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청난 부동산 웹사이트가 나타났다”

2006-02-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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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매매관련 정보... 온라인으로 집 구매까지...

부동산 웹사이트 2개가 온라인으로 부동산을 사고 파는 방식을 바꿔 놓을수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 개통된 http://zillow.com은 소비자들에게 웬만한 에이전트들보다 더 정확한 부동산 매매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그보다 작은 사이트인 www.redfin.com은 지난 주부터 부동산업계를 더 발칵 뒤집을 수 있는 새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집 사는 과정을 자동화 시켜 놓은 것이다.

■ zillow.com
특정 주택 가격 무료산정
에이전트 해오던 일 ‘대행’
■ www.redfin.com
구매과정 온라인 자동화
수수료는 단 1%만 받아


현재는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질로우다. 3200만달러의 벤처 투자로 자금을 확보한데다 사장 릭 바튼이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서 관심있는 부동산에 관해 서치하면 과거 판매가격과 전국의 6,000만채가 넘는 주거용 부동산중 비슷한 규모인 주택의 가격등 퍼블릭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가 보여주지 않는 정보들이 모두 뜬다. 아울러 그 집의 가격 동향도 주가시세표처럼 보여준다.
질로우에는 집의 가치를 무료로 측정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제스티메이트’ 라 불리는 이 서비스로 이제까지 부동산 에이전트가 해온 제일가는 기능을 대신하려는 이 사이트는 ‘전국리얼터협회’가 운영하는 Realtor.com, ‘하우스밸류스’ 소유인 HomePages.com 같은 부동산 웹사이트들과 달리 사용자를 에이전트와 연결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과거 ‘익스피디아’나 ‘트래블로시티’ 같은 웹사이트가 트래블 에이전트의 비지니스를 방해했던 것처럼 질로우도 연간 600억달러의 커미션을 챙기는 자기들의 비지니스를 위협하는 온라인 혁명의 첫걸음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에이전트들이 많지만 바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보통 부동산 가격의 6%가 조금 안되며 바이어와 셀러의 에이전트가 나눠 갖는 커미션을 떼어 가져가려는 것이 아니라 광고로 사이트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미국내 거의 모든 도시에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이므로 충분히 광고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바튼은 말한다.
그러나 질로우의 풍부한 자금력은 이미 부동산 리스팅과 인터랙티브 지도, 기타 데이타를 함께 제공하는 온라인 회사들사이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리스팅으로 시작해 이후 15개 도시로 확장된 PropertyShark.com 같은 사이트의 경우 벤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질로우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 프로퍼티샤크의 경우 외부 자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질로우보다 재력이 든든하지는 않지만 에이전트의 일을 더 많이 빼앗아 올 것은 레드핀이다. 시애틀 지역 리스팅 지도를 다른 데이타, 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이 사이트는 지난 주에 사이트 방문자가 부동산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는 기능을 추가시켰다.
그렇다고 그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사실 레드핀 자체가 부동산 중개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사이트에서 구매입찰에 필요한 서식이 자동 생성되고, 구매자에게는 보통 3%인 구매자측 에이전트 몫 커미션의 3분의 2에 대한 환불이 이루어진다. 레드핀은 그러니까 구매자측 에이전트로서 1%의 커미션만 챙기는 것이다.
레드핀은 리스팅마다 얼마를 절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 시애틀의 퀸앤 디스트릭트에서 69만9,000달러에 팔리는 집이라면 1만3,98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바이어는 에스크로를 닫을 때 받는 그 돈을 다운페이먼트로 쓸 수도 있고, 셀러에게 주는 조건으로 집값을 흥정할 수도 있다.
건물에 대한 설명 바로 밑에는 ‘구경’과 ‘구매’라고 쓰인 2개의 단추가 있다. ‘구경’ 단추를 누르면 집을 한번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되고, ‘구매’ 단추를 누르면 ‘오퍼’에 필요한 서식이 생성되는 온라인 양식으로 안내된다.
레드핀의 대표이사인 글렌 켈먼은 “에이전트를 대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2%를 벌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애틀의 매드로나 벤처 그룹이 대부분을 투자한 125만달러로 운영되고 있는 레드핀은 타도시로 확충하기 위해 추가 자금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부동산 사이트들은 집을 살 임자를 찾아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부동산 에이전트의 비지니스를 조금씩 잘라내고 있다. 사실 웹은 이미 에이전트와 고객간 첫 만남을 대신하고 있다. 최근 전국리얼터협회 조사에 따르면 주택구매자의 77%는 인터넷에서 매물을 찾고 있으며, 어떤 집에 대해 인터넷에서 처음 알았다는 사람이 24%로 2004년 조사때의 15%보다 더 많아졌다.
질로우의 바튼은 에이전트의 역할이나 자신의 사이트가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부동산 중개인을 원하지만, 중개인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그는 요즘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고객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몇 채의 집을 비교해보고 싶은 사람은 질로우에서 집값에 반영되지 않은 리모델링의 가치 추산등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에이전트들은 자기가 고객의 부동산 거래에 어떤 가치를 더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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