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부모의 마음

2006-06-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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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들의 얼굴을 자주 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겠다고 동부를 떠나온 덕분입니다. 아들로 인해 저녁때 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저희 부부만 있을 때는 컴컴한 현관의 계단에 불을 켜지 않았었지만 아들이 늦게 들어온다는 연락이 있는 날이면 저는 계단에 불을 밝힙니다. ‘혹시라도 계단을 오르는 아들이 잘 보이지 않아서 넘어지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인가 봅니다.
또 다른 아버지의 마음이 저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4년 전 대한민국 서해에서 남북한 교류물결과는 정반대로 해군끼리의 격렬한 해상전투가 있었습니다. 당시 22세였던 고 황도현 중사는 해군함정에서 자동포를 거머 쥐고 전투를 벌이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4년이 지났습니다. 그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의 핸드폰을 충전해 놓습니다. 아들이 전사 이틀 전 집에 아무 일도 없느냐고 아버지에게 전화 드렸던 그 핸드폰에 언젠가 아들이 불쑥 전화를 걸어 ‘아버지!’하고 부를 것 같아 가끔 쳐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들을 못 잊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되어옵니다.
자녀의 어려움을 도와서 궁극적으로는 일으켜 세우려는 엄마의 마음은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흔히 ‘자폐아’로 불리는 ‘자폐성 발달장애’는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특히 그들에게 음식을 가려먹는 편식은 세상과의 차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2005년 가을 체코에서 열렸던 세계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배영 200미터 금메달을 포함해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한 이름 김진호. 자폐성 발달장애아인 진호를 키우는 엄마의 눈물 어린 마음이 ‘진호야 사랑해’라는 엄마의 자서전을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호의 엄마는 라면, 초컬릿, 과자 외에는 전혀 다른 음식을 먹지 않는 아들의 지독한 편식을 고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방법은 단 하나 세상에서 가장 독한 어미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엄마가 준비해 주는 밥 외에는 다른 먹을 것을 전혀 찾을 수 없도록 치우고 진호를 데리고 산으로 등산을 계속했습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버티는 아들. ‘라면 주세요, 컵라면 주세요’를 반복하는 진호의 울부짖는 소리. 여섯 끼를 먹지 못해 얼굴이 하얗고, 입술은 푸른색을 띤 아들의 먼 미래를 위해 안 먹는 아들을 데리고 등산을 계속하며 밥을 먹기를 바라는 엄마의 독한 마음(?). 산 정상에서 밥에 김을 말아주는 엄마의 밥을 받아먹는 아들을 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진호가 밥을 먹었습니다. 진호가 밥을 먹었습니다…” 소리쳤던 엄마의 눈물.
이렇듯 하나님은 부모들에게 자식을 돌보고, 바로 키우고, 그리워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셨습니다. 이런 마음을 통하여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시란 것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 마음을, 우리를 올바로 세우시려고 고난을 통과하게 하시는 독한(?) 모습을 보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떠나간 자식을 그리워 하셔서 늘 애타게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엿봅니다. 이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양떼를 돌보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도 듣습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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