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외극장 주말 프로그램 및 여름 스케줄

2006-06-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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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와 숲, 그리고 해변서…해가 지면 ‘영화는 떠오른다’

6월~9월초 열려… 입장료 싸거나 공짜
B무비, 느와르필름 등 다양한 장르 감상

해만 떨어지면 서늘한 바람이 유혹하는 남가주에서는 여름밤을 실내에서 보낸다는 것이 다소 무료하고 따분한 일이다. 특히 주말이 오면 바닷가든 놀이 공원이든 야외로 나가게 되고, 그런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최소한 동네 공원이라도 한바퀴 돌아야 답답함을 벗을 수 있는 밤이 이따금 찾아온다.
야외 극장은 그렇게 2% 부족한 한여름 밤의 권태로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기분 전환이다. 온 가족이 함께 간단한 간식 거리와 담요를 챙겨 들고 밤 피크닉을 즐기다가, 또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나무 아래 모여 앉아 한가한 밤하늘을 구경하다가 히치콕, 찰리 채플린 등의 흑백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해럴드 앤드 모드’ 등 60-70년대 영화, 그리고 ‘슈렉’ ‘라이언 킹’ 등 최신 만화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경험.
예술의 모든 형태를 대중화된 개인적 경험으로 간주하던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다시 유토피아를 꿈꾸는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에 접어든 이 시대에 야외 극장은 더없이 적합하고 어울리는 영화 관람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임들에서 과거 전성기 때 할리웃이 누렸던 매력과 화려함을 부분적으로나마 회복하고자 시작한 이벤트가 해를 거듭하면서 아예 연례 행사로 성장하여 이제는 앤젤리노들에게 시네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낭만과 희열을 여름마다 선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반 극장에 비해 입장료가 저렴하거나 무료이며, 고전으로 불리는 할리웃 클래식이나 가족 위주의 오락 영화에서부터 비디오로도 구하기 어려운 B 무비, 혹은 느와르 필름까지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볼 수 있다.
6월부터 9월초까지, 지역별로 호수가, 해변, 공원, 쇼핑몰 주차장, 묘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린다.
올 여름, 기나긴 방학과 황금 같은 휴가철을 맞아 일주일 중 하루쯤 일상을 벗어버리고 별빛 아래서 시네마 천국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남가주 주요 야외 극장의 주말 프로그램 및 여름 스케줄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토요일 밤의 할리웃 공동묘지 야외 극장

탐정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할리웃은 죽음을 숭배한다’고 말했을 때 60년이 지난 어느 여름 밤, 백여명에 달하는 영화팬들이 공동묘지 잔디에 모여 앉아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보다는 할리웃을 숭배하는 아마추어 시네마 클럽 치네스피어(Cinespia)에서 공동묘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빈티지 스타일 영화 상영을 시작하면서 할리웃과 죽음이 만나는 이색적인 여름밤의 전통이 생겨났다. 불과 3~4년만에 입소문 만으로 모여든 사람이 이제는 주말마다 소형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영화는 9시부터 상영된다. 입장료는 1인당 10달러를 기부금으로 받아 묘지 개발 및 관리에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상영 전후로 DJ가 등장하여 멋진 음악을 선사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거나 음악에 젖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단, 밤이 되면 땅에서 한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몹시 추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담요를 여러 장 가져가고, 따뜻한 옷과 낮은 의자가 있으면 좋다.
또한, 묘지 내에 가로등이 없으므로 손전등을 가져가는 것도 아이디어. 피크닉과 알콜 음료가 허락되고, 흡연은 지난해까지는 가능했지만 금지구역이 강화된 올해는 주최측에 확인할 것.
할리웃 공동묘지에는 루돌프 발렌티노, 더글러스 패어뱅크스, 타이론 파워 빅토르 플레밍, 존 휴스턴, 벅시 시겔 등 유명 배우, 감독 및 제작자들의 묘비가 세워져 있다. 자리를 잡은 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주로 클래식과 컬트 무비를 상영하는데, 추리극, 공상과학, 공포 및 스릴러, 로맨스 등 장르가 다양하다.
6월24일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굿, 배드, 앤드 어글리’(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7월1일에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 love)가 상영될 예정. 자세한 내용은 www.cinespia.org에서 볼 수 있다.
묘지 주소는 Hollywood Forever Memorial Park, 6000 Santa Monica Blvd., 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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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유혹하는 여름 밤, 온 가족이 피크닉 배스킷을 들고 야외 극장을 찾는 것도 색다른 기분 전환.

