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적 체험 후‘희망 전도사’로

2006-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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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S 희귀병… 수술 후 40일간 의식불명… 깨어났지만 중증장애인…

■온누리교회 중보기도 사역 박기순 목사

박기순(34·영어명 Keith) 목사의 기억에는 2004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없다. 박 목사는 그해 11월19일 토랜스 메모리얼 병원 수술실로 들어갔다. 눈을 뜨니 12월28일이었다.
그저 긴 잠을 잔 것 같은데, 의사와 가족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목사와 같은 ‘스티븐 잔슨 신드롬’(SJS) 환자는 90%가 사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을 받고 박 목사처럼 의식을 잃으면 생존 확률은 더 낮아진다.
기적같이 깨어났지만 몸은 신생아가 됐다. 혼자 밥을 먹지도, 말을 하지도, 걷지도 못했다. 피눈물 나는 재활훈련이 박 목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완벽하지는 않아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사니 감사할 따름이다. 오른쪽 눈도 문제였다. 안구를 가운데에 있도록 좌우로 당겨주는 근육이 파괴돼 눈알은 오른쪽 아래로 처져 있었다. 안구 근육 재생 수술을 두 번 받았지만, 눈은 완전히 살아나지 않아 두 눈은 서로 다른 사물을 본다. 그래서 오른쪽 눈을 일부러 감고 산다.
당뇨 때문에 박 목사에게 SJS 병마가 찾아왔다. 할아버지의 병력이 대물림된 것이다. 주치의가 좋은 당뇨약이 나왔다고 처방전을 바꾼 게 화근이었다. 약이 몸에 맞지 않아 몸 안을 태우기 시작했다. 몸 내부가 다 타 뜨거운 기운이 피부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온 몸에 수포가 형성되고 짓무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열흘을 앓다가 수술대에 올랐다.
“몸의 30%만 화상을 입어도 죽는다는데, 저는 몸 속이 다 타도 살았으니 저 자신도 신기해요.”
지금은 담담하게 말하지만, 한때 자살을 생각할 만큼 끔찍했다. 숨만 쉴 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한숨으로 지샐 때 수술 전 ‘하늘에 속한 사람’에서 읽었던 대목이 스쳐갔다. ‘내 미래는 모르지만 내 미래를 잡고 계신 분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힘들어도 하나님이 저를 살리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으면 아무 소용도 없잖아요. 제가 살아있는 자체가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몸이 성치 않은 지난해 11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지금은 LA온누리교회(담임목사 유진소)에서 중보기도 사역을 맡아, 다른 성도들을 생각하며 산다. 자신이 겪었던 불행과 극복을 통해 청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단다. 눈이 불편해도 차를 몰고 가 라스베가스, 달라스의 청소년 모임에서 간증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박 목사는 23일 오후 1시 샌타모니카 한인장로교회(담임목사 조중좌)에서 청년부 부흥집회를 갖는다.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한 자에게는 의의 평강한 열매를 맺나니/너희 발을 위하여 곧은 길을 만들어 저는 다리로 하여금 어그러지지 않고 고침을 받게 하라’는 히브리서 12장을 설교 제목으로 택했다. 어려움 뒤에 숨겨진 희망을 전하겠다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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