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이 식을 때 어떻게 하나?

2006-0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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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었지! 난 니가 이런 여잔 줄 정말 몰랐다.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냐? 그렇게 상냥하고 부드럽더니. 너 그때 연극했니? 나하고 결혼할려고?” 남편의 말.

“당신은 어떻고. 연애할 땐 그렇게 자상한 체하고 잘하더니 결혼하자마자 사람이 그렇게 싹 변할 수가 있어요? 정말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구? 정말 기가 막혀! 사랑한다고? 결혼만 해주면 뭐-ㄹ 어떻게 해준다고? 다 잊어버렸지 자기!. 자기가 다한다며. 근데 이게 뭐예요? 당신한테 나라는 여자가 아직 살아있기나 한거에요?” 아내의 대꾸.

사랑이 다 식었댄다. 부부들의 대화속에서 얼마나 자주 나오는 말들인가? “무엇에 홀렸었나? 저게 뭐가 좋다고!” “정말 내 눈에 콩깍지가 꼈었나? 아니면 저게 연극을 잘했나?”하는 질문들. 누구한테 무엇에 속았었나? 내가 내 뇌세포에서 쏟아진 사랑분자(PEA, 도파민, 노르에피네피린 사랑 칵테일, 1/28일자 칼럼 참작)들에 취해 나 스스로도 내가 사랑이 굉장히 많은 사람처럼 행동했었고, 내 애인도 내가 좋아하는 행동들만 하는 사람인 것처럼 착각해서 보아 놓고는 “니가 나를 속였다”고 화를 내지 않는가?
내 눈에 콩깍지 씌웠던 사랑의 칵테일이 평소 때의 정상 양으로 돌아오니까 나도 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또 내 배우자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예뻐 보였던 것도,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이젠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랑이 다 식었구나”하고 한숨이 깊이 내려 쉬어지는 순간들. 이런 순간이 결혼한 모든 부부에게는 언젠가는 꼭 다가오게 되어있다.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이 과정이 한 부부가 진짜 사랑의 관계로 들어가기 위한 필수단계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야 한다.
나를 자동적으로 로맨틱하게 행동하게 했던 그 사랑분자들은 3-4년이 지나면 예외 없이 그 강도가 약해지는 시간의 제한성 있는 뇌 세포의 활동임을 모든 부부는 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걸 몰라서 어떤 사람들은 두 사이가 ‘맹맹해’지면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려서 그 사랑의 느낌을 다시 찾아가는 사랑의 칵테일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밖에 몰래 애인을 두고 살든지 아니면 3~5년마다 이혼하고 재혼하고 또 이혼하고 또 재혼하며 마침내는 진짜 사랑의 관계를 한번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채 인생을 씁쓸하게 종말 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 이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다음 문장을 큰 소리내서 외쳐보자. “왔구나 그 시각이! 이제부턴 내 사랑을 내 삶의 실력으로 적극적으로 키워서 진짜 사랑을 짜릿 짜릿 경험하며 살리라!”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이때는 ‘갈라서’야 하는 때가 아니다. 내 삶의 실력, 사랑할 수 있는 힘,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 마음을 전달하는 대화기법, 책임감, 성실함, 순결을 유지하는 힘, 사랑표현의 다양성 등등으로 로맨스의 엷은 사랑을 더 깊고 더 굵게, 더 신뢰하고 더 기대게, 더 바라보고 싶게,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풍성하게 둘의 로맨스를 깊고 넓은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때부터 모든 부부는 ‘제정신으로’ ‘진정으로 사랑’의 첫 발걸음을 비로소 떼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랑의 첫 발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내 삶의 실력을 점검하고 개발시키기 시작할 때) 내가 신경을 가장 많이 써야하는 것은 ‘저 사람’이 아니고 ‘나’이다. 이때부턴 내 평소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따뜻한 사람으로, 차가운 사람이었으면 차가운 사람으로, 분노가 많은 사람이었으면 매사에 화를 내는 모습으로, 까다로운 사람이었으면 매사에 따지는 모습으로, 욕을 잘하던 사람은 욕쟁이로, 술로 스트레스 풀던 사람은 술 주정꾼으로, 사랑 표현하는 모습을 많이 배우고 컸으면 사랑스런 모습으로… 등등의 각자의 본래의 모습이 나타나 보이게 된다.
이때 비로소 나의 속 사람의 진짜 모습을 나도 보고 배우자도 보게 된다. 내 진짜 모습은 타고난 성격과, 부모님으로부터 배워온 모습과, 치유 받지 못한 과거의 상처의 결정체이다. 앞으로 나의 모습을 어떻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바꾸고 사랑의 관계를 어떻게 생동감 있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3주마다 연재할 계획이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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