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키 호러 픽쳐 쇼

2006-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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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매주 상영된 토요일 자정쇼

역사 및 배경

로키 호러 픽처 쇼는 영국의 유명 스테이지 뮤지컬을 바탕으로 원작자 겸 작곡가인 리차드 오브라이언과 호주 연출가 짐 샤만이 공동 집필하여 제작한 영화다. 오브라이언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기본 스토리 라인과 록큰롤 풍의 노래 몇 곡에 샤만이 합류하여 살을 붙이고 생명을 불어넣어 탄생시킨 뮤지컬을 다시 두사람이 재구성하여 영상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뮤지컬 ‘로키 호러 쇼’(The Rocky Horror Show)는 1973년 런던에서 첫 공연을 하자마자 그 해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장기 공연에 들어간 대히트였다. 다음해 1974년, 짐 샤만을 비롯하여 다수의 오리지널 스태프가 로스앤젤레스의 록시 (Roxy) 극장에서 초연하고, 그 캐스트가 그대로 뉴욕으로 옮겨가서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였다.
그러나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장수한데 비해 브로드웨이 진출은 비참한 결과였다. 타지에서 온 작품에 유난히 냉정한 뉴욕 비평가들은 로키 호러 쇼를 끝내 인정해주지 않았고, 결국 45회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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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로키 호러 쇼의 포스터.

같은 해, 샤만 감독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당시 미국에서 금기로 간주되던 동성애, 분륜, 남자가 여장을 하거나 여자가 남장을 하는 트랜스베스티즘, 사람 고기를 먹는 캐너벌리즘 등 선정적이고, 때로는 야만스런 사회의 터부를 적나라하게 주제로 표현한 이 작품을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개봉관에서 밀려난 영화는 작은 집단들의 관심을 끌었고, 차츰 컬트(Cult) 영화의 색채를 띠게 되었다.
뉴욕의 웨이버리 디어터에서 출발한 미드나이트 쇼는 열광 팬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주변 극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 때마다 스크린 앞에는 영화 캐릭터와 똑 같은 복장으로 모든 대사를 따라 하는 그림자 캐스트(Shadow Cast)가 등장했고, 일반 관객들 역시 캐릭터와 비슷한 분장을 하고 극장에 나타나 장면마다 대사를 함께 외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하나의 이벤트를 만들어 냈다.
1980년, 영화 페임(Fame)의 주인공들이 웨이버리 디어터에서 이 자정쇼를 관람하며 비오는 장면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신문지를 머리에 쓰고 물총을 뿌리는 광경을 연출하면서 영화는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일반 영화가 스크린과 관객이라는 평면 구도적인 관계를 갖는데 비해, 로키 호러 픽처 쇼는 관객이 직접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 그 세계의 일부가 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문화 평론가들은 차츰 컬트 성공작으로 이 영화를 재조명 하기에 이르렀고, 관객이 완전히 새로운 세대로 교체된 오늘날까지도 세계 각국에 팬 클럽이 존재하며 로키 호러 픽처 쇼가 사랑을 받는 이유도 그와 같은 관객 참여 요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테이지 뮤지컬이 더 인기를 누려, 2006년 현재에도 전국 투어가 진행 중이며, 반면, 미국에서는 영화가 더 각광을 받아, 지금도 각 주마다 서너개 도시에서 거의 정기적으로 미드나이트 쇼를 상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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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트랜실베니아 소속 트랜섹추얼 행성 출신인 성의 주인과 하인들. 가운데가 닥터 프랭크 앤 플터 역의 팀 커리. 오른쪽이 리프-래프 역을 맡은 극작가 겸 작곡가인 이 영화의 창작자 리차드 오브라이언.

30년간 매주 상영된 토요일 자정쇼

토요일 밤늦은 시간, 웨스트 LA의 샌타모니카 블러버드에서 405 프리웨이로 진입하다 보면 낡고 작은 극장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온다. 운이 좋으면 검은 망사 스타킹에 붉은 보아를 두른 핼로윈 복장의 젊은이들이나, 소위 드래그(Drag)로 불리는 여장 한 남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남가주에서 가장 오래된 소규모 인디펜던트 극장 중 하나인 랜드마크 뉴아트 디어터의 토요일 자정쇼 ‘로키 호러 픽처쇼’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관객들이다. 제목이나 포스터만으로는 한여름 공포 영화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브로드웨이 쇼를 각색한 코미디 뮤지컬 러브스토리다. 1975년 개봉이래 25년 넘게 단 한 주도 빼지 않고 상영된 기록을 가졌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나라들에서 주말만 되면 어느 극장에선가 자정쇼로 이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이다. 30년 넘은 영상 상태도 좋지 않고 줄거리나 작품성에 있어서 뚜렷이 감동을 줄 요소가 없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끊임없이 관객이 모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과연 무엇이 이 영화를 그리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주말 저녁, 이색적인 영화 관람의 진수를 보여주는 로키 호러 픽처 쇼의 예측하기 어렵고 신기할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분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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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공포 영화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코미디 뮤지컬
러브스토리다.

