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로 안되면 느끼게 하라

2006-08-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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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아이가 말로 해서 안 들을 때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이다. 부모는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고상하고 품위 있는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데 정작 아이와의 현실은 품위와는 거리가 먼 처절한 전쟁터 같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화를 내며 소리 지르는 자신의 모습이 싫다. 그렇다고 말 안 듣는 아이를 될 대로 되라며 내버려둘 수는 더욱 없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가르쳐 사람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로 해서 안 들으면 느끼게 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원초적인 뜻은 감각적 느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화난 모습으로 아이의 시각을 자극하고, 고함을 치며 청각을 자극한다. 그리고 종종 아이를 때린다. 피부에 와 닿는 아픈 감각의 느낌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며 부모 말에 집중하게 하는 즉각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맞으며 자란 부모가 자신의 아이도 때리며 키우게 된다고 한다. 맞으며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미국사회에서도 아이를 때리는 문제는 사회적 이슈(issue)가 된다. 때리는 것이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부모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런 인간적 반응이지만, 화가 난다고 아이를 때리면 아이 학대 행위로까지 발전된다. 사실 아이를 때리는 부모의 모습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화를 못 이겨 때리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때리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말로 해서 안 들으면 느끼게 하라’는 말에 더 깊은 뜻이 있다.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양육 방법, 즉 때려서 아픔을 느끼게 하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게 하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를 존중하고 들어주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 부모 자신부터 아이를 윽박지르며 귀 기울여 주지 않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부모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겠는가? 아이는 진정으로 자신을 들어주는 부모의 모습 속에서 자신도 부모의 말을 듣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아이로 하여금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부모는 나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랑의 말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랑 외에 어느 것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를 사랑한다는 자신의 마음만을 믿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인색하다. 부모의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은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말을 잘 안 듣는가? 부모 자신의 사랑이 아이에게 충분하게 전달되었는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아이 사랑법이 아이를 건강하게 하는 양육방식인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종종 사랑에도 정크푸드와 같이 아이를 오히려 해치는 정크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의 모습 속에 반영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잔소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부모, 자녀를 감동시키는 부모가 먼저 되자.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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