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2006-02-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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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화해로 표출하는 패션

우리의 마음속에는 자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자아는 내 자신도 느끼지 못하게 외부로 표출되고 그것은 타인에게 보여지게 됩니다. 타인이 나를 보는 순간 아름다운 느낌을 가진다면 그것은 사랑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면의 자아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면 스스로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불신을 해소하고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자아를 찾게 되고 타인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옷을 입는다 해도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고 사랑의 자아를 찾지 못한다면
그 옷은 빛을 발할 수 없습니다.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다면 스스로를 혐오하고, 불안해하며,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감정에서 발산되는 자아의 느낌은 타인에게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갖게 합니다. 또한 자신감을 잃게 되고 무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타인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원초적 본능의 일부분입니다. ‘내가 아름다우면 사랑 받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나는 아름답다’ 이 두 가지 얘기를 놓고 볼 때 역시 우선하는 것은 사랑의 자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친 한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직장에서 주는 많지 않은 장학금으로 단기간 디자인을 배웠던 단정한 외모의 착실한 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꽤나 이름 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처음 그녀를 접하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소화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진전이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그것은 학업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무언가 마음속에 맺혀 있는 응어리가 있는 것 같았고 그것이 그녀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그녀가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도 없고, 그 이전에 학업을 계속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마음을 터놓고 어려움을 얘기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아닌 친언니와 동생 같은 마음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그녀의 가슴속에 맺혀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한참 어리광을 부리고 사랑을 받을 나이인 8세에 부모님을 여의고 남동생과 함께 할머니 댁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엄격하고 냉정했던 할머니는 어린 그녀가 아이로서 할 수 있는 실수나 잘못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캄캄한 옷장 속에 가두고 문을 잠갔던 것입니다. 비좁고 어두운 옷장 속에서 그녀는 부모님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원망도 하며 두려움에 떨면서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수 없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그녀는 옷장에 갇히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괴롭고 무섭다는 생각에 실수나 잘못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먹은 마음은 그녀를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모험심이나 탐구욕이 없어진 무기력한 도피자로 만들어버린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 후 그녀와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고 용서와 화해, 사랑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얼마가 흐른 후 그녀는 할머니를 용서하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늦게나마 편안한 안식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마음을 바꾼 후 처음 생각대로 뛰어난 미적 감각을 발휘하며 아름답고 멋진 디자인을 창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 스스로 사랑의 자아를 찾은 결과였습니다.
사랑하던 남편 알버트 공과 20년을 함께 하던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런던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알버트 공만 생각하며 검은 옷을 입었고 그것이 시대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나고 빅토리아 여왕은 런던으로 돌아오며 그 때는 하얀 색의 옷이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복귀에 대한 기쁨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랑의 자아를 만드는 것이 희망을 만드는 것이며 희망을 만드는 것이 행복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과의 화해를 시작하고 자신을 아름답다고 칭찬하십시오. 다시 정리해 본 옷장 안에 리플이 달린 블라우스나 드레스가 있다면 사랑의 자아를 회복한 자신을 위해 입어봅시다.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화려하고 엘리건트한 분위기를 느껴 보십시오.


소니아 김 www.academyofcouture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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