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나간 예술 ‘거리로, 거리로’ 스트릿 아트

2006-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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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아트란?
한 때, ‘아메리카’라고 하면 청바지, 코카콜라, 그리고 로큰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특유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개방적인 문화가 본격적으로 생성되어 전파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로 수십 년이 지나면서 미국은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고, 스스로 만들었던 대중 문화가 다른 사회에서 새롭게 변형되어 되돌아오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단순했던 청바지는 각종 데님 패션을 낳았고, 코카콜라에는 레몬과 라임 맛이 더해졌으며, 로큰롤은 프로그레시브 록, 펑크 록 등을 거쳐 얼터너티브 록으로까지 변형되었다.
이와 같은 문화의 복합성을 대변하는 대중 문화의 한 장르로 길거리 아트를 들 수 있다. 스트릿 페인팅(Street Painting)으로도 불리는 이 표현 예술의 시조를 굳이 찾자면 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피어난 집시풍 떠돌이 화가들의 마돈나 상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길거리 예술가들이 각 지역 축제를 찾아다니면서 다양한 색조의 초크(chalk)를 사용하여 건물 벽이나 계단, 돌바닥 등에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그렸다는 것. 초크 아티스트들을 마도내로(Madonnaro)라고 부르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같은 마도내로의 전통은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중단되었다가 1980년대 유럽에서 다시 시작되어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도 대중 문화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예술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국한시키지 않고, 대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매체로 승화시키는 초크 아트 이외에도, 좀더 개인적이고 파격적인 형태의 길거리 미술로 그래피티 아트가 있다.
문명이 존재한 곳에는 어디에든 낙서가 존재했지만, 주목할 만한 최초의 그래피티는 로마나 폼페이 유적에 새겨진 글, 그림, 디자인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로마시대 때 정치적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공공장소 벽에 의미 있는 문구나 개인적 견해를 적어놓은 예가 뚜렷한 그래피티의 시조라고 할 수 있고, 그 후, 히틀러가 중산층을 선동하는 과정에서 낙서를 통해 나치의 상징 표시나 선전 문구 등을 남겨놓은 경우도 그래피티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 중반,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소외된 젊은이들이 갱(gang)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구역을 표시하기 시작하면서 각 갱 그룹의 이름을 일컫는 태그(tag), 그래피티를 남기는 개인을 지칭하는 태거(tagger)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이 때부터 그래피티는 공공시설물 파괴와 갱 표시라는 부정적 측면에서 일반인들에게 외면 당했고, 빌딩 소유주 및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도시 행정부는 태거들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당국은 특별반을 구성하여 그래피티가 남겨진 공공장소를 청소하고, 갱 소속 태거들은 청소된 벽을 골라 다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고양이와 쥐 식의 싸움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마침내 지역사회에서 특정 공간을 프리 월(Free Walls), 그래피티 월(Graffiti Walls), 그래피티 존(Graffiti Zones) 등 누구나 마음대로 낙서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하여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태거들은 차츰 다른 돌파구를 찾아 떠나거나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성향을 띤 합법적인 예술가로 탄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최근 10~20년 사이에는 그래피티 아트가 예술의 한 형태로 급부상했고, 아티스트들은 각 도시를 돌면서 스트릿 축제나 파티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아티스트보다는 태거임을 강조하는 부류들은 아직도 닉네임을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에 짧은 흔적을 남김으로써 언더그라운드 본연의 자세를 지킨다고 한다.
또한, 과거 갱 위주 그래피티가 전적으로 에어로설 스프레이 페인트에 의존했던데 비해, 최근 미술계의 진보적인 일부로부터 인정받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모자이크 타일, 스텐실, 스틱커, 윗페이스팅 등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개발하여 매번 새로운 스타일과 영역을 시도하고 있다.
아일랜드, 독일, 네델란드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래피티 아트를 ‘공공 예술’(Public Art)로 구분하여 미술의 한 장르로까지 간주해 왔으며, 미국에서도 로스앤젤레스, 뉴욕, 필라델피아 등의 대도시에서는 그래피티가 도시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맥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그래피티 벽화가 다수 모여 있는 지역은 다운타운, USC 근처, 사우스센트럴, 실버레이크, 패사디나, 이스트 LA(특히 보일하이츠 지역), 할리웃 및 웨스트 할리웃, 롱비치, 베니스 등. 특정 지역 및 벽화가 위치한 자세한 주소는 www.publicartinla.com/LA_ murals/ 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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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래피티 아트는 갱과 관련된 경우는 거의 없고, 그래피티를 하나의 예술적 표현행위로 여기는 태거들이 정식 허가를 받거나 특별히 지정된 공간에서만 작품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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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 아트계의 거장인 영국계 아티스트 줄리안 비버의 3D 코카콜라와 풀장. 실제 사물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인 입체감이 높이 평가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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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 아티스트들은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몇 주, 혹은 몇 개월 전부터 스케치와 재료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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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초크 아트 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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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패사디나 초크 페인팅 페스티벌에는 7만명 이상의 구경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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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크 아티스트들은 수제 파스텔 이외에도 페인트, 색조 모래, 유리, 씨앗, 테입, 스티커 등 다양한 소재로 최대한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길거리 미술을 가리키는 스트릿아트의 대명사인 초크 아트(Chalk Art)와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축제가 6월 중 남가주에서 각각 개최된다.

