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본 브로크백 마운틴

2006-03-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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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형 그리고 9세짜리 에니스는 산길을 걷다가 골짜기에 쓰러져 죽은 남자를 발견한다. 두 남자가 같이 살던 사람 중에 하나인데 누구인가가 죽였다는 것이다. 몹시 두려운 일이었다.
어느새 성인이 되고 결혼을 앞둔 에니스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치는 일을 하게 되고 그때 일을 같이 시작한 사람이 잭이다. 말없이 일에 열중하던 두 사람은 두 주일이 지나서야 자기 소개를 하게 되고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된다.
몹시 추웠던 밤, 추위를 피해 두 사람이 한 텐트에 들면서 에니스는 자신이 게이인 것을 발견하고 몹시 두려워한다. 그러나 두려운 게이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고 두 사람의 사랑은 짙어만 간다. 게이이기 때문에 직장을 잃게 되자 게이 사랑이 두려운 에니스는 사랑하는 잭을 남긴 채 약속한 여자와 가정을 이루고 두 딸을 두게 된다.
잭도 마찬가지로 자기를 따르는 여자와 결혼하여 아들이 있다. 이렇게 삼사 년을 보낸 후, 두 사람은 일년에 한 두 번씩 피싱 파트너로 다시 사랑을 나누게 된다. 물론 두 가정이 평탄할 리가 없다. 에니스가 이혼을 하고 가족 부양의 책임을 이행하는 얼빠진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잭은 에니스에 대한 사랑을 억제 못하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다가 죽임을 당한다.
이렇게 20년간의 두 사람의 두려운 사랑은 끝이 난다. 이것이 올해 영화계의 큰상을 거머쥔 브로크백 마운틴’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퓰리처상을 받은 애니 푸루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게이의 전형적인 속성과 사랑, 또 그에 이어지는 가족들의 생활을 면면히 보여준 작품이다.
브로크 백 산에서 있었던 두 카우보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도 되지만 게이에게 결혼했던 두 여인의 악몽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빠의 이야기도 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삶을 사는 게이 아들의 죽음을 보는 불행한 부모의 이야기도 된다.
미국 의학계는 게이가 병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발표했다. 성 정체를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리고 영화계뿐만 아니라 곳곳에 게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그러나 자신이 아는 것 이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편견으로 게이를 전인적으로 보기 전에 게이의 성 정체성만 부각시키기 때문에 우선 거부감부터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앙리 감독은 감독상의 영광을 이미 죽은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돌린다는 말을 했다. 60년대에 있었던 이 슬픈 이야기는 게이이기 때문에 자신이 두렵고 무서워서 숨어 사는 게이 청소년들에게 이어질 수도 있다.
인구의 8-10%를 차지한다는 동성애를 느끼는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정서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진을 빼고 불안하고 행복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약자가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게이인 자신이 싫어서 마약이나 자살까지도 쉽게 하는 청소년을 내 편견 때문에 눈을 감고 있을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도울 것인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아이의 성 정체성은 어머니와 선생님이 제일 먼저 안다고 한다. 좀더 커서 자신의 성 취향으로 고민이 될 때는 종교 지도자를 찾고 자신이 심한 불안에 처할 때 경찰의 도움을 기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어머니와 선생님, 종교 지도자와 경찰이 동성애자들을 도울 기회가 가장 많다. 그래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고 싫어도 사랑하는 자녀, 제자 또 교인 또 시민의 자유를 위해서 부모님 선생님 목사님 또 경찰들의 책임이 크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로자 팍스의 버스 좌석 사건이 있은 지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국무총리는 흑인여성이다. 시대는 변한다.
버스까지 백인과 동승할 수 없었던 흑인이, 또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여성이 국무총리가 되기까지는 닥터 킹을 위시한 흑인 지도자들의 인권 운동과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형제들, 예일대학의 교수와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를 담임하셨던 코핀 박사 등 수많은 흑인이 아닌,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레타 킹 여사의 장례식에서 “모두가 자유로워질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는 케네디 상원 의원의 연설이 우리 마음속에 와 닿을 때 우리의 동성애 자녀들, 제자들, 교인들 또 시민들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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