숲속외진 성 잇단 해괴한 사건


줄거리 및 출연진

결혼을 약속한 젊은 남녀 재넷 와이스(수잔 서랜던)와 브래드 매이저스(배리 보스트윅)가 폭우 속에 자동차 고장으로 헤매다가 전화를 찾아 들어간 숲 속의 외진 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의 주인은 다름아닌 닥터 프랭크 앤 플터(팀 커리). 은하수 트랜실베니아 소속 트랜섹추얼 행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괴짜 과학자인 그를 통해 재넷과 브래드가 겪는 희괴한 사건의 연속을 음악과 함께 코믹하고 풍자적으로 엮어놓았다.
재넷과 브래드가 도착한 때는 프랭크가 자신이 창조해 놓은 최고의 남자 로키 호러(피터 힌우드)를 기념하는 파티를 열어 손님들을 맞이하는 시간. 그러나 파티가 진행되는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로큰롤 가수 에디(미트 로프)를 프랭크가 손님들 앞에서 살인해 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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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호러 쇼의 두 주인공 재넷 와이스와 브래드 매이저스.

에디의 삼촌인 닥터 스캇이 찾아와 에디를 찾으면서 시체를 놓고 숨바꼭질이 벌어지는 것도 잠시, 성에 모인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플로어 쇼가 벌어진다. 이 때 집사와 하인인 리프-래프(리차드 오브라이언)와 마젠타(패트리샤 퀸)가 트랜섹추얼 행성으로 성을 가지고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온갖 소란스러운 우여곡절 끝에 그동안 억류되었던 재넷과 브래드는 결국 풀려나고 악몽과 같던 성은 트랜섹추얼 행성인들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텔마와 루이스’ ‘불 더럼’ ‘애틀랜틱 시티’ 등으로 널리 알려진 수잔 서랜던의 영화계 데뷰 초기인 20대 때 모습을 볼 수 있다.
로키 호러 픽처 쇼의 헤로인, 혹은 주인공 역의 팀 커리는 단연 이 영화의 수퍼 스타로 각광 받았으며, 이후 많은 영화와 TV쇼, 디즈니 만화영화 등에서 주로 악역을 맡아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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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 연극과 학생들의 로키 호러 뮤지컬을 열연하고 있다.

로키 호러 픽처 쇼에
얽힌 재미난 뒷얘기

리차드 오브라이언은 원래 프랭크의 첫 장면까지 모든 도입부를 흑백으로 촬영하고, 프랭크의 등장 이후에는 프랭크의 입술만 붉은색으로 보여주는 비전을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개봉된 영화에서는 도입부 20분간만 흑백으로 촬영되었다.
로키 호러 픽처 쇼는 개봉 이래 박스 오피스 수입만 135만달러를 달성, 개봉관 200개 이하 영화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기록을 세웠다.
처음 예산은 100만달러로 시작했지만, 실질적인 총 제작비는 500만달러 가까이 지출되었다.
수잔 서랜던은 수일간 지속된 폭우 장면을 찍고 폐렴을 앓은 바 있다.
1981년, 당시 최고 인기를 얻고 있던 코미디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에 팀 커리가 게스트 호스트로 출연하여 에디 머피와 함께 로키 호러 픽처 쇼를 풍자한 코미디 스킷을 보여주었다. 이 날 뮤지컬 게스트는 에디 역을 맡았던 가수 미트 로프였다.
쪾1990년, 캘리버 프레스에서 로키 호러 픽처 쇼 만화책(케빈 밴훅 글·그림)을 출판했다.
가장 오래된 로키 호러 픽처 쇼 기록은 1977년부터 현재까지 미드나이트 쇼를 상영하고 있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오리엔탈 디어터다.
25주년을 맞은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로키 호러 쇼’ 리바이벌 공연이 열렸으며, 새로 단장한 비디오가 출시되었다.
로키 호러 픽처 쇼의 관중 참여 앨범도 출시된 바 있으며, 관중들을 위한 극본인 오디언스 스크립트도 출판되어 팬 사이트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뉴아트 디어터 (Landmark Nuart Theatre)

남가주에서 가장 오래된
소규모 인디펜던트 극장

인디펜던트 영화란 말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던 시절부터 소자본 아트 필름, 외국 영화 및 컬트 클래식을 상영해 온 곳이다. 한동안 내부 수리를 거쳐 최근 다시 문을 열면서 과거 수년간 계속했던 토요일 미드나이트 쇼인 로키 호러 픽처 쇼를 상영한다.
주소는 11272 Santa Monica Bl., Los Angeles, CA 90025.
전화 310-281-8223
티켓은 성인 9달러 50센트, 어린이 및 노인 7달러 50센트이며, 밤 11시 30분부터 판매됨.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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