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6-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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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The King)
★★½(5개 만점)

행복한 목사가정에 때아닌 ‘피바람’

악마의 낙원에의 침입과 에덴동산에 사는 일가족 파괴를 그린 사악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다. 매우 흥미 있는 소재를 감독은 깊은 내적 설명 없이 단순히 이해하기 힘든 복수극으로 꾸며 거부감이 인다.
멕시칸 젊은 배우로 국제 스타로 뜨기 시작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에덴동산에 잠입한 뱀으로 나와 그 독으로 신심 돈독한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이야기인데 복수의 감정적 심리적 근원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그 횡포가 믿어지지 않고 단순한 악의 자행으로 느껴진다.
엘비스는 해군서 제대하자마자 텍사스의 코퍼스 크리스티로 찾아온다. 그는 여기서 10대인 두 남매 제니와 폴 그리고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목사 데이빗(윌리엄 허트)을 찾아가 자기가 데이빗이 20년 전 버리고 간 아들이라고 소개한다.
데이빗은 처음에 이를 부인하다가 엘비스에 명함을 주며 나중에 자기를 찾아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네 모텔에 투숙한 뒤 피자배달원으로 취직한 엘비스는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고 이들 가족을 뱀이 먹이 노려보듯 감시한다.
엘비스의 첫 피해자는 16세 난 데이빗의 딸 말레리. 엘비스는 자기 이복 여동생을 유혹, 임신까지 시킨다. 그리고 이를 안 말레리의 동생 폴이 엘비스를 찾아와 누나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자 다짜고짜 칼로 찔러 죽인 뒤 사체를 유기한다.
자신의 범죄를 말끔히 정리한 엘비스는 마침내 데이빗과 친해지고 데이빗은 실종된 폴 대신 새 아들을 맞았다며 엘비스를 자기 집에 들여놓는다. 뒤늦게 엘비스가 자기 이복 오빠라는 것을 알고 고뇌하는 말레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엘비스는 자기 아버지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용서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하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터무니없는 살육을 저지른다. 엘비스의 이런 살인행위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드라마가 단순한 가학적 살인영화로 추락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지만 과연 누가 이런 영화를 즐길지 미지수. R. 선셋 5(323-848-3500).


‘가을’(Autumn) ★★★

살인에서 손을 뗀 직업 킬러가 애인 때문에 다시 범법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프랑스 스릴러. 액션 위주가 아니라 대사와 분위기로 기분을 내는 실존적 킬러 스릴러로 가을 프랑스의 모습을 찍은 촬영이 일품이다. 문제는 영화가 너무 고매하게 구는 점. 프랑스 킬러들은 모두 철학자들인지 그들이 하는 말이 하나 같이 시적이요 의미심장해 믿어지질 않는다.
자기 직업에 고뇌하다 은퇴한 젊은 킬러 장-피에르는 우연히 다시 만난 어릴 적 애인 미셸과의 사랑을 자기 구원의 방편으로 삼는다. 그런데 미셸이 범법자들이 노리는 정체불명의 서류가방을 훔치면서 장-피에르는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자기가 떠난 범죄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상황은 갈수록 악화한다. 성인용.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긴 주말’(The Long Weekend)

