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목사 미국인 목회’급증

2006-08-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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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최근 소설 ‘손님’에는
기독교가 한국에 처음 전파됐던 20세기초 모습이 묘사돼 있다. 미국 선교사가
흩어져있던 가정 예배당을 돌며
초기 한인 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에서
소설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미국 목사가
부족해 한인 목회자를 ‘모시는’ 것이다.
미국인에게 설교를 하는 한인 목사들이
7월31일∼8월3일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모였다. ‘타인종 교회 한인목회자
전국연합회’가 그 자리였다.
황인숙 회장(일리노이주 페이나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은 “현재 미국에서 타인종을 상대로 목회를 하는 한인 목사가 300명 가량 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대부분이 한인 1세로 언어 장벽을
극복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목사가 미국인을 목회하는 것은 교단이 목사를 파송하는 연합감리교의 특성 탓이다. 연합감리교 목사는 안수 받을 때 교단의 결정에 따라 어느 교회라도 가겠다는 것을 서약한다.
황 목사는 “미국인은 피부색이 달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에게 존경을 표하고 격려한다”며 “한인 목사는 미국 목사보다 더 정열적으로 심방, 성경공부를 하기 때문에 미국 신자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지태 부회장(샌디에고 파크힐 교회 담임목사)은 “한인 목사는 가족을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어 교인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하기 때문에 외로운 미국 신자들이 사랑해준다”며 “한인 목사들이 공부를 많이 해 지적 수준이 높고, 영성이 깊고, 헌신적이라 목회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감리교에서 한인 목사의 비율은 약 40%다. 미국 목사는 갈수록 줄고 한인 목사는 계속 느는 추세다. 그래서 미국인을 사역하는 한인 목회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전망이다.
미국인 목회는 특성이 다르다. 한인 신자가 새벽기도부터 시작해 교회에서 모이는 걸 중시하는 반면 미국 신자는 생활 속 믿음을 강조한다. 황 목사는 “미국은 기독교 문화가 삶에 깊숙이 뿌리내려 구제 활동에 적극적이다”며 “한인 교회처럼 뜨겁지는 않아 목회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전달하는 메시지는 같더라도 설교 방식도 한인 목회와는 다르다. 미국 신자가 갈수록 믿음에서 멀어져 가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삶에서 본을 보일 수 있는가를 설교에서 강조한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신자는 교회를 집처럼 여기는 것은 장점이라고. 김 목사는 “미국 신자는 교회를 몸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툼이 좀 있다고 해서 교회를 가른다든지 떠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영어 소통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다고. 설교를 준비하면서 액센트를 확인하느라 인터넷에서 발음 듣기까지 할 정도란다. 김 목사는 “몇 단어 때문에 신자들이 전체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어 철저한 준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목회는 언어가 아니라 영성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종 사역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어려움이 있어서 오히려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되는 게 타인종 사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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