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원골 추어탕

2006-03-08 (수)
크게 작게
남원골 추어탕

피코 블러버드에 자리잡고 있는 남원골 추어탕.

남원골 추어탕

다진 고추, 다진 마늘, 들깨, 산초가루 등 추어탕을 맛있게 해주는 양념들.

으슬으슬할 때 먹으면 거뜬한‘보양식’

기운 없을 때 혹은 커다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먹으면 왠지 모를 활기를 북돋워 주는 특별한 음식인 소울 푸드. 누구에게나 소울 푸드가 있게 마련인데, 특별하고 비싼 재료로 만든 고급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투박하지만 엄마가
차려주는 듯한 평범한 음식을 먹고 힘을 얻는 경우도 있으니
사람마다 찾는 소울 푸드는 각기 다른 입맛만큼 가지각색이다.


샌디에고서 직접 기른 미꾸라지 사용
전라도식 요리법으로 비린내 없고 구수
추어 조림·청국장도 타민족에 큰 인기


피코 블러버드를 따라 가다보면 눈에 띄는 남원골 추어탕은 에너지와 힘을 주는 소울 푸드가 자연스레 연상되는 곳이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면서 감기가 걸릴 듯 말듯 한 어떤 날, 뜨끈뜨끈하게 끓인 추어탕 한 그릇을 먹었더니 온몸이 따뜻해지고 땀도 나면서 한결 가뿐해진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조금만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자연스레 남원골 추어탕을 찾게 되니 기자에겐 이곳의 추어탕이 자연스레 소울 푸드가 되어 버렸다.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이 몸에 좋은 보양 메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맛깔스레 끓여 내기란 쉽지 않은 음식이다. 특히 잘못 끓이면 미꾸라지 특유의 흙 냄새에 비릿한 맛까지 나 영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원골 추어탕은 추어탕으로 유명한 전라도 남원에서 집안 대대로 20년 이상 추어탕 전문 식당을 운영한 제니 최 사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 맛이 남다르다.

HSPACE=5

뚝배기에 서브되는 추어탕에 부추와 깻잎을 듬뿍 넣어 먹으면 더욱 향긋한 추어탕이 된다.


우선 깨끗이 손질한 미꾸라지를 물에 푹 삶아 뼈와 살코기를 일일이 손으로 발라내고 뼈는 믹서기에 넣어 곱게 간다. 미꾸라지 삶은 국물에 발라둔 살과 갈아둔 뼈를 넣고 푹 끓이다 배추 우거지, 호박잎, 대파 등을 넣어 구수한 맛이 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전라도식 추어탕이 완성된다.
뜨끈뜨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커다란 뚝배기에 서브되는 남원골 추어탕은 먹기 전에 줄기 깻잎과 부추를 듬뿍 넣어 뜨거운 국물에 한번 휘저은 후 먹으면 향긋하면서도 아삭하게 씹히는 야채와 국물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는 추어탕이 된다. 여기에 다진 마늘, 잘게 다진 붉은 고추와 풋고추를 넣은 다음 고소한 맛이 나는 통 들깨와 감칠맛을 더해주는 산초를 조금 넣으면 완벽한 추어탕을 즐길 수 있다.
또 한가지, 추어탕의 맛을 좌우하는 미꾸라지는 냉동으로 타지에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직접 운영하는 샌디에고 농장에서 양식으로 길러 공수해오고, 배추, 부추, 줄기 깻잎, 고추 등 추어탕의 맛을 더해주는 각종 야채 또한 농장에서 무공해로 기른 것들이라니 이쯤 되면 몸에 좋은 건강식을 따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겠다.

HSPACE=5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맛있는 양념에 조려낸 추어조림도 인기다.


이밖에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생선 조림처럼 달착지근한 양념에 무를 넣어 조려낸 추어 조림도 잃어버린 입맛과 원기를 보호해주는 음식으로 그만이다. 향긋한 줄기 깻잎과 함께 양념에 조려진 미꾸라지를 통째로 먹는 것인데, 뼈가 좀 딱딱하므로 천천히 잘 씹어 먹어야 한다.
전라도식으로 구수하게 끓여낸 청국장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인기 메뉴인데, 진한 국물에 듬뿍 든 콩을 한 숟갈 떠 밥에 쓱쓱 비벼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피코점 외에 다운타운 점에서도 추어탕을 맛볼 수 있는데 이곳에는 한인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멕시칸 등의 다양한 타민족들이 주고객이며 특히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추어탕, 추어조림, 청국장 등 메인 요리와 함께 서브되는 밑반찬들도 모두 맛깔스러워 밥 한 공기 비우는 건 정말 시간문제다. 주소 3623 Pico Blvd. LA.
전화 피코점 (323)733-5700
다운타운점 (213)747-5701

<글·사진 성민정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