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범수의 선교하는 삶 파푸아뉴기니에서 온 편지 (2)

2006-04-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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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치과 사역을 위해 다른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 검게 그을린 피부, 맨발의 홍선교사가 60마력의 자그마한 보트를 접안시켰다. 이 보트는 한 교인의 헌금으로 장만된 것이다. 날씨가 어둡다. 흐린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음날은 날씨가 더 나빠진다고 하여 강행하기로 했다. 선착장이 없으니 허벅지까지 빠지며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치과치료용 무거운 기재들과 약품 등을 날랐다.
“자자, 다 실었으니 이제 탑시다! 배가 기울지 않게 가운데로 앉으세요!” 한가운데로 나갈수록 바다 색깔이 검다.
30분 정도 갔을까?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하늘이 캄캄하다. 파도가 높아진다. 배 안으로 거침없이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홍선교사는 배 안에 있던 그릇으로 물을 퍼낸다. 오오 하나님! 집처럼 높은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다음 순간 쿵 하고 떨어진다. 겁이 나지만 사명을 마치기까지 무사히 지켜주실 하나님을 신뢰했다. 일행 모두 기도 소리가 높다. 저쪽 멀리 희미하게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살았다.
입은 옷을 벗어 물을 짠 뒤에 다시 걸쳐 입었다. 덜덜 떨리는 몸을 모닥불에 대충 말리고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 마을 교회에서 치과 사역을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만다라어로 더빙한 ‘예수’ 영화를 상영했는데 모두들 열심히 심각하게 영화를 보았다.
이들은 대체로 입 속이 붉은 색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 성분을 가진 브와이라는 빨간색 열매를 씹기 때문이다. 또한 어금니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거의 평면으로 매끄럽다. 어렸을 적부터 산호초 가루를 씹어서 모두 마모되었다. 아픈 이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까의 괴로움이 보람으로 느껴진다. 나를 이 일에 사용하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다보니 마음에는 감사가 넘친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 데 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이번에 새로 번역된 만다라어 성경책과 찬송가 집은 지금 타바섬 여러 교회에서 앞다투어 가져다가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의 형식은 들어왔지만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예배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신앙은 성숙되지 못했고 여전히 주술과 병,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던 타바섬 사람들의 얼굴에 변화가 일어났다.
주일학교에서는 만다라어 교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4년 전부터는 번역된 마가복음으로 성경공부가 시작되었는데 3개월만에 한 마을 전체가 성경공부에 참여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무술과 험담으로 날을 보내던 사람들의 삶이 바뀌어 마을 어디에 가나 일하며 짬짬이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타바섬 주민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마을에 대형 안테나가 세워져서 네 개의 섬 주민들이 만다라어로 된 찬양을 함께 들으며 성경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는 소망이 그것이다. 현재 이를 위하여 해외 여러 사람들의 기도와 물질적 도움이 필요하다.
홍 선교사 부부는 ‘선교란 고난을 겪는 일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일’ 이라고 말한다. 현재 신약의 60퍼센트가 점검되었고 서신서들도 곧 자문위원 점검에 들어가면 약 3년 뒤에는 신약성경이 완역될 것으로 보인다.
홍선교사 가족은 자신들의 귀한 옥합을 깨어 그분 발아래 올려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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