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프리피플의 재발견

2006-07-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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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프리피플의 재발견

프리피플의 올 가을 컬렉션에 선보인 니트 카고 원피스. 스키니 진과 매치하면 시크한 분위기가 물씬 난다.

좀 민망하긴 하다.
프리피플(Free People)이 백화점이나 편집매장에 자기 이름을 내건지 3~4년도 넘은 일인데다 요즘처럼 한 시즌이 멀다하고 새 브랜드가 런칭되는 판에 지금에 와서 프리피플을 소개하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프리피플이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처음 프리피플이 런칭했을 때만 해도 빈티지 룩이 많지 않았던 때라 패션 피플들의 눈에 단박에 꽂혔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그 디자이너가 초발심을 잃었는지 갈수록 대중과 영합(?)한 프리피플이 고유의 빈티지 필을 잃더니 점점 속물이 돼 가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어느 순간 프리피플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처음 프리피플과 맞닥뜨린 건 어반 아웃피터(Urban Outffiter)에서였다. 빈티지 필 팍팍 나는 면소재 꽃무늬 원피스가 딱 걸렸다. 그런데 가격표를 살펴보니 클리어런스 세일중으로 단돈 10달러. 나네트 레포르(Nanette Lepore)를 연상시키는 신경 많이 쓴 레이블에 프리피플이라고 적혀 있었다. 두 말없이 원피스는 내 옷장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그 뒤 프리피플의 옷을 구매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몇 년새 대중적 인기를 얻은 프리피플은 놀드스톰과 블루밍데일 등 백화점 입점까지 성공해 승승장구했지만 첫 런칭 때의 빈티지 필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더니 올 여름 프리피플의 반전이 시작됐다. 다시 초심의 디자인이 마구마구 보이는 것이 아니던가. 레깅즈와 함께 코디하면 좋은 폭 넓은 면소재 짧은 원피스와 믹스 앤 매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팔 없는 후드, 드레스로도 좋지만 스키니 진과 함께 입으면 스타일리시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면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예쁘고 보석 같은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세일 상품 중에서 프리피플 아이템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 디자인이 너무 괜찮은 덕분에 정가로도 충분히 팔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끔 이처럼 반전을 시도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영국 브랜드의 대명사였지만 시즌이 바뀌고 해가 가도 바뀌지 않는 고리타분한 디자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버버리가 최근 1~2년새 젊은 수석 디자이너를 영입하더니 지난날 런던 모즈룩의 영예를 되찾는 듯 시크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버버리의 재탄생을 예고했다.
라코스테는 또 어떤가.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부잣집 남성들의 공식 티셔츠였던 악어 로고 하나로만 버티던 이들이 지난해부터 유쾌한 반란을 시작해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다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중이다.
프리피플의 가을 컬렉션 역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자유로운 믹스 앤 매치가 스키니 진이나 레깅즈에 코디하기 손색이 없어 보인다.
만약 지난 시즌 유행한다기에 사놓은 스키니 진이 있지만 옆으로 삐죽거리면 미어져 나온 공포의 뱃살과 허벅지살로 고이 옷장 안에만 모셔뒀다면 올 가을엔 프리피플 롱 후드나 소매 없는 긴 티셔츠 하나 구입해 면 티셔츠와 믹스 앤 매치하면 하루종일 날씬쟁이가 된 듯 기분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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