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가 통해본 10대들의 재정플랜

2006-05-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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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재테크도 내손으로

면세혜택 529플랜 등
누구나 가입할수 있어

자녀 통장 만들어주고
경제 상식 심어주어야



요즘 한국에선 10대들도 주식투자를 한다고 할만큼 재테크의 열풍은 청소년들에게까지 불어닥쳤다. 한국 증시에서 수퍼 개미로 통하는 모 인사는 자신의 아들에게 9세 때부터 세뱃돈으로 토끼를 키워 팔게 하고 다시 그 돈을 종자돈으로 주식 투자하는 법을 가르쳐 중학생인 아들의 통장에 수천만원이 입금돼 있다고 하니 부자가 되는 것도 이제는 세습이 아닌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이처럼 극단적인 케이스는 드문데다 청소년들의 주식투자를 두고 한국사회에선 황금 만능주의가 동심을 물들게 하고 있다고 개탄하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을 키워주고 재테크의 기초를 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너도나도 돌쟁이 아이들을 위한 통장이며 학자금 펀드를 만들어주고 금융권에서도 키즈 상품을 개발하느라 고심중이다. 그러나 이제 중학생 혹은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당장 대학 학자금 마련부터 골머리를 싸매기 일쑤다. 재테크는 고사하고 어려서부터 학자금 마련을 시작한 것도 아닌 경우라면 당장 수년 내 큰 목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막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 등도 어떻게 관리시켜야 경제 관념이라는 걸 심어줄 수 있는지도 난감하다. 액사 어드바이저(Axa Advisors) 재정 상담가 새라 이씨가 대입을 목전에 둔 브라이언 김(16)군을 위해 맞춤 재정상담을 해줬다. 이를 통해 10대들의 재정 플랜에 대해 알아본다.


학자금 준비, 지금도 늦지 않았다

베벌리힐스 하이스쿨 10학년에 재학중인 브라이언 김군의 어머니 김옥주(44)씨는 올해 들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브라이언의 대학 입학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이렇다할 학자금 준비를 차근차근 해놓은 게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이 가고 싶어하는 동부 사립대학 등록금이 연 4만달러에 이른다고 해 처음엔 융자를 하면 되겠거니 했다”며 “그러나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들이 10만달러가 넘는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는 재정적 보조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대학 입학을 2년여 정도 남겨둔 현재 시점에서 재정 플랜이라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고민중이다.
그렇다고 늦었다고 한숨만 쉬고 있으면 안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새라 이씨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고교생 자녀들을 위한 재정 플랜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막연하게 학비 융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되겠지 하고 손놓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러나 10학년인 경우 대학 입학까지는 2년 정도 남았지만 대학 학자금 내는 시기는 그 뒤로도 4년을 더해야 하니까 결국 6년의 시간이 있는 셈이므로 당장 시작하면 그리 늦은 것만도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요즘은 대학원까지 진학하는 경우가 허다한 걸 감안하면 고교 때부터 학자금을 준비한다고 해도 6년 이상의 시간이 있는 셈이라 늦은 것만도 아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씨가 브라이언군을 위해 추천한 상품은 529 플랜(529 College Savings Plan). 가주 정부가 운영하는 529플랜은 5년간의 적립금을 한번에도 6만달러까지 한꺼번에 적립할 수 있어 학자금 준비가 늦은 학부모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최대 적립금은 연간 1만2,000달러까지며 사용 용도는 학비, 책값, 기숙사비 등으로 광범위한 것도 장점중 하나. 또 529 플랜의 가장 큰 매력은 세금 유예 및 면세 혜택이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가입자는 부모나 조부모로 할 수 있어 자녀가 성인이 돼서도 부모가 적립금을 운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자녀의 씀씀이에 대해서도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씨의 설명 후 김씨는 529플랜에 가입을 결정하고 월 500달러씩 적립하기로 했다.
김씨는 “학자금도 학자금이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살림을 따로 내주는 것만큼 돈이 든다고 들었다”며 “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돈을 불리는 게 낫고, 조금씩 저축해 목돈부담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테크, 경제 흐름 읽기가 첫걸음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청소년 재테크의 키워드는 바로 관심이다. 돈에 대해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 무조건 덮어놓고 재테크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고역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통장이나 저축상품 한 개쯤은 갖고 있는 미국인들과 달리 한인들은 2세들도 제대로 된 재정 플랜을 갖고 있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1세 부모님들이 대학 입학 때까지 혹은 입학 후에도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데다, 10대 때 파트타임조차 안 해본 이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일단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단 스스로 돈을 벌게 하고 그 돈을 주식투자든 저축 상품을 들것을 권한다. 그러면 자녀에게 ‘내 돈’이라는 개념을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매달 오는 투자 스테이트먼트를 통해 경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만약 자녀 이름으로 뮤추얼 펀드에 투자했다면 최근 어떤 주가 강세이고, 어떤 뉴스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경제 활동이야말로 가장 큰 스승인 셈이다.

<새라 이씨가 제안하는 청소년 재테크의 기초>
▲돈을 모으고자 하는 목적을 세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액수를 정한다.
▲하루에 저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액수를 정한다.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시간을 정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액수를 모으기 위한 이자율에 대해서도 계산해본다.
 
 
<재테크 브라이언 김>
평범해 보이는 고교생이지만 브라이언 군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알부자(?)다.
김군 이름으로 된 통장에 현금 1만5,000달러 정도가 저축돼 있으니 웬만한 성인들의 저축 액수에 비할 게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세뱃돈이며 용돈을 모으고, 좀더 커서는 크고 작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도 고스란히 통장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한창 갖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저축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확실한 돈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놀아도, 좀더 커서는 게임기가 또래 친구들에게 한창 인기를 끌 때도, 최근엔 mp3며 디지털 카메라 없으면 왕따 소리를 들어도 그는 통장에서 돈을 꺼내 쓰는 법도, 그렇다고 부모님께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유행 상품이란 건 그냥 지나가는 거죠. 지금 당장 갖고 싶겠지만 며칠만 생각해도 그 생각이 시들해지거든요.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별로 갖고 싶은 게 없어져요.”
어른들도 이기기 쉽지 않은 ‘지름신’이 그에게는 이렇게 비껴간다. 그런 그가 최근엔 주식투자며 부동산 투자에도 눈을 돌렸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과는 달리 별도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수강하면서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부쩍 더 자랐다.
한번은 그 클래스에 솔로몬 바니스 부사장이 초대돼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김군이 질의응답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물어본 질문은 “수수료 없이 내 저금통장의 70%쯤을 주식투자에 넣어 줄 수 있겠냐”는 당돌한 것이었다. 아직까지 그 문제에 관해 그 부사장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김군은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모의투자도 해보고 경제 뉴스도 꼼꼼히 챙겨 읽는 등 재테크 공부에 한창 빠져 있다.
게다가 요즘은 가지고 있는 종자돈으로 타주에 있는 작은 집이라도 한 채 사놓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도 하는 등 부동산 투자에도 한눈(?)을 팔고 있다고. 이 날도 새라씨에게 주식투자와 관련해, 요즘 시장과 관련해 궁금한 걸 질문하느라 쉴 새가 없었다.
최근까지도 학부 전공을 못 정했던 그이지만 클래스 수강 이후엔 비즈니스를 전공해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야심 만만한 포부도 갖고 있다. 어쩌면 십 수년 뒤 이름 앞에 밀리언에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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