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령투보다 부탁이 더 효과

2006-08-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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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인증 지도자 중 유일 한인 캐서린 한씨

“속내 전달방법 기술 필요”
비폭력 대화법 잇단 강연

“날마다 늦으면 어떡해. 차라리 원수랑 사는 게 낫지, 나 원.”
아내가 쏘아붙인다. 이럴 때 남편의 반응은?
대부분 두 가지다. “이렇게 바가지 긁히며 내가 왜 살지?”나, “내가 놀러 다녀? 나도 이렇게 사는 거 싫어. 다 잘 살아보자고 이러는 건데, 참”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그래도 마음에 상처는 남게 마련이다. 이런 일상 속 언어 폭력이 쌓이다 보면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기 어려워진다.
18일 동국로얄대학교에서 ‘비폭력 대화법’이라는 특별 강연회를 갖는 캐서린 한씨가 주목하는 건 일상 속에 잠재한 폭력적인 대화다. 한씨는 세계에서 180명뿐인 비폭력대화 인증 지도자 중 유일한 한인이다.
한씨는 “부부 대화가 서로 쏘아붙이는 수준에서 그치면 답답한 감정만 쌓인 채 더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야 비폭력 대화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남편은 자신도 힘든 것을 솔직하게 말해서 아내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진짜 속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이 담긴 진정한 대화를 하게 된다.”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상대방을 관찰한 뒤 자신이 받은 느낌을 전달한다. 그런 느낌을 갖게 된 욕구를 밝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부탁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부탁이라는 게 한씨의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경우 부탁 대신 상대에게 강요나 명령을 하기 때문에 인생에서 많은 것을 얻지 못 하고 산다.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해줄 수 있도록 하는 대화법을 체득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남편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게 본심이지만 대개 아내는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일찍 들어와”라고 말한다. 남편에겐 명령처럼 들린다. 현명한 아내라면 “특별한 저녁을 준비할게. 6시까지는 와 줘”라고 부탁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끄고 책 좀 봐라”는 건 명령에 가깝다. 이때도 “앞으로는 컴퓨터 이용을 한 시간 이하로 줄이면 어떨까”라고 묻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한씨는 “대화를 하면서 서로 합의를 해서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말이 오고가면서 이뤄진 끝에 부탁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마음을 전달하면 마음이 돌아온다는 요지다.
부부나 부모는 밑바탕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폭력 대화법을 금방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대개 대화는 상대로부터 외면 당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사랑에서 나온 대화로 바꾸면 우리 삶이 훨씬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남가주불교청년회가 주최하는 한씨의 강연회는 오후 6시30분에 시작된다. 한씨는 19, 20일에는 실습 위주의 웍샵(등록비 150달러)도 가진다. 장소는 440 Shatto Pl., LA, 90020


<비폭력 대화 모델의 4단계>
①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행동을 관찰한다.
▶“아들아, 더러운 양말이 똘똘 말려서 탁자 밑에 있네.”
②관찰한 바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표현한다.
▶“그런 걸 보면 엄마는 짜증이 난다.”
③그러한 느낌이 들게 하는 욕구, 가치관, 소망을 찾아낸다.
▶“여럿이 함께 쓰는 방은 깨끗한 것이 엄마는 좋거든!”
④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한다.
▶“네 양말 뭉치는 네 방에 놓든지, 세탁기에 넣을 수 있겠니?”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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