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내가 뛰어서 네가 산다면

2006-08-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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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진리는 모두 ‘남을 위한 삶’ 속에 담겨있습니다. 삶으로 받쳐내는 ‘참’은 모두 나 말고 다른 이를 배려하는 것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를 중심으로 한 ‘좋은 소식’은 남을 위해 ‘살아있음’을 내려놓는 것으로 움직이는 진리를 대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사람들 표현 속에 있는 Random Kindness, ‘즉흥적 친절’부터 서정주님의 가슴 시리도록 거룩한 시편,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속에 나오는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이라는 기도 글까지, 모두 자기의 삶을 움직여 남을 위하는 일로 진리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내가 죽어서 남을 살리는 일이야 사랑의 궁극이겠지만, 작은 정성으로라도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이것은 거룩으로 향하는 진실된 모습입니다. 잘 믿어 천당 가는 것은 남이 갖지 못한 열쇠나 암호, 즉 패스워드를 되뇌어서가 아니고, 더러운 세상과 상관없이 성공한 교인들이 구원의 방주에서 벌이는 축제로 가는 곳도 아닙니다. 남을 위한 사랑으로 가는 곳입니다. 이런 뜻에서 교회는 교인들이 모여 있지만, 그 존재 목적은 반드시 교회 밖,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의 몸이어야 합니다.
우리교회에서 10월 7일, 토요일 오전에 윌셔가에서 출발하여 한인타운의 거리를 뛰며 불우한 청소년을 돕는 5킬로 단축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LA 시에서 협조하여 거리에 차량을 약 4시간 가량 통제하고 우리 교인과 타 교회 교우들, 기업인과 타민족들, 부자와 노숙자들, 장애자와 노약자들까지 모두 걷고 뛰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만든 그늘에서 어렵게 자립하려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포스터 홈, 의탁가정들을 도우려 합니다. 한 끼니의 식사와 옷 한 벌을 주고 한사람은 집으로 한사람은 또다시 거리로 돌아서야 하는 사역을 넘어서,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식구로 품는 이 사역을 도우려합니다.
의탁가정에서 기거하는 청소년들은 모두 이 분을 ‘이모’라고 부릅니다. 어머니의 자매라는 뜻입니다. 어떤 사연에서든지 어머니는 돌보아주지 못해도, 그 부모를 대신해서 자신을 자식으로 품는 나주옥 목사님(한인 의탁가정 디렉터)을 이모라고 하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품어주는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입니다.
또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타민족의 의탁가정을 위해서도 이 단축 마라톤의 수익은 사용될 것입니다. 이미 많은 언론사와 기업들이 참가할 의사를 밝히고 등록절차를 밟는 모습을 보고, 우리네 도시도 삭막하기만 한 곳은 아닌 듯싶습니다.
많이는 못해도 내가 뛰어서 그네들이 산다면, 10월초에 뛰어보는 LA의 거리는 마냥 즐거운 축제의 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한번 같이 뛰시죠. 내가 뛰어서 네가 산다면, 그 뜀과 걸음은 살아있는 거룩함을 이루는 귀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사람 살리는 마라톤이 있다니 고마운 일입니다.

곽 철 환 목사
(윌셔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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