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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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의 건축 칼럼/ 자녀방 꾸미기

2006-05-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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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방은 침실이자 도서실이자 놀이터입니다. 놀고, 잠자고, 공부하고, 과제도 만들고, 친구까지 초대하는 아이들의 방을 잘 꾸민다는 것은 그래서 어른들의 방 이상으로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아이들의 방을 꾸밀 때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다 갖추게 하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단계적인 계획을 세워서 한가지씩 순서대로, 아이의 연령대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 부모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개략적인 전체의 그림은 미리 잡아놓는 것이 나중에 필요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끼워 넣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입니다.

준비작업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꿈이 있습니다. 일단 그것을 존중하는 자세로 들어주고 받아적어 놓습니다. 전체적인 색상 배합과 가구의 종류, 기능 등의 사안에 대해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합니다. 그런 후에 아이들에게 일종의 시장조사를 시키는 것이 좋은데, 주로 친구들의 방을 둘러보고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싫은지를 파악하면 나중에 의견 차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단계별 실행
먼저 기본 색상을 정합니다. 대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상들은 연보라, 연분홍, 하늘색 등 몇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색상 샘플(Color Swatch)이 있다면 따로 뽑아두면 좋습니다. 몇일 지나서 아이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그 색상을 선호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테스트입니다.
그런 후에 전체적인 방의 주제와 테마 등을 논의합니다. 남자 아이의 경우에는 야구나 자동차 경주,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궁전이나 동화의 나라 같은 전형적인 테마들이 있지만 지나친 테마 위주로 꾸미면 금새 싫증을 내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구, 침대를 포함하여 방 안에 들여놓을 모든 물건의 리스트를 확정짓습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가구를 함께 고른다면 아이들에게 경제 감각을 키워주는 교육 효과까지 있습니
다.


가구(Furnishings)
가구는 내구재에 속하므로 가급적 ‘기본에 충실한 것’ 을 고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가구, 좋은 품질의 튼튼한 제품은 건강한 양육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 가구의 수명이란 최소한 가정용 승용차의 수명과 그 정도가 비교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명(Lighting)
적당히 지나쳐 버리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아이들 방의 조명입니다. 좋은 조명은 아이들의 시력을 보호해줄 뿐 아니라 정성껏 꾸며놓은 예쁜 실내장식을 돋보이게 해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방은 동시에 침실이기도 하기 때문에 천정의 조명 외에 침대 옆에 램프(night stand)를 하나 구비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자기 전에 책을 읽을 때, 또는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를 생각해 높이 조절이 가능한 것이 바람직합니다. 탁상용 램프의 경우는 보통 왼편에, 자녀가 왼손잡이라면 오른쪽에 놓습니다.

마무리 단장(Finish & Decoration)
액세서리와 포스터 등으로 방을 장식하는 테코레이션 과정은 방 단장 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시간입니다. 아이와 함께 그간의 고생과 노력을 뿌듯한 결과로 보상하며 마음껏 즐깁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율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작고 개인적인 물건들, 추억을 살려주는 기념품들로 방을 꾸민다면 아이들의 정서가 더욱 풍부하고 안정됩니다. 핀업 보드(Pin Up Board, 핀으로 사진이나 편지 등을 꽂아두는 게시판)처럼 항상 바뀔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는 것도 그때그때 바뀌는 아이들의 취향을 흡수해 줄 수 있는 센스 있는 설치물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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