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홀한 그 맛에 빠져볼까? 발사믹 비니거

2006-0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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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음식점에 가면 올리브 오일에 몇방울 떨어뜨려 빵을 찍어먹는 발사믹 비니거. 기품있는 검갈색의 색상과 식초답게 새콤하지만 깊은 단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큼하게 기분전환까지 되는 이 맛과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발사믹 비니거는 이탈리아의 모데나(Modena)와 레지오(Reggio) 지역에서만 만들어지고 있다. 발사믹(Balsamic)의 뜻은 소나무의 송진과 같은 찐득함과 형용하기 힘든 향기로운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뜻해서 유래했다고 한다.


달고 흰 포도로 만드는 식초로 제조법 와인과 흡사
빵을 찍어 먹거나 드링크서 디저트 요리까지 사용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처음 만들어 진 것은 10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독일의 황제 엔리코(Enrico) 3세에게 선물을 하면서 널리 전해졌다고 한다. 중세에는 소독약으로 사용되었으며 식도의 염증이나 출산의 고통에 아주 좋은 기적의 치료제로 통했었다.
발사믹 비니거는 포도로 만드는 식초인 만큼 그 만드는 방법이 와인과 흡사하다. 만들 때는 달고 흰 포도 종류인 트레비아노(Trebbiano grape)를 가장 많이 사용하며 포도이외의 어떤 재료도 첨가되지 않은 채 농축, 숙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처음에 일단 포도를 으깨어 즙을 낸 후, 그 즙을 끓여서 시럽의 형태로 만든다. 포도즙은 구리로 만든 가마솥에서 아주 천천히 익혀지고 액체상태의 용액이 50%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낸다. 그 결과물을 나무로 만든 긴 원형의 통으로 옮겨 담고 숙성된 발사믹 비니거를 섞어줌으로써 효모와 박테리아를 침투시켜 산성화되는 과정을 진행시킨다.
처음 담아두었던 통에서 일년이 지난후 이 식초는 각기 다른 나무통으로 옮겨지게 되는데 이때 독특한 향기를 각기 다른 종류의 나무로부터 얻게 된다.
식초를 숙성시킬 수 있는 통으로 적합한 나무로 인정받은 것은 참나무(oak), 체리나무(cherry), 밤나무(chestnut), 뽕나무(mulberry), 향나무(Juniper)와 물푸레나무(Ash)가 있다.
발사믹 비니거는 숙성된 기간에 따라 ‘Traditional Balsamic Vinegar’ 와 간단히 ‘Balsamic’ 으로 불리는 것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전자가 후자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면서 비교할수 없는 맛의 월등함을 지니고 있다.
6개월에서 1년 되는 것은 나무통이 아닌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탱크에 보관되었다가 제품화되고, 2~5년 나무통에서 숙성된 것이 Young, 6~12년이 Middle이며, 일단 12년을 넘긴 상품만을 Traditional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25년에서 150년 이상의 것도 있는데 25년을 넘긴 것은 Extra vecchio로 표기한다.
오랜 시간을 지나 숙성의 과정을 거쳐 병에 담겨지기 전에는 발사믹 비니거로서의 질적 평가를 거쳐야 하는 다음 4가지의 항목이 있다. 첫째, 밝고 깨끗한 짙은 갈색을 띄었는가. 둘째, 시럽정도의 묽기로 되어있는가. 셋째, 사용되어진 나무통의 향이 배어있는가. 넷째, 달고 신맛의 조화가 잘 되어있는가 하는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와인처럼 섬세하게 자연과 시간을 빌려 만들어진 황홀한 식초. 맛을 테스트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빵을 찍어 먹지만 이를 응용한 아주 다양한 요리 방법이 많이 있다. 갈증을 없애주는 시원한 드링크부터 애피타이저, 샐러드, 메인 디시에 디저트까지 쓰이지 못할 곳이 없을 정도이다.
요리에 사용할 때 아주 값비싸고 오래된 발사믹 비니거는 극소량만을 사용하여도 맛과 향을 돋우기에 충분하고 ,끓이거나 조리는 등의 요리에 사용할 때는 오랜 숙성기간을 거치지 않은 값이 저렴한 발사믹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쉽고 간편하게 발사믹 식초의 감미로움을 맛볼 수 있는 레서피를 소개한다.


■ 발사믹 비니거 딸기 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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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여러종류의 베리 1컵, 발사믹 비니거 4큰술, 흑설탕 2큰술
▲만들기: 딸기는 깨끗이 씻어서 수분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둔다. 발사믹 비니거와 설탕을 섞어 잘 버무려 냉장고에서 차게 보관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얹어내면 훌륭한 디저트로 손색이 없고 쇼트브레드, 파운드 케이크 등에 얹어내도 아주 좋다. 설탕의 양을 기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 발사믹 스테이크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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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스테이용 소고기 2개, 발사믹 비니거 1컵, 레드와인 1/2컵, 버터 2큰술, 밀가루 1큰술, 새싹 채소.
▲만들기: 팬에 발사믹 비니거와 레드와인을 넣고 20분정도 끓여서 1/5의 양으로 졸인다. 버터와 밀가루를 잘 섞어 위의 소스에 넣어 잘 저어준 다음 불에서 내린다. 쇠고기는 소금 후추로 밑간, 앞뒤로 잘 구워낸다. 쇠고기를 잘라 접시에 담고 야채를 얹은 후 소스를 뿌려낸다.


■ 발사믹 복숭아 조림을 얹은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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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복숭아 1 1/2개, 발사믹 비니거 5큰술, 설탕 2큰술, 버터 1큰술
▲만들기: 팬에 발사믹 비니거 5큰술과 설탕 2큰술, 버터 1큰술을 넣고 바글바글 끓이다가 복숭아 잘라놓은 것을 넣어 굴려가며 소스를 묻힌다.
각종 야채를 담은 볼에 프로슈토와 함께 곁들여 낸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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