패사디나 초크 페인팅
페스티벌 2006
‘앱솔루트 초크 페스티벌’(Absolute Chalk Festival)이란 제목으로 1992년 시작된 이래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거리 예술 행사.
700여명의 초크 아티스트가 두 블럭에 달하는 보도를 이용하여 수제 파스텔, 페인트, 색조 모래, 유리, 씨앗 등 최대한 입체감을 살릴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다른 어떤 전시회에서도 볼 수 없는 대중성 있고 흥미로운 작품세계를 펼친다.
패사디나 올드타운과 시빅센터 근처 상가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다양한 상점이 인접해 있고, 축제 분위기에 어울리는 다문화적 음악과 음식이 준비되어 화려한 잔치를 벌일 예정.
또한, 일반인들을 위해 따로 마련되는 공간인 ‘초크랜드’에서는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그 자리에서 색 분필을 들고 자신만의 길바닥 예술을 시도할 수 있는데, 온 가족이 함께 해보면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 전환이 되기에 충분하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킷스페이스 뮤지엄에서 일일교사들이 나와 초크 아트의 기본을 설명해 주고 도와주는 시간도 계획되어 있다.
1990년대부터 북미에서 거리 예술 축제가 각광을 받게 됨에 따라 매년 초크 페스티벌을 찾는 방문객도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주말 이틀간 약 7만명의 엔젤리노들이 초크 아트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미루어 주최측은 올해 그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사 마지막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작품에 대한 시상식. 최우수 테크닉, 최우수 색상 등 평범한 상에서부터 유명 작품을 가장 멋지게 소화하여 재현한 작품, 가장 정열적이고 거침없는 작품, 가장 재미있는 작품, 가장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등에 대해 상이 주어진다.
Pasadena Chalk Painting Festival
장소: Paseo Colorado,
280 E. Colorado Blvd., Pasadena, CA 91101
(Marengo와 Los Robles Ave. 사이)
기간: 6월17~18일 주말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문의: (626)795-9100,
www.pasadenachalkfestival.com
웨스트코스트
그래피티 파티
벽화의 수도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그래피티와 힙합 팬들의 잔치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모임인 ‘50mm 로스앤젤레스’ 주최로 20~30명 남짓한 참가자들이 독특한 그래피티 벽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피티 파티의 특성상 장소는 당일 직전에 발표되는데, 기본적으로 6×12피트 크기의 캔버스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과 문구를 새기는 과정을 1,500~3,000명 관객이 구경하게 된다는 것.
아티스트들은 로스앤젤리스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전역과 뉴멕시코, 애리조나, 조지아, 뉴욕 등지에서 참가할 예정이다.
그래피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힙합 음악인만큼 유명 로컬 DJ가 믹싱과 커팅을 담당하게 되며, 그래피티 아트 및 힙합 관련 산업물품을 판매하는 부스와 음식 부스가 마련된다.

West Coast Graffiti Party
장소: 로스앤젤레스 시내(주소는 추후 웹사이트에서 발표)
날짜: 6월10일
시간: 오후 12시부터 5시
문의: www.50mmlosangele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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