일 벌레로 섹스에 굶주린 젊은 광고회사 간부 에드는 48시간 내 광고 아이디어를 못 내면 해고당할 판이다. 이 때문에 머리를 앓고 있는 에드를 일에서 구해주겠다고 자진해 나서는 사람이 에드의 동생 쿠퍼.
쿠퍼는 형을 어떻게 해서든지 여자와 동침하게 하려고 작전을 짠다. 그래서 형을 싱글맘, 스트리퍼, 섹스에 굶주린 중년부인 등에게 소개해 주나 매번 불발로 끝난다. 에드는 이제 섹스와 직장에 모두 작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자기가 꿈에 그리던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에드는 어쩌면 내게도 운이 찾아와 섹스도 하고 직장에서도 쫓겨나지도 않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섹스 코미디는 TV 쇼 ‘미국의 웃기는 홈비디오’에 출품했으나 너무 노골적이어서 거부된 비디오 필름을 섞어 만들었다. R. 페어팩스(323-655-4010) 등.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에드워드 앨비의 연극을 ‘졸업’을 만든 마이크 니콜스가 영상화한 1966년산 흑백 명화로 부부였던 리처드 버튼과 리즈 테일러가 부부로 나와 뛰어난 연기를 한다. 부부가 서로 증오하면서 싸울 때는 원수보다 더 하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는 그 때만해도 스크린에서 사용 못하던 온갖 상소리가 나온다.
주인공은 대학 교수와 그의 삶에 지친 술꾼 아내. 이들이 사는 집에 젊은 부부가 방문을 하는데 교수와 그의 부인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죽기 살기로 싸움을 벌인다.
살이 찐 리즈가 몸과 마음을 다 풀어헤치고 막가파식 연기를 해 두번째 오스카상을 받았다. 버튼과 리즈의 영화 속 모습이 실제로 폭풍 같았던 부부관계를 보는 것 같다. 12일 하오 7시30분 아카데미 본부극장(310-247-3000 Ext. 11).

‘로빈 후드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 Hood·1938)


역대 모험영화 중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로빈 후드의 이야기. 사자왕 리처드가 십자군 전쟁에 나간 사이 왕권을 차지한 동생에 대항해 싸우는 셔우드 숲 속의 산 도둑 두목 로빈과 그의 부하들의 신나는 칼부림 액션 모험영화.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명화다.
로빈 후드로 멋쟁이 에롤 플린이 그를 사랑하는 매리온으로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가 그리고 왕으로는 클로드 레인즈 또 로빈의 적수로는 바질 래스본이 각기 나온다. 컬러와 음악도 일류다.(사진)
‘새벽아 머물러라’
(Hold Back the Dawn·1941)
미 멕시코 국경지대서 미 입국을 시도하는 유럽의 전직 볼룸댄서(샤를르 봐이에)와 사랑하게 되는 수줍은 미국인 여 교사(디 해빌랜드)의 로맨스 드라마. 16일(하오 7시30분) 카운티 뮤지엄극장 동시상영(323-857-6010).

‘오멘’(Omen)
1976년 그레고리 펙 주연으로 만들어진 악마의 자식에 관한 빅히트 공포영화(6월20일 DVD 출시)의 리메이크.
성경의 계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얘기로 머리에 짐승을 뜻하는 666 숫자가 새겨진 적그리스도가 악마로부터 직접 힘을 부여받고 지구에 거짓 왕국을 건설하려고 나타난다. 이는 아마게돈의 시작을 뜻하는데 이 적그리스도가 영화에서는 부잣집 외아들 데미안.
사산한 아기 대신 출산시 어머니가 죽은 아기를 아내에게 자신들의 아기라고 속이고 안겨준 미외교관 가족의 이야기.
주영 미대사로 부임한 남편과 아내의 5세난 아들 데미안을 둘러싸고 괴이하고 끔찍한 일들이 계속해 일어난다. 데미안의 보모는 목 매 자살하고 데미안의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2층서 떨어져 죽는다. R. 전지역.

‘창녀의 아들’(The Whore’s Son)

전 유고에서 비엔나로 이사온 어린 오즈렌과 그의 어머니 실비야는 페피가 운영하는 후진 사창가 2층에 사는데 실비야는 창녀로 돈을 번다. 9세난 오즈렌은 어머니가 웨이트리스인 줄로만 아는데도 길에 나가면 사람들이 자기에게 창녀의 아들이라고 욕을 하는 까닭을 몰라한다.
밤마다 집을 비우는 어머니 대신 오즈렌을 돌보는 사람들은 이모와 이모부. 이들은 오즈렌을 사랑해 사실을 숨긴다. 오즈렌은 자라면서 어머니의 직업도 알게 되고 이모로부터는 신에 관해 배운다.
그리고 이모부와 페피로부터는 세상과 창녀에 관해 배운다. 그런데 오즈렌이 16세가 되던 해 어머니가 집을 떠나버린다. 이제 오즈렌의 집념은 어머니를 찾는 것. 독일 영화.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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