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씨앗

2006-02-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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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마을에는 겨울씨앗들이 발아되어 벌판이 온통 고추냉이 여린 순들이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씨앗을 한날에 뿌린 것처럼 빈틈없이 자라 올라옵니다.
주변을 보면 고추냉이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에 아욱의 원래 조상인 풀과 밀의 원 조상 격인 풀들도 올라오지만 고추냉이가 이 계절에는 단연 으뜸입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도 씨앗은 자기의 근본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우리 사는 세상도 이와 같아서 미움을 심으면 미움의 싹이 일정한 조건이 되면 자라나고 원망의 씨앗을 심으면 그것이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에서 자라납니다. 물론 사랑의 씨앗을 심으면 사랑의 씨앗이 올라오겠지요.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은 씨앗도 중요하고 땅도 중요하고 기후와 계절도 중요하지만 겨울에는 겨울 씨앗이 눈을 떠서 겨울풀이 자라고 봄에는 봄 씨앗이, 여름, 그리고 가을에는 가을씨앗이 움이 터서 가을풀이 자라난다는 말이고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기쁨의 씨앗을 뿌리면 일정한 조건이 주어지면 기쁨의 씨앗이 눈을 떠서 기쁨의 싹이 자라서 기쁨을 결실 한다는 것이지요.
열대지방의 씨앗을 북극지방에 뿌린다고 씨앗이 발아되어 싹이 나오는 건 아니지요.
내 자신에게 뿌리든지 다른 사람에게 뿌리든지 좋은 씨앗을 뿌릴 일입니다. 미움의 씨앗을 내게 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뿌리면 때가 되면 엄청난 씨앗과 열매들을 결실하게 될텐데 자칫 자기가 뿌린 씨앗으로 인해 자기와 다른 사람들도 감당 못할 수도 있기에 우리 인생에 좋은 씨앗을 구별하여 심는 건 좋은 농부들이 할 일입니다.
씨앗을 심을 때도 어디에다 심느냐 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미움의 씨앗을 심으면 그것이 어떤 사람의 속에서 자라서 열매맺고 그것이 내게로 되돌아와 내가 결국에는 감당하지도 못할 미움의 씨앗을 수확하게 됩니다.
씨앗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새해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어떤 씨앗을 심을까요? 우리 인생에 어떤 결실을 하길 원한다면 어떤 씨앗을 심을지는 명확한 일입니다.
덕과 사랑을 심는 한해 되시길 빕니다. 그리고 좋은 씨앗은 먼저 자기 자신에게 심고 수확해 봐야 할 것입니다. 농부가 자기가 심어보지 않은 씨앗을 심으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부부간에, 가족간에, 형제자매간에, 그리고 이웃간에 좋은 씨앗을 뿌리는 폭이 넓어지길 빌겠습니다.

조규백(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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