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처 치유-- 가정 유지 필수요소 (2)

2006-07-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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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누구하고 있다가 이제 오는 거예요! 나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지 왜 맨날 늦게 와요? 누구야? 뭐하는 여잔데?” 퇴근시간 30분 늦게 집에 도착했다고 소리지르며 어떤 여자와 함께 있었다고 다 결정해서 확신있게 질책하는 아내.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남편 힘들게 일하다 들어오면 힘들었냐고 한마디 묻지는 못할 망정 그걸 말이라고 하냐?” 피곤에 지친 남편의 대답이다. 싸움을 대판하고 둘 다 마음의 부상병이 되어 각방 쓰기 작전이 벌어진다.
얘기를 듣고 보니 아내의 아버지가 ‘작은 엄마’를 둘씩이나 얻어 살았다. 엄마는 맘 고생 끝에 나이 50 겨우 넘기시자 돌아가셨다. 이 여자에겐 남자가 늦게 집에 온다는 사건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다는 말과 동일어가 되어버렸다.
“넌 어차피 떠나갈 여자 아냐? 뭘 그렇게 말이 많아. 싫으면 고이 나가. 나 안 잡아.” 싸움할 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남편. “당신은, 내가 언제 나간다고 했어? 왜 꼭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해요? 난 단순히 자기가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주길 원하는 것뿐인데.” 아내의 대답이다. “야! 여자들은 다 똑같은 것 아냐? 힘들면 가버리는 거.” 알고 보니 남편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술 마시고 두드려 패서 힘들다”고 남편 나이 9세 때 도망가 버려서 갖은 고생을 다하며 자수성가하며 커온 사람이었다. 여자는 언젠가는 떠난다는 개념이 머리 속에 확 박혀있어서 언제나 방어적이고 정을 뗄 준비를 하며 살고 있다.
“이봐 아줌마. 내가 먼저 왔는데 왜 그쪽으로 가지? 당신 눈에 난 안보여? 내가 그렇게 싫어? 내 얼굴에 서자라고 써있어?” 식당 한 중간에서 바빠서 정신없이 뛰는 웨이트리스에게 시비가 붙었다. 비슷한 시간에 들어온 다른 손님에게 먼저 갔더니 이런 난리가 벌어졌다. 커오는 과정에서 항상 멸시받고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의 반응이었다. 이 사람에겐 주위 사람들의 행동의 많은 것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이고 그래서 격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사람이 들어오는데 쳐다도 안보고 뭐 하는 거야? 너 날 남편이라고 생각이나 하고있어? 그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넌 그렇게 배웠냐 클 때?” 아내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남편. 바쁜 부모님 밑에서 고아처럼 혼자 밥 먹고 혼자 숙제하고 혼자 졸업식 가고 하면서 커왔다. 이 사람에겐 이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에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관심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행동을 창출하곤 한다.
우리 모두는 위의 예들과 똑같지는 않을지라도 각자 나름대로의 마음의 상처들이 다 있다. 내가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행동들을 자기 경험에 맞추어 해석하고 결정하게 된다. 무시함을 많이 당한 사람은 어떤 사람의 평범한 행동 속에서도 무시한다고 느끼고 바람 피우는 것을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은 모든 남자는 다 바람 피운다 라고 생각하고, 따돌림을 많이 당한 사람은 모든 사람이 자기를 항상 따돌린다고 느끼고, 버림받음을 당해본 사람은 사람들은 자기를 또 버릴거라는 생각의 집착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이래서 ‘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난 척하면 다 알아” 말하는 사람의 그 ‘척’은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경험을 많이 해왔느냐에 따라서 그 척의 해석이 딸려온다. 그 척으로(자기경험) 사건을 해석하고 판단한다. 자기의 경험으로 자기 수준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해석하고 결정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거짓말하지마” 하면서 상대방을 믿지 않고 자기 ‘척’을 더 믿고 싸우며 두 사람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경지까지 가게된다.
이와 같이 나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상처들이다. 이런 상처들은 꼭 치유를 받아야 한다. 이 치유가 있은 후에야 우린 능동적으로 사랑을 해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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