세리토스 야외 영화 상영(Monday Night Movies)

리버티 공원 야외 극장에서 월요일마다 열린다.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해 여름내 어린이를 위한 영화만 골라서 보여준다. 저녁 7시30분에 개장하여, 8시15분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담요와 음식물은 허락되지만 의자는 금지되어 있다. 자세한 문의는 562-916-8565

올 여름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7월10일: 매드어개스카 (Madagascar)
7월17일: 신데렐라 (Cinderella)
7월24일: 크롱크스 뉴 그루브 (Kronk’s New Groove)
7월31일: 취퍼 바이 더 더즌 (Cheaper by the Dozen)
8월 7일: 릴로와 스티치 (Lilo & Stitch)
8월14일 : 홈 온더 레인지 (Home on the Range)
8월21일: 찰리와 초컬릿 팩토리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샌타모니카 피어 드라이브-인

8월28일: 밸런트 (Valiant)
여름 바다의 낭만적인 밤 공기를 마시면서 영화를 감상하다가, 재미없거나 시시해지면 피어(pier) 안의 가게들을 기웃거리거나 해변으로 내려가 산책을 해도 무난하다.
8월1일부터 9월26일까지 화요일에 열린다. 7시부터 문을 열고 영화 상영은 8시.
피어 중심에 위치한 회전목마에서부터 서쪽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서 사방에서 볼 수 있다. 입장은 무료지만 주변 가게들에서 미리 티켓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영화 일정 및 자세한 문의는 (310)319-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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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극장은 시간이 늦을수록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 때문에 따뜻한 옷이나 담요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벨플라워 금요일 밤 별빛 아래 영화관 (Movies Under the Stars)

벨플라워 시에서 주최하는 여름 행사. 6월23일부터 9월8일까지, 타운센터 시빅 플라자에서 무료로 열린다.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7시 이후 해 질 무렵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자리를 잡고 피크닉을 하다가 영화는 보통 8시가 넘어서 시작된다.
낮은 의자, 담요, 피크닉 배스킷은 허락되지만, 알콜 음료, 유리 용기, 애완동물은 금지되어 있다. 가족 위주 영화를 주로 상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 좋다.

2006년 여름 상영될 영화는 다음과 같다.

6월23일: 프리 윌리 (Free Willy)
6월30일: 치킨 런 (Chicken Run)
7월 7일: 킥킹 앤드 스크리밍 (Kicking and Screaming)
7월14일: 큐리어스 조지 (Curious George)
7월21일: 플리퍼 (Flipper)
7월28일: 샬롯스 웹 (Charlotte’s Web)
8월 4일: 오즈의 마법사 (Wizard of Oz)
8월11일: 구니스 (Goonies)
8월18일: 유어스, 마인, 앤드 아워스 (Yours, Mine & Ours)
8월25일: 드리머 (Dreamer)
9월1일: 핑크 팬더 (Pink Panther)
9월8일: 찰리와 초컬릿 팩토리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타운센터 플라자는 벨플라워 다운타운 샤핑가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Bell Flower Civic Center Plaza, Bell Flower Bl. & Pacific Ave., Bell Flower, CA 90706.
자세한 문의는 (562)804-1424 x2268

밤되면 추워져 담요·손전등 준비토록
곳에따라 금연·애완동물 반입 금지도

버뱅크 아웃도어 픽처 쇼(Outdoor Picture Show)

6월부터 8월까지 수요일마다 버뱅크 IKEA 플라자에서 영화가 상영된다. 월요일에 버뱅크 타운 센터 내 커스토머 서비스 데스크에서 입장권을 받아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입장권은 손목에 차는 팔찌인데, 1인당 4개로 제한되며, 매주 색깔이 바뀌기 때문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자세한 문의 및 주소는 (818)566-8556에서 알 수 있다.

올 여름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6월29일: 스파이더-맨 (Spider-Man)
7월 6일: 로봇 (Robots)
7월13일: 해리 포터와 프리즈너 오브 아즈카밴 (Harry Potter & the Prisoner of Azkaban)
7월20일: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7월27일: 13 고잉 온 30 (13 Going On 30)
8월 3일: X맨 (X-Men)
8월10일: 슈렉 2 (Shre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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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뱅크 IKEA 플라자에서 열리는 무료 영화 아웃도어 픽처 쇼의 2006년 포스터.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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