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빠 사랑해” 맛으로 전해볼까

2006-06-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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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해” 맛으로 전해볼까

파더스 데이를 맞이해 준비한 요리를 함께 먹고 있는 노창수씨와 노윤지씨 부녀.

아빠는 한식전문 딸은 서양요리

‘맛있는 데이트’즐기는 노창수·노윤지 부녀

아빠와 딸 사이에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러다 딸이 맛깔스레 끓인 라면과 함께 살인 미소로 애교 작전을 펴자, 허허 좋은 웃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아빠의 한마디. ‘내가 이 맛에 산다!’ 요즘 TV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라면 광고의 한 장면이다.
다가오는 일요일, 파더스 데이에는 광고에 등장하는 아빠처럼 내 아버지에게도 ‘세상사는 맛’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아버지날을 맞이해 다양한 선물 리스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평소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해 대접하는 것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 선물도 없으니 말이다. 요리에 자신 없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누구나 끓일 수 있는 라면 하나도 정성스레 만들면 감동하지 않을 아버지는 세상에 없을 테니까.
평소 요리하길 좋아해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노윤지씨 역시 이번 파더스 데이에는 아버지 노창수씨에게 선물 대신 맛있는 요리를 준비했다. 노씨가 만드는 요리 중 특히 파스타를 좋아하신다는 아버지를 위해 직접 준비한 메뉴는 야채 크림소스 파스타, 직접 만든 드레싱으로 맛을 낸 루비 샐러드, 애피타이저용 핑거 푸드 매시드 포테이토를 넣은 송이버섯 등 모두 세 가지.
“다른 아버지들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이나 찌개가 함께 나오는 한식을 드셔야 ‘잘 먹었다’ 하시잖아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색다른 서양요리도 무척 좋아하세요. 특히 제가 만든 파스타는 너무 맛있어 가끔 먹고싶다고 하실 정도예요”
아버지 입맛을 사로잡은 노윤지씨 버전의 크림소스 파스타의 특징은 일단 크림소스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매콤하다는 것. 다른 야채를 볶을 때 매콤한 맛을 내는 할라피뇨를 잘게 썰어 함께 볶은 다음 크림소스에 넣어 다시 한번 끓이는 것이 느끼하지 않은 크림소스를 만드는 비결이다.
여기에 식초와 올리브 오일로 맛을 낸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를 함께 곁들이면 크림소스 파스타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노씨는 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스프링 믹스를 사용했는데, 여기에 아보카도와 석류 알을 함께 넣으면 색다르면서도 정성스런 샐러드가 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사실 파스타와 샐러드는 가끔 해드리던 메뉴라 아버지가 별로 놀라지 않으실 거 같아서 한가지 더 만들었어요. 이건 처음 맛보시는 건데, 좋아하실 지 좀 떨리네요”
올해 파더스 데이를 맞이해 특별히 준비한 요리는 다름 아닌 양송이 버섯에 매시드 포테이토를 넣어 만든 핑거 푸드. 양송이 버섯을 깨끗이 씻어 밑동을 떼내고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닦아낸 다음 매시드 포테이토를 만들어 그 안에 채워 넣으면 된다. 노윤지씨 버전의 매시드 포테이토 역시 색다른 맛을 내는 비결이 있는데, 삶은 감자에 버터, 우유, 소금, 후춧가루 등의 재료 외에 오이 피클 국물을 조금 넣어 함께 버무리면 더욱 감칠맛이 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아빠, 이거 처음 만든 건데 맛 어때요?”
“어, 색다르고 맛있다. 아주 담백해. 근데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 허허”
또다시 아버지 입맛을 사로잡는데 가뿐히 성공. 노창수씨 역시 딸 덕분에 ‘세상사는 맛’에 푹 빠진 눈치다.


“사실 이번 주에는 제가 윤지한테 비후까스 해주기로 한 날이었는데, 파더스 데이 때문에 덕 좀 봤습니다. 허허허”(아버지 노창수씨)
“아 맞다, 아빠가 해주시는 비후까스 먹어본 지도 오래돼서 꼭 먹고 싶었는데 그럼 다음주엔 꼭 해주세요”(딸 노윤지씨)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서로 먹고 싶어하는 요리를 해주며 유별난 부녀지간의 정을 과시하는 노창수, 노윤지씨. 딸이 독립하면서부터 아빠와의 데이트가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5년째다. 어떤 날은 유명 레스토랑에 함께 가서 색다른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한아름 장을 봐다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주로 ‘맛있는’ 데이트를 즐긴다. 색다른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고 나면 아버지는 딸 생각이, 딸은 아버지 생각에 다음 번엔 항상 같이 들를 정도로 돈독하다.
“사실 저보다 아빠가 요리를 더 잘하세요. 저는 주로 서양요리 전문인데, 아빠는 한식 전문이세요. 특히 아빠가 끓여주시는 청국장은 너무너무 맛있어요”
이뿐이 아니다. 게장도 직접 만들고, 낙지와 굴 넣고 김치도 직접 담그신다니 할말이 없다. 서로 취미가 요리와 맛있는 음식 먹기이다보니 대화의 소재는 항상 무궁무진하다. 요리 이야기부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딸을 위한 세상사는 얘기며 남자친구 잘 사귀는 법까지 부녀지간의 대화도 끝이 없다.
“지금쯤이면 윤지가 뭐가 먹고 싶겠다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 만들어주곤 합니다”
“맞아요. 어릴 때도 김치찌개가 먹고싶은 생각이 들면 아빠가 찌개를 끓이고 계시곤 했어요”
맛있는 취미뿐 아니라 마음까지 찰떡 궁합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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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스데이를 맞이해 노윤지씨가 아버지를 위해 요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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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크림소스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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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시드 포테이토를 넣은 양송이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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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샐러드.

글·사진 성민정 기자, 노윤지씨 레서피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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