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44 사이즈의 유혹

2006-07-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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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44 사이즈의 유혹

지난 월드컵 기간 독일에서 파파라치에 의해 찍힌 빅토리아 베컴. 뼈만 남아 앙상해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담배끊은 남자,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와는 놀지 마라’는 말은 감히 단언컨대 진리다.
특히 금연보다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몸무게를 반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이와는 절대로 친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금연은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다이어트라는 이름아래 1파운드를 줄이는데 얼마만한 인내심과 자기수양, 절제, 오기,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르는지는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태양이 작렬하는 노출의 계절이 돌아오면 다이어트에 대한 유혹과 살에 대한 죄책감은 더 늘어가기만 한다. 그렇긴 하지만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보여지는 다이어트 열풍은 트렌드를 넘어 가히 살인적이다.
한국에선 마네킹 몸매(55사이즈)보다도 적은 44 사이즈가 대세고, 66과 77 사이즈는 매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44 사이즈는 미국 사이즈로 치면 0에 해당된다. 55 는 2, 66은 4다. 종합해 보면 사이즈 0과 2 몸매만을 가진 여성들만이 옷 샤핑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 사이즈가 10대와 20대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30~40대 아줌마들에게도 이 사이즈는 강요되고 있다. 66사이즈만 되도 샤핑에 나서기가 창피하고, 77사이즈는 아예 백화점 유명 의류매장에서 옷 사입기를 포기하고 빅 사이즈 전문 매장을 찾아야 한단다.
이 통렬한 현실의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가장 유력한 설은 유명, 특히 그 앞에 트렌디하다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브랜드들이 자신의 옷을 가장 예쁘게 입혀 거리로 내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내 브랜드 옷을 입으려면 소비자가 옷에 몸을 맞춰라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싫다면? 당연히 안 사주는게 고맙다는 얘기가 되겠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할리웃이 있는 캘리포니아는 그렇지 않아도 ‘육체’를 중요시 여기는 도시답게 할리웃 스타들을 중심으로 몸짱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특히 린지 로한, 니콜 리치, 테리 헤처, 빅토리아 베컴 등은 거식증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타전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먹는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면서 매 끼니를 ‘프로틴 바’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해골처럼 말라가는 이들에 대해 연예전문 잡지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독일 월드컵 기간 내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빅토리아 베컴은 키 163센티미터에 몸무게가 95파운드로 한창 잘나가던 스파이스 걸스 시절보다도 무려 35파운드를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식증 초기 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미세스 베컴은 지난날 섹스 심벌의 영화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20대 초반 스타들과 몸매 경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거식증의 원인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래도 어쩌랴. 이 얼굴 되고, 몸매 좋고, 돈 많은 스타들의 목숨을 건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날씬한 몸매 대한 유혹은 오늘도, 내일도, 내일 모레도 쭈~욱 계속되지 싶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면 오히려 ‘다들 이렇게 난리들인데 나도 다이어트나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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