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 중년 이혼

2006-07-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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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어떻게 살다 이제 와서야 이혼을 하나 의아스럽다. 허나 그들의 지난 결혼 생활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결혼 초기부터 시작된 불화와 불신, 그리고 학대와 불만족, 불협화음의 스토리들이 구비구비 많다. 그 모든 것들을 더 이상 맞출 수도,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오다보니 중년의 나이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불행한 결혼을 일찍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러가지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참고, 어떤 사람은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산다.
아이들에게 부모들의 이혼이라는 충격과 스티그마를 남겨주고 싶지 않아서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친구 등 주위의 시선과 압력 때문에 못한다.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자신이 없어서 불행한 결혼에 끌려간다.
어떤 사람은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는 죽은 결혼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게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 이혼만 하고 결혼의 외형을 유지해간다. 그리고 밀려오는 생활의 다른 문제들 때문에 결혼의 온갖 문제는 그저 끌어안은 채, 억누르고, 미루고, 회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이르면서 부랴부랴 살아왔던 걸음을 잠시 늦추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삶과 그 삶의 우선 순위에 대하여, 그리고 삶의 양보다 질을 생각해 보게 된다.
오랜 세월 누적되며 가중되어진 문제의 무게를 지탱해갈 에너지가 소진되어가며, 앞으로 남겨진 삶의 날들을 여전히 이렇게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에 초조하고 착찹해진다.
그리고 자신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이혼하지 못한 이유들을 재검토해 보게되는데, 예전에 신경썼던 그 이유들이 더 이상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같이 살며 부대낀 세월 때문인지 혼자 있게될 것에 대한 두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고, 더 이상 친척과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도 개의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은 커서 떠나게 되니 더 이상 그 이유도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평생동안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만을 충실히 살아왔던 그 삶을 계속하고 싶지 않고, 평생을 가정경제를 위해 일만하며 살아왔던 가장으로서만의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삶의 재미를 즐겨야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이혼을 위해 상담을 한다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사실은 결혼의 문제가 시작될 때, 문제가 심각하게 곪기 전, 전문적인 도움을 받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객관적 시각의 결여와 서로에 대한 옹이진 감정, 또 서로에 대한 방어벽 때문에 당사자들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것이 결혼 문제이다.
중년에 들어 이혼을 생각하기 전에 결혼문제를 직시하고 결혼생활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몸이 아프면 의사의 도움을 받듯, 결혼관계에 병이 나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문제를 안고 있는 결혼이라면 지금이라도 전문가적 진단과 도움을 받자.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기 때문이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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