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자신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2006-07-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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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옷차림을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머리의 모양새, 즉 헤어스타일입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값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었다 하더라도 그 옷에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양복을 입고 짚신을 신은 경우나 다를 바 없습니다.
헤어스타일은 패션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대변합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중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릴 적 보았던 영화 속 배우들의 헤어스타일과 지금을 비교해 보신다면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기 TV 시리즈 ‘프렌즈’에서 레이첼의 배역을 맡은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의 자연스러운 생머리 스타일을 선호하던 여성들이 지금은 만능 엔터테이너인 팝스타 마도나의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인위적인 스타일보다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선호되면서 퍼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최근 팝가수 마도나, 여배우 시에라 밀러, 왕년의 축구 황제 디에고 마리도나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퍼머를 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자 그 추세를 따라가는 추세입니다.
퍼머는 1906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독일인 헤어 드레서 카를 네슬러가 고안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퍼머는 아름다움이란 이름으로 부과된 일종의 고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만큼 스타일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인내, 그리고 기술적인 부족함으로 인한 불편 등이 동반됐기 때문입니다. 카를 네슬러가 런던 옥스포드가의 미용실에서 퍼머를 선보였을 때 자신의 아내 카타리나 외에는 시연 대상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산나트륨에 적신 머리카락을 섭씨 100도로 달군 놋쇠로 만든 롤러들로 단단히 말고 5시간을 견뎌내야 퍼머라는 헤어스타일 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대 이집트 군주인 파라오의 왕자들은 머리를 오른쪽 귀 바로 뒤로 위치하여 롤 모양으로 묶고 다녔으며, 파라오로 등극하면 가발을 착용해 차별화된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로마의 귀족들은 헤어스타일을 가꾸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으며 헤어드레서로 훈련받은 노예는 최고의 재산으로 치부되었습니다.
라틴어로 ‘머리카락의 윗부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줄리어스 시저는 아이러니 하게도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제정 로마시대의 초기 역사학자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줄리어스 시저는 머리가 없는 이마를 가리기 위해 뒷머리를 앞으로 빗어 그것을 숨기는 식으로 머리 손질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합니다.
또한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성경에 기록된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신한 데릴라에 의해 머리가 잘려진 삼손은 천하를 호령하던 장사에서 연약한 여자와 같은 97파운드의 약골이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 시대의 유행이라 할 수 있는 장발에 반대되는 단발에 대한 두려움을 말해주는 내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중세에는 모발이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부라 생각하여 성직자들은 그것에 대한 무관심의 표시로 머리의 대부분을 삭발하고 가장자리의 머리만 조금 남겨두었습니다. 루이 15세 시대의 프랑스에서는 정교한 가발이 귀족의 상징이었고 무게가 15~20파운드나 되는 엄청난 가발도 있었으며 젊은 시절 화려한 헤어스타일로 유명했던 루이 15세는 나이가 들어 벗겨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귀족들의 가발 착용을 의무화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잘 생긴 사람을 선호한다는 의미가 아닌, 나름대로의 개성을 창출하는 사람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외모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헤어스타일은 첫 인상과 개인의 이미지를 표출하는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유행이라고 다 따라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사람의 생김새는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를 따라 한다는 것이 곧 내가 멋져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단정하고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과 조화로운 패션으로 누구에게나 시선 받는 당신이 되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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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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