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6-05-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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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Lemming)
★★★(5개 만점)

손님 초대한 그날부터 악몽은 시작

으스스한 공포영상에 블랙 유머 믹스
5년 전 찢어질듯 팽팽한 긴장감을 지닌 스릴러 ‘해리 같은 친구’를 감독한 프랑스의 도미니크 몰이 만든 스릴러로 심리 스릴러와 귀신 이야기를 섞은 기이한 영화다. 관객을 매우 혼란시키는 영화로 작품에 대한 해석은 구구각색일 수 있는데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흥미 있을 수도 있고 또는 기피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을 희롱하는 매우 특이한 영화다.
프랑스 남부 한적한 교외 벨에어에 사는 젊은 부부 알랑(로랑 뤼카)과 베네딕(샬롯 강스부르)의 잉꼬부부 생활은 알랑의 회사 사장 부부 리샤르(앙드레 뒤솔리에)와 알리스(샬롯 램플링)의 저녁 방문으로 완전히 악몽으로 변하게 된다.
알랑은 리모트 컨트롤로 조종하는 작은 비행감시 카메라의 디자이너. 그가 리샤르 부부를 초청한 날 밤 이상한 일이 생긴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타난 리샤르와 산송장 같은 알리스는 식탁에 앉자마자 다툰다. 밤에 실내에서 검은 안경을 쓰고 있는 알리스가 남편을 힐난하면서 포도주를 남자의 얼굴에 들어붓는 바람에 저녁식사는 일찍 끝난다.
그날 밤 잠이 안 오는 알랑이 막힌 싱크를 수리하는데 파이프 안에서 쥐 모양의 작은 동물이 나온다. 이 동물이 집단자살을 한다는 레밍. 그런데 스칸디나비아에만 사는 레밍이 어떻게 프랑스까지 왔을까. 레밍은 과연 무엇의 전조이며 상징일까.
이튿날 밤늦게 회사서 일하는 알랑에게 알리스가 성적 유혹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알랑 집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이 사건 뒤로 알랑은 환영과 환상에 시달리고 베네딕은 전연 다른 여자처럼 행동한다.
으스스하고 검은 유머가 있는 초자연적 스릴러인데 지적 놀음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다소 도가 지나쳐 감독은 제가 판 함정에 빠진 셈. 보고 듣는 것이 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데 과연 베네딕은 베네딕이며 알리스는 알리스인가. 램플링이 차가운 연기를 잘 한다.
성인용. 뮤직홀(9036 윌셔).


‘이창’(The Rear Window·1954)

맨해턴 아파트에 사는 사진작가(제임스 스튜어트)가 다리 골절상으로 휠체어에 앉아 이웃 아파트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면서 남편의 아내 살인사건을 앉아서 풀어나간다.
‘엿보기’ 영화의 걸작으로 스튜어트의 애인인 모델로 나오는 금발의 그레이스 켈리의 화려한 의상과 모습이 매력 만점.
스튜어트의 가정부로 나오는 텔마 리터의 연기가 좋다. 컬러 촬영이 눈부시다. 히치콕의 명화.

‘하이 눈’(High Noon·1952)

상영시간 85분과 이야기가 진행되는 실제시간을 같게 만들어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간 걸작 흑백 웨스턴. 막 결혼하고 보안관직을 사임, 마을을 떠나려는 게리 쿠퍼에게 그가 잡아 실형을 살게 한 총잡이가 졸개들을 이끌고 복수하러 온다는 전달이 날아든다. 그레이스 켈리 공연. 26일(하오 7시30분) 카운티 뮤지

‘호박 먹는 사람’(The Pumpkin Eater·1964)

감정적으로 분출구가 막힌 상류계급 여인이 계속해 아이를 낳아 모두 8명을 갖게 된다.
이 일로 남편은 머리가 돌 지경인데 아내는 세번째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혼이라는 것의 정체를 가차없이 파헤친 영국 영화로 아내 역의 앤 밴크로프트가 칸 영화제 주연상을 탔다. 피터 핀치 공연.

‘꼭대기의 방’
(Room at the Top·1959)


돈 없고 고독할 때 만난 중년의 애인(시몬 시뇨레)과 자기 회사 사장의 딸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 기회주의자 남자의 드라마. 시뇨레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가슴 아픈 걸작 사실주의 영국 드라마.(사진)
26일(하오 7시30분) 이집션(6712 할리웃) 동시상영.

