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 유지를 위한 필수요소 (1)

2006-06-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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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그만큼 벌어다 줬으면 됐지. 분에 넘쳐서… 어디서 집을 나가 나가길!”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용서를 빌지도 않는 부인을 향해 분노를 참지 못해하는 남편. “식구들 먹여 살리려 하루 18시간 이상씩 일해온 죄밖엔 없는데 혼자 사는 편이 덜 고통스럽다”며 가정을 떠나버린 아내. “매일 밥 세끼 딱딱 차려주고, 집안 삐까뻔쩍 치워주고, 와이셔츠는 파리 한 마리 앉아도 미끄러지도록 매끈하게 다려 입혀줬는데도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나가버린 남편.
그렇다. 남자는 돈만 벌어다 주면 여자는 집안 살림만 잘하면 된다는 전통적 한국 남자 한국 여자의 가치관만 가지고는 가정을 보호하기에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정을 행복하게 지키기 위해선 남편과 아내 모두가 꼭 소유·개발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첫째로, 가정은 내가 옳다고 믿는 어떤 것들, 그 옳은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상대방의 감정이 상해도 상관없다고 전쟁하는 싸움터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 놓는 것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가 따뜻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싸우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것들이 현재 생활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려서부터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야단치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우리 머리 속에 강력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그 비슷한 일이 진행될 때 뇌가 자동으로 화내는 반응을 보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록된 것들 중 어떤 개념들, 여자는 이래야 되고 남자는 저래야 된다는 많은 것들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쯤은 모두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늦잠만 자면 화내는 남편(농사시 늦잠 자면 굶어죽는다고 교육 받아온 남편), 목소리가 크다고 싫어하는 남편(여자 목소리는 문 창호지를 넘어가면 안 된다고 배워온 남자), 지저분하다고 짜증내는 부인(집안 깨끗한 것만 강조 받고 커온 여자), 남자가 말이 많다고 싫다는 부인(말이 없어야 남자라고 배워온 여자) 등등의 싫어하는 선들이 내 머리에 많으면 많을수록 그 선들의 노예가 되어 현재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없을 수밖에 없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많은(강조 받아온 것들이 많은) 사람은 내 머리 속 선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화나는 순간마다 그 이유를 찾아내서 자기 감정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려서 새롭고 긍정적인 모습을 창조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예를 들어 늦잠만 자면 화를 내던 사람은 “현재는 애들이 농사 짓고 크는 것이 아니니까 주말에 늦잠 자도 굶어죽지 않는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서 화나려고 하는 감정 뇌를 달래주면서 화를 내지 않도록 훈련시켜야 하고 “여자는 목소리가 크면 안 된다”고 강조 받아온 남자는 “여자가 목소리가 커도 충분히 좋은 여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 감정 뇌를 다시 훈련시켜 내 반응을 바꾸어야 한다. 또 지저분한 집을 보고 화내던 사람은 화내는 행동이 집안을 깨끗하게 해주지 않음을 깨닫고 벌컥 화내는 대신 함께 청소하도록 계획하고 가족회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남자는 말수가 없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 노예가 되어 있던 여자도 “남자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표현을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주입시켜 말수를 가지고 싸우는 에너지를 그 말을 들어주고 대화하는 기법을 함께 배우는 일로 돌려서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유지하는 일에 쏟도록 한다.
이와 같이 부부 싸움을 자주 일으키는 조건들,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을 잘 관찰하면서 내 스스로의 두뇌를 훈련하고 또 훈련하고 두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은 잘 의논해서 조절하면서 내가 내 의지로 내 모습을 새롭게 창조해서 새로운 행동 모습으로 사는 삶을 살 때 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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