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지도 짜지도 꾸밈없어 매력적인 맛

2006-05-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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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렌타 (Polenta)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

따뜻할 때 치즈와 섞어 요리하면 맛 내기 쉬워
야채·육류·생선의 사이드 디시로도 잘 어울려


동서양의 음식문화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곡물음식의 요리법 등을 알아보면 왕래가 없었던 머나먼 거리나 판이하게 다른 문화와는 상관없이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될때가 있는데 반갑고 신기하기도 하여 재미있다. 옥수수죽 하면 가난이 떠오를 정도로 옛날 배고프던 시절 끼니를 이었다는 옥수수 죽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알고 있는데 서양에도 폴렌타(Polenta)라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과 같은 음식이 있다.
예로부터 그래왔고 요즘도 매일 먹는 에브리데이 푸드라고 할만큼 육류, 생선, 치즈, 야채 등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면서 조용하게 주요리의 맛을 받침 해주는 사이드 디시로 또는 메인 디시로 여기저기 두루 어울릴 수 있다.
폴렌타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시베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지와 멕시코 음식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는 북부 이탈리아 지방의 주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말린 노랑이나 흰 옥수수를 가루내어 만드는데 지역에 따라 굵은입자, 중간, 아주 고운 입자로 원하는 질감으로 갈아 만든다. 원래는 시골에서 먹던 농부의 음식으로 서민들이 먹는 소박하고 검소한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약간 고급 음식으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종류의 폴렌타 요리가 레스토랑에서 서브되고 있으며 수퍼마켓에서도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커다란 구리 솥에서 물과 옥수수 가루를 넣어 저어가면서 익히는 방법으로 보통 1시간이 넘는 노동을 요하는 대표적인 슬로 푸드였으나 오늘날 그런 단점을 보완하여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음식으로 발전되었다.
이미 익혀진 폴렌타를 튜브에 담아 이탈리아 현지에서 뿐 아니라 미국 어느 곳의 마켓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요리잡지 등을 통하여 현대적인 재료들과 혼합하여 단 7분만에 요리를 끝낼 수 있는 방법 등이 알려지면서 농부의 음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맛의 요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폴렌타의 맛에는 꾸밈이 없다. 요즘 음식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를 넘어서는 단맛이나 기름진 느끼함이 없다. 그래서 썩 맛이 없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입 속에서 씹히는 흥미로운 텍스처나 딱히 뭐라 표현하기 힘든 달지도 짜지도 그리 고소하지도 않은 그 맛이 이상하게도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매력 있는 음식이다.
일반적으로는 부드러운 느낌 그대로 따뜻할 때 치즈와 섞어 요리하는 것이 가장 맛내기가 쉽고 잘 알려진 방법이며, 토마토 소스나 흔히 화이트 소스라고 하는 베차멜 소스와도 아주 맛있다. 야채, 육류, 생선요리의 사이드 디시로도 잘 어울리는데 토마토 소스에서 익힌 맛있는 소시지와 따끈한 폴렌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늘 그리워하는 겨울 요리라고 한다. 이미 익혀진 폴렌타를 사다가 네모지게 잘라 갈색이 돌 때까지 기름에 튀겨도 맛있고 작은 조각으로 오븐에 구워내 치즈나 토마토 소스를 올려 먹어도 좋다.

야채 폴렌타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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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잘게 썬 양파 1/2컵 , 벨페퍼 1/2컵, 이탈리안 스타일 토마토 1캔, 가지 깍둑 썬것 2컵, 호박 깍둑 썬것 1컵, 폴렌타 1튜브, 소금 1/2 작은술, 후추 1/4 작은술, 파머잔 치즈 2큰술, 모자렐라 치즈 3/4컵, 다진 파슬리 1/4컵.
▲만들기: 오븐은 375도로 예열해둔다. 12인치 넌스틱 팬에 쿠킹 스프레이를 뿌리고 중/강 불에서 양파와 벨페퍼를 2분 정도 볶는다. 가지와 호박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하여 3-4분 정도 볶아서 익힌다. 물기를 제거한 토마토를 넣고 스푼으로 부셔준다.
불을 낮추고 3분 정도 더 익힌다. 직사각형 베이킹 디시(11×7×1 1/2 inches)에 쿠킹 스프레이를 뿌리고 폴렌타를 1/4인치 두께로 잘라 베이킹 디시의 바닥에 놓아주면서 빈틈을 메워 채우고 파머잔 치즈를 뿌린다. 스푼으로 야채 익힌 것을 편편하게 놓고 호일로 덮어서 오븐에서 30분 굽는다.
모자렐라와 파슬리를 뿌려 호일을 빼고 15분 굽는다. 5분 식혔다가 서브한다.

폴렌타 카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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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폴렌타 튜브, 소시지, 토마토 소스, 치즈
▲만들기: 오븐은 350도로 예열해둔다. 폴렌타를 얇게 썰어 버터를 살짝 바른 그릇에 놓는다. 얇게 썬 소시지를 올리고 오븐에서 20분 굽는다. 폴렌타가 굳어지고 소시지도 먹기 좋게 익으면 꺼내어 토마토 소스와 치즈 등을 올려낸다. 소시지 대신 크리미한 버섯볶음, 야채, 햄등 좋아하는 타핑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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