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비 가이드

2006-07-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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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의 오’(The Oh in Ohio) ★★½

클리블랜드에 살면서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남편을 가진 프리실라(파커 포우지)는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을 여자인데 매우 중요한 것 하나가 결여됐다. 그것은 오르가즘.
이 문제로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남편이 잠자리를 차고로 옮기더니 급기야 고교 동창생과 산다고 가출하면서 프리실라의 완벽했던 삶이 와해된다.
그런데 프리실라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자위행위 기구를 사 그것에 의해 만족을 얻은 뒤로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섹스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제목의 ‘Oh’는 오르가즘을 뜻하는데 상스럽고 성적으로 노골적이며 우습다. 라이자 미넬리가 자위행위 지도교사로 나온다. 성인용. 선셋5(323-848-3500) 등.

‘신랑들러리’(The Groomsmen)’


뉴욕 롱아일랜드의 중산층 30대 어른들의 미성숙과 우정과 장난을 즐겨 다루는 배우 겸 감독 에드 번즈의 영화. 곧 결혼할 폴리의 식을 며칠 앞두고 그의 들러리를 설 죽마고우들의 먹고 마시고 울고 웃고 장난하고 대화하는 어른 아이들의 총각파티 얘기.
이들은 골프하고, 낚시하고, 소프트볼하고, 술 마시면서 우정을 되새기고 또 서로의 문제들을 털어놓는다.
모두들 한 가지씩 문제를 가졌는데 폴리는 약혼녀가 임신해 곧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두렵고 폴리의 결혼한 형은 게이이고 폴리의 사촌은 달아난 애인을 되찾으려고 혈안이 돼 있고 또 다른 친구는 고교 시절 록밴드의 부활에 여념이 없다.
한편 이들의 여자들은 모두 집에서 얌전히 남자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성인용.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 15(310-289-4AMC).

‘푸른 벨벳’(Blue Velvet)

각본가이자 감독인 괴짜 데이빗 린치의 어둡고 감각적이요 아름답고 매력적인 미스터리로 개봉 20주년을 맞아 새 프린트로 상영된다.
미국의 중산층이 사는 작은 마을과 주민들의 어두운 비밀과 타락과 욕망을 짙은 물감으로 채색하고 또 칼질을 한 영화다.
순진하나 호기심 많은 대학생(카일 맥래클랜)의 눈을 통해 이 마을의 하복부가 묘사된다.
대학생과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은 치명적 비밀을 지닌 고혹적인 카바레 가수(이사벨라 로셀리니)와 순수를 상징하는 마을 형사의 청순한 딸(로라 던) 그리고 성적 환상에 매어 달리는 사이코 킬러(데니스 하퍼) 등. 꼭 보시도록. 성인용. 2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바바렐라’(Barbarella·1968)

긴 금발의 제인 폰다가 몸에 꼭 끼는 옷을 입고 섹시한 몸매를 뽐내면서 오르가즘 기계를 탄 채 흥분해 날뛰는 장면으로 유명한 공상과학 섹스 마약 환상영화로 컬트 무비다.
폰다가 41세기 우주의 모험가로 나와 춤추고 마약하고 섹스 하는 미드나잇 영화로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폰다의 남편 로저 바딤이 감독했다. 불-이 합작.
록그룹 두란 두란은 그들의 이름을 이 영화의 우주독재자 이름에서 따왔다. 사운드 트랙이 일품. (사진)

‘위험: 디아볼릭’
(Danger: Diabolik·1967)
이탈리아의 만화가 원작인 초현실적 스릴러. 역시 불-이 합작. ‘바바렐라’에 나온 존 필립 로우가 멋쟁이 도적으로 나오는 재미있는 영화.
의상, 세트, 촬영 및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등이 모두 일류다. 16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극장 동시상영.

‘4’
★★★½(5개 만점)


숫자 통해 ‘골병든 러시아’비판

상징과 숫자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 악몽의 시와 같은 러시아 영화로 러시아의 정부와 관료체제, 몰락해 가는 농촌사회와 인간복제 그리고 가축에 대한 유전인자 조작 사육 등을 비판하고 풍자한 초현실적인 영화다.
러시아의 삶을 너무 암울하게 묘사해 당국으로부터 40분을 잘라내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영화가 국제영화제서 여러 상을 받으면서 126분의 원본 그대로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에서만 상영이 허락됐다.
일리아 크르자노브스키 감독의 데뷔작으로 야심에 찬 영화인데 매우 우울하고 음침하면서도 우습고 토속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이요 독특한 영화다.
겨울 밤 물 젖은 도시의 길에 4마리의 개가 각기 정위치에 앉아 있고 개들 뒤의 상점 진열장에는 헝겊으로 만든 4개의 인형이 죽은 자의 눈으로 거리를 내다본다.
영화는 이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곧 이어 거대한 착암기 4개가 개들이 앉은 곳을 향해 내려꽂힌다.
이어 장면은 바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호언장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남자는 피아노 조율사요 또 다른 한 남자는 육류 매입 판매상이며 여자는 창녀다.
이들이 자기 직업을 속이고 술 마시고 담배 태우며 하는 말들은 모두 허구다.
영화는 특히 창녀인 마리나를 집중 조명하는데 4자매 중 한 사람인 그녀가 고향 깡촌에 동생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향하면서 러시아 농촌 여성들의 먹고 마시고 대취해 젖가슴을 노출한 채 춤추고 떠들고 싸우는 모습이 장시간 묘사된다. 붕괴된 러시아 농촌에 대한 우스운 비판인데 감독의 과거 러시아에 대한 향수감을 느낄 수 있다.
촬영이 뛰어난데 음산하면서도 아름답다. 영화가 숫자를 통해 암호를 푸는 듯한 애매모호함을 지녔고 상징이 많긴 하지만 눈과 마음을 모두 열고 보면 재미마저 느낄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제목처럼 사람을 비롯해 많은 것들이 넷이 조를 이뤄 묘사된다. 기차 객실 내 승객, 드럼, 어항, 제설차 등. 성인용. 페어팩스(베벌리+페어팩스).