‘죽은 남자의 신발’(Dead Man’s Shoes)
★★★

동생 괴롭힌 동네 깡패에 피의 복수극

‘지푸라가 개’와 ‘택시 운전사’를 연상케 하는 영국산 유혈폭력이 자심한 복수극으로 주연 패디 콘시딘이 연기를 잘 하지만 무의미한 폭력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늘 자기 고향 미들랜즈를 무대로 영화를 만드는 영국의 괴짜감독 셰인 메도우즈의 작품. 코미디, 복수극, 유혈 폭력극에 형제애와 깡패들의 얘기, 게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엉뚱한 속죄의 얘기까지 하고 있다.
군대를 제대한 리처드(콘시딘)가 고향에 돌아와 정신장애자인 동생 앤소니를 괴롭힌 동네 건달들을 차례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얘기다. 리처드와 앤소니는 동네 주변 헛간에서 살면서 복수를 시작하는데 동네에 “앤소니의 형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앤소니를 못살게 군 두목 소니를 비롯한 다 큰 아이들 같은 건달들은 공포에 떤다.
리처드는 개스매스크를 쓰고 느닷없이 이들 건달들 앞에 나타나 일단 겁을 준 뒤 하나씩 온갖 흉기를 사용해 살해하기 시작한다. 살육이 진행되면서 조야한 흑백 필름으로 건달들이 앤소니를 괴롭히는 장면들이 회상된다.
얘기는 살육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5일간의 챕터로 진행되는데 막상 살인이 자행되기 전 다음에 누구가 어떻게 살해될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 사실 살인 폭력보다는 그것이 자행되기 전 건달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에서 차라리 스릴을 느끼게 된다.
여기 나오는 건달들은 술, 마약, 욕설을 밥먹듯 하고 내뱉는 인간 지스러기들이지만 뼈 속까지 사악한 인간들은 아니다. 그래서 리처드의 복수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가서 과연 앤소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밝혀지고 복수를 끝낸 리처드는 용서와 속죄를 동시에 하는데 피비린내 나는 영화로선 어울리지가 않는 처리다. 화면이 매우 칙칙하다. 유혈과 폭력을 즐기는 사람들 용으로 상영시간이 86분밖에 안 된다.
성인용. 선셋 5(323-848-3500).

‘덤보’(Dumbo·1941)

자기 몸 만한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 덤보가 쥐 친구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는 디즈니의 매력적이요 흥미만점의 만화영화. 특히 분홍빛 코끼리들의 꿈 장면이 재미있다. 오스카 음악상 수상.
디즈니는 이 영화개봉 65주년과 함께 할리웃에 있는 엘 캐피탄 극장 개관 80주년을 맞아 새 프린트를 디지털 방식으로 영사한다.
이 영화와 함께 26분짜리 단편 ‘위니 더 푸와 꿀나무’(Winnie the Pooh and the Honey Tree)도 상영한다.
그리고 영화 상영 전 위니 더 푸가 무대에 나와 쇼를 한다. ‘덤보’는 오는 6월6일 DVD로 출시된다.
디즈니는 영화 상영과 함께 엘 캐피탄 옆의 상점에서 기념품과 아이스크림 등도 판매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시도록 권한다. 주소 6838 할리웃. 1-800-Disney 6

‘샤이닝’(Shining·1980)

스티븐 킹의 초현실적 스릴러 소설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시즌이 지난 계절에 산 속에 홀로 선 휴양지 호텔을 돌보는 일을 맡은 소설가가 호텔에 묵으면서 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소설가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호텔에 묵으며 글을 쓰나 온갖 환상에 시달리며 광기가 돌면서 가족을 살해하려고 한다. 잭 니콜슨이 광인 연기를 거의 코믹하게 무섭게 해낸다.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1987)


큐브릭이 감독한 뛰어난 베트남전 영화. 전반부는 해병 신병훈련소의 혹독한 훈련 장면 그리고 후반부는 베트남 전을 묘사했다. 28~30일 뉴베벌리 시네마(323-938-4038) 동시상영.

‘삶의 질’(Quality of Life) ★★★½

샌프란시스코의 게토 미션 디스트릭에서 손에 든 카메라로 찍은 장래 없는 두 청년의 삶을 사실적이요 가식 없이 생생하게 묘사한 힘찬 독립영화다. 포효하는 짐승의 에너지를 갖춘 실감 나는 작품으로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훌륭하다.
모두 20세인 마이키와 커티스는 페인트공인 커티스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죽마고우.
둘은 낮에는 페인트를 하고 밤에는 건물의 벽과 간판과 주차한 트럭에 낙서화를 그리는 것이 낙이다. 둘의 그림 솜씨는 프로급.
둘은 낙서하다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받은 뒤 각기 제 갈 길로 간다. 어떻게 해서든 자기 재질을 살려 정상적으로 살아보려는 커티스와 반대로 동거녀까지 있는 마이키는 마약과 범죄에 빠진다. 그리고 비극이 벌어진다.
성인용. 페어팩스(323-655-4010).

‘카비테’(Cavite) ★★★

돈 몇푼 안 들이고 게릴라식으로 찍은 인디 영화로 독특한 테러리즘 스릴러다. 주인공 한 사람이 시종일관 필리핀의 마닐라 인근 소도시 카비트를 테러리스트의 전화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보여주는 이 국가의 참혹한 소시민들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샌디에고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청년 애담에게 필리핀의 가족으로부터 부친 사망 소식이 날아든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애담의 셀폰으로 스산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애담의 가족을 납치했으니 전화 지시대로 따르라고 명령한다. 납치 증거로 애담의 누나의 잘린 손가락이 전달된다.
이 때부터 애담은 테러리스트들의 작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그는 카비테의 빈민가의 주택과 오염된 늪과 갱들이 들끓는 뒷골목을 통과하며 셀폰의 지시를 이행하는데 가면 갈수록 이상한 지시가 내린다.
성인용. 6월1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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