” 엄만 “그래. 엄마도 니 생각하고 같아. 더 이상 아버지 몸에 칼을 댈순 없어. 그냥 이제 편하게 보내 드리자” 난 “엄마, 목사님 와 달라고 전화해. 나도 빨리 갈께.”
엄마와 전화를 끊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내 차가 계속해서 제자리인 것 같다. 아무리 밟아도 왜 이리 차는 더디 가는지… 난 잠깐 생각에 잠겼다. 며칠 전 아버지가 엄마에게 남긴 말과 오빠에게 남긴 말들이 귀에서 계속 들린다. ‘여보,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무도 몰라. 빨리 천국으로 가고 싶어… 아들아 사랑한다.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아버진 엄마와 오빠에게 미리 작별인사를 하신 걸까…
병원에 도착해서 중환자실로 달렸다. 중환자실로 들어가려고 문밖에서 수화기를 들기 전에 침착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엄마와 의사들이 일제히 내 주변으로 몰려든다.
아버지 담당의사가 아버지의 지금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간단히 하겠다고 했다. 의사들 중에 한국 의사가 한 명 있었는데 내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보더니 자신들이 최선을 다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나에게 계속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난 담당의사에게 “그동안 수고 많이 해줘서 고맙다. 우리 아버지도 너희의 노력과 수고에 감사하게 생각할 거야. 여기 오면서 엄마와 결정을 했는데 오늘 아버질 편하게 보내 드리려고 해.” 그러자 의사는 “아버지를 봐야 할 식구들이 또 있냐?”고 물었다. 난 지금 언니가 이 곳으로 오고 있고 교회 목사님들이 임종예배를 보기 위해 이 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난 우리가 모든 준비가 되면 말을 해주겠다고 하고 커튼이 쳐져 있는 아버지 침대로 다가갔다. 잠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 너무 고통스러워서 무릎을 세우고 계속해서 침대 난간에 무릎 양옆을 부딪쳐서 멍이 들어 있고, 반쯤 뜬눈으로 초점 없이 허공을 보고 계신 아버지를 보니 눈물이 쉴새없이 후드득 떨어진다.
“아빠… 아버지… 이럴 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에게도 배우질 못해서 지금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버지하고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이상 고통을 드릴 수가 없어요. 지금 제가 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이 최선이에요. 오빠가 올 때까지 그러니까 오빠가 아빠의 따뜻한 손을 잡게 해 드리려고 더한 고통을 드릴 수가 없다는 거예요. 제 마음 이해하시죠? 아빠… 아버지…”
난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 쓰다듬으면서 “아빠, 지금 이 곳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고 목사님하고 최 목사님이 오시고 계셔요. 오시면 함께 임종예배를 보고, 그리고 편안하게 주사를 놔 드릴 거예요. 걱정 마요, 아버지 옆에 엄마하고 언니하고 나하고 계속 같이 있을 거예요. 아빠, 준비됐죠? 그리고, 여기 걱정 마요. 엄마하고 승욱이 제가 잘 돌볼께요. 언제나 아버지 계실 때처럼 저도 바르고 예쁘게 살께요. 아빠… 정말 제 아버지여서 고맙고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아빠… 우리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아버지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지신다. 고통으로 인해 계속해서 양 무릎을 침대난간에 부딪쳐서 고통을 호소하고 계신다. 아버지의 고통이 점점 더 더해 가는 걸 알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언니가 병원에 도착하고 목사님들과 아는 집사님들도 중환자실에 들어오셨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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