‘빅히트’
(The Big Heat·1953)

아내 살해범 쫓는 정의파 형사

범죄단 두목의 오른팔인 리 마빈이 자기애인 글로리아 그레엄의 얼굴에 커피팟의 펄펄 끓는 커피를 들어붓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유명한 걸작 필름 느와르.
프리츠 랭이 감독한 거칠고 가차없는 영화로 흑백 명암이 뚜렷한 촬영과 불연속적인 음악 및 에누리없는 대사가 작품의 살벌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야수적일 정도로 잔인한 작품이다.
정의롭고 과묵한 형사 데이브(글렌 포드)는 동료형사의 의문의 자살을 수사한다. 데이브는 죽은 동료 형사의 정부로부터 그가 죽기 전 시정부 관리들의 부패상을 기록한 노트를 갖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부패행각 뒤에는 범죄단 두목 알렉산더가 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자기 뒤를 캐는 데이브를 살해하라고 졸개들에게 지시한다. 그러나 이들이 데이브의 차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데이브의 아내가 숨진다. 알렉산더 체포에 혈안이 된 데이브에게 상관의 수사 중지령이 내리자 데이브는 배지를 내던지고 혼자 아내 살해범을 찾아 나선다.
데이브는 알렉산더의 오른 팔 빈스의 애인 데비를 찾아가 진실을 대라고 윽박지른다. 이 사실을 안 빈스는 데비의 얼굴에 끓는 커피를 들어부어 그녀의 얼굴 반쪽을 망가뜨린다. 그리고 데비는 데이브를 찾아가 빈스 일당의 살인행각을 알려준다.
이어 데비는 빈스를 찾아가 그의 얼굴에 끓는 커피를 쏟아 붓는다. 격분한 빈스는 데비를 사살하고 이 때 현장에 도착한 데이브는 빈스를 걸레가 되도록 두들겨 패 경찰에 넘긴다. 데비는 입은 밍크코트로 흉한 얼굴을 가린 채 데이브를 올려다보면서 숨진다.
다양한 성격 묘사와 사실적이며 긴박감 있는 각본 그리고 주제를 따라 가는 날카로운 촬영 등이 모두 훌륭한 영화다.

‘인간의 욕망’
(Human Desire·1954)
역시 랭이 감독하고 포드와 그레엄이 공연한 욕정과 살인의 드라마. 이 영화는 프랑스의 장 르느와르 감독의 걸작 ‘인간 짐승’의 리메이크다. 19, 20일 뉴베벌리 시네마(323-938-4038) 동시상영.

‘에어포트’(Airport·1970)

여러 편의 속편과 모방작을 산출한 여객기 재난 영화의 효시작품으로 흥미진진한 앙상블 캐스트 작품이다. 아서 헤일리의 소설이 원작으로 3편의 속편이 만들어졌다. 폭설이 내리는 밤 대도시 공항을 이륙하는 여객기를 둘러싸고 기장과 승무원과 관제탑 근무자들과 공항 안전담당 책임자들의 관계와 개인적인 문제들이 아기자기하게 엮어진다.
옛날 스타일의 잘 만든 영화로 이륙한 비행기에 폭탄을 소지한 승객(밴 헤플린)이 탑승하면서 기내가 아수라장이 된다. 기내에 몰래 탑승한 나이 먹은 여자로 나오는 헬렌 헤이스가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버트 랭카스터, 딘 마틴, 조지 케네디, 진 시버그, 재클린 비셋, 모린 스테이플턴, 데이나 윈터, 로이드 놀랜 등 공연. 17일 하오 7시30분. 아카데미 본부극장(8949 윌셔).

‘작은 남자’(Little Man)

흑인 코미디언팀 웨이안스 형제들이 만든 터무니없는 코미디. 신장 3피트가 채 못되는 보석털이 캘빈이 옥살이 끝에 은퇴를 하기 전 마지막 한탕을 시도한다. 목표물은 10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
그런데 이 한탕에 차질이 생기면서 캘빈은 훔친 보석을 지나가던 바네사의 가방에 떨어뜨린다. 바네사의 남편 대릴은 아버지가 되고파 안달이 났으나 바네사는 조금 기다리자는 답변.
보석을 회수하려던 캘빈은 대릴 부부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자신이 아기 바구니 속에 드러누워 대릴의 집 앞에 도착한다. 이 아기를 남이 버린 아기로 생각한 대릴이 캘빈을 양자로 삼기로 하면서 캘빈의 보석회수 작전에 차질이 인다. PG-13.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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