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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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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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못하는 직원을 내보내야 할 때

<문> 외국인 직원 중에 한 명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마음에 안 들어서 파면시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일을 못해서 파면한다고 말하면 감정이 상할까 봐, 한국 손님들이 한국말 하는 직원을 선호한다고 설명하고 사직시키려고 합니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까요?
<답> 놀랍게도 캘리포니아에는 이중언어를 쓰는 직원을 선호하는 것에 대한 판례가 많지 않습니다.
10여년 전에 LA카운티와 보호관찰사(Probation Officer) 노조 사이에 스페인어를 쓸 줄 아는 직원을 선호하는 문제로 고등법원까지 간 적이 있었습니다.
LA카운티에서는 감옥에서 출감한 사람들을 담당하는 직업상 스페인어를 하는 보호관찰사가 필요하다는 게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고등법원에서는 대규모 감원을 할 때 연륜이 짧지만 스페인어를 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연륜이 더 많지만 스페인어를 못하는 직원에게 특혜를 적게 줘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해직 이유 명시할 의무는 없어

지금 질문하신 분은 직원을 해직할 때 꼭 이유를 명시해야 하는 것으로 아시는 것 같군요. 여러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캘리포니아 노동법에서는 특별한 고용 계약이 있거나 노조 계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한, 특별한 상황이 없이 그냥 구두로 계약한 고용인은 At-Will Employee로 간주됩니다.
얼마 전에 고용주 한 분이 비서들이 하도 들락날락 한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그 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년 동안 회사를 못 그만 두게 하는 계약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런 계약을 하게 되면 그 종업원을 아주 일 못한다는 물증 증거 없이 함부로 파면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계약을 하면 고용인 입장에서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셈이죠.
At-Will Employment가 기본이라고 해도, 잘 알다시피 고용인은 종업원의 성별, 나이(40세 이상), 신체장애, 종교, 국적, 인종, 동성연애자, 임신(여자의 경우), 상해 때문에 고용, 승진, 파면을 할 때 차별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수퍼마켓에서 한인 캐시어를 남미 출신 캐시어보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더 준다면 그건 불법행위이죠. 하지만 직장 업무를 하는데 이중언어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해서 한국어 하는 직원을 선호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죠.


한국어 구사와 한인 선호는 달라

비슷한 예로 어 다르고 아 다르듯이, 한국어(언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과 한국 사람(인종) 종업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데는 큰 차이가 있죠.
법은 그렇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중언어를 하는 직원이 필요하더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도 차별 당한다고 느껴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종업원의 업적이 맘에 안 드실 때는 그 사람 마음 상할까 봐 “We need a Korean-speaking bilingual employee”라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런 설명을 안하고 그냥 내보내는 게 좋습니다. 또는 “We are not pleased with your performance”라고 말하는 게 낫습니다.
우리는 한국어 하는 직원이 필요해서 너를 내보낸다고 하는 것보다 인종차별 한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적을 것 같군요.
물론 파면하는 이유를 명시 안 했다고 해서 고소를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요. 파면 당한 직원이 나중에 자기가 있던 자리에 한인이 새로 고용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인종차별 당했다고 나중에 고소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직만 인종차별 한다는 오해를 유발하는 이유는 써서 도움될 게 없다는 말입니다.

파면할 경우 모든 보상 지급해야

또 파면할 경우는 마지막 일하는 날 그동안 직원이 번 임금, 유급휴가 보상비(vacation pay), 오버타임(overtime) 등을 모두 결산해서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밀린 날짜만큼 계산해서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직원을 파면하기 전에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와 꼭 상의하라고 권고 드리고 싶군요.


린다 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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