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행가이드 마운트 베이든-파울

2006-06-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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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가이드 마운트 베이든-파울

마운트 베이든-파울 하이킹 트레일.

마운트 베이든-파울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왕복 거리가 8마일에 등산고도 2,800피트이다. 등산에 대해서 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 등산코스로 만점짜리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너무 짧아서 아쉽지도 않고 너무 길어서 지겹지도 않은 코스이다.
이 산은 LA 근방의 최고봉인 마운트 볼디 북쪽에 위치한 봉우리라서 오랫동안 노스 볼디라고 부르다가 보이스카웃 소년들이 등산로를 만들어놓고 공식 훈련장으로 쓰기 시작한 후부터 보이스카웃 창시자인 영국의 베이든-파울경의 이름을 따서 개명했다.
41개의 지그재그 모양의 등산길이 커브를 돌 때마다 몇 번째 돌고 있다는 표시판이 세워져 있어서 등산객이 등산 도중 어느 만큼 올라와 있는지 곧 헤아려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등산로변에는 의자와 쉬는 장소도 만들어져 있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샘터도 있어 더욱 좋다. 평지나 내리막길이 없이 꾸준히 올라가는 길이어서 등산로 따라 점차 높아짐에 따라 달라져 가는 식물군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퍽 재미있다.
등산로 초입에 참나무군으로 시작한 노변 식물이 얼마 안 가서 제프리 소나무 숲으로 바뀐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송진 냄새가 상큼하다. 고도가 더 높아지면 전나무 종류인 화이트 펄로 바뀐다. 집 뒤뜰에라도 옮겨 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반 길을 넘으면 하늘이 안 보이게 울창한 라즈폴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흔히 통나무집을 지을 때 쓰는 소나무 종류인데 나무 하나 하나가 모두 좋은 재목감이다.
산봉우리에 가까워지면서 고산성 식물인 림버 파인이 나온다. 겨울 찬바람에 시달리고 가득히 쌓이는 눈 무게를 못 이겨 몸통은 모두 찢어지고 꺾어지고 옆가지들 뿐이라 언뜻 보기에 만신창이가 된 키 작은 잡목처럼 보인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 울퉁불퉁 험하게 생긴 한 그루의 노송 앞에 수령 1,500년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데 나무 모양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만약 이 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내게 무슨 말을 해줄까.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 옳게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겠지. 구도하는 마음으로 노송을 뒤로하고 돌아서면 곧 정상에 닿는다.
사방이 훤히 트인 시야에 주위의 고봉들이 모두 발 밑에 군림한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고 시원한 산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순간 역시 잘 왔구나 누구나 생각한다.

가는 길

라카냐다에서 시작되는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 2번을 타고 북쪽으로 53마일 가면 오른쪽으로 빈센트 갭(Vincent Gap)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파킹장이 나온다.
차를 세우고 트레일 팻말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어드벤처 패스가 있어야 파킹할 수 있다.
강태화 <토요산악회장·909-62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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