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족 넘어 비욘드 바디족 뜬다

2006-02-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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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족 넘어 비욘드 바디족 뜬다

박연화씨

웰빙족 넘어 비욘드 바디족 뜬다

▲ 비욘드 바디족인 박연화씨가 자주 들르는 라치몬트의 블루윈드에서 아로마 테라피 기능을 갖고 있는 캔들을 구경하고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니 탱자가 됐다고 했던가. 웰빙이 21세기 상업주의의 물결을 건너니 속물스럽게도 웰 루킹(well looking)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내 몸이, 내 가족이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웰빙족처럼 사는 흉내만이 만연하다. 그뿐인가. 웰빙은 이제 있는 사람들의 사치품처럼 변질돼 버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귤인 줄 알고 탱자를 손에 집어든 이들이 귤 찾기에 나섰다. 이름하여 ‘비욘드 바디’(beyond body) 족이 그들이다.
웰빙보다 더 생소한 비욘드 바디족은 한마디로 겉치레뿐인 웰빙을 거부하며 진정한 웰빙을 체득하며 살겠다는 이들이다. 말 뜻 그대로 풀이하자면 육체를 넘어선 이들이다. 육체를 넘어선다? 무슨 선문답처럼 들리겠지만 이들은 물질주의와 상업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탈피해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도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
물론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만도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웰빙도 아닌 비욘드 바디족이라니. 그러나 너무 상심하지 말길. 조금만 노력하면, 조금만 신경 쓰면 비욘드 바디족 되기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이 신인류들의 이야기다. 거기다 부상으로 건강한 정신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한번쯤 귀기울여 볼 만하지 않은가. 

진정한 비욘드 바디족

박연화씨


5년전 입문, 석달만에
사이즈 12~14서 4로 감량

주3회이상 요가·명상
유기농 음식으로 소식

긍정적 마인드 유지노력

외유내강. 딱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밤 8시가 넘어 피자 한쪽에 맹물을 시켜놓고 피곤한 기색 없이 어려운 질문에도 열변을 토하는 것에서 이미 짐작했지만 그는 말이 필요 없는 걸어다니는 비욘드 바디족의 모범답안이다.
현재 아시안 아메리칸 약물남용 자활센터(AADAP Inc)에서 약물중독 환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상담 일을 하는 박연화(32)씨.
5년 전 사이즈 12~14까지 입던 그녀가 3개월만에 요가와 명상, 식이요법으로 사이즈 4로 가뿐하게 감량하면서 비욘드 바디족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3회 이상은 요가와 명상을 하고, 가능한 유기농 음식으로 소식을 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굳이 비욘드 바디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진 않아요. 체중감량을 위해 처음엔 운동과 식이요법이라는 육체를 위한 웰빙을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사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직업이 매일매일 몇 차례씩 마약이나 약물 중독자들과 그 가족들의 상담 일이라 그 자신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시어른들까지 모시는 결혼 1년차 새내기 주부이다 보니 몸도 마음도 분주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직장 일과 가사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가 방어벽을 만들었다. 일단 아침시간을 여유 있게 보내기로 한 것이다. 오전 9시 출근시간에 쫓기지 않기 위해 아예 자택인 발렌시아에서 아침 6시30분에 출발한다. 아침식사는 사무실과 가까운 LA 라치몬트에서 해결한다.
“프리웨이를 운전할 때 보면 많은 이들이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로 차안에서 허겁지겁 아침식사를 때우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미 첫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안고 시작하는 셈이죠. 그래서 차라리 아침잠을 줄이는 게 그 스트레스보다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교통체증에 밀려 정체돼있거나 신호에 걸렸을 때는 팔을 이용한 간단한 요가동작으로 근육을 풀어줍니다.

처음엔 참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하루를 훨씬 즐겁게 시작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먹고, 입고, 생각하는 것에 계획표를 세워놓고 사는 원칙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연화씨는 비욘드 바디족이든, 웰빙 라이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든, 거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웰빙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면 비욘드 바디족은 그조차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즉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반드시 유기농 음식만 먹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면 그건 이미 웰빙이 아니지요. 만약 그렇다면 과감히 운동을, 유기농 식단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한번은 5년 넘게 해오던 운동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3개월만에 사이즈 10을 줄여 24 피트니스 센터에서 강사로 초빙할 만큼 운동 예찬론자였던 박씨에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동안 일 때문에 운동을 며칠 못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불가피한 상황이긴 했지만 일하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하더라고요. 그 순간 내가 운동에 중독된 상황이라는 걸 알았죠. 사람들은 흔히 좋은 것엔 중독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중독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조절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내리 한 달간 운동을 작파했다. 그러고 나니 평상심이 찾아 오더란다. 몸도 마음도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돼 즐기는 생활, 연화씨가 말하는 진정한 비욘드 바디 라이프이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박연화씨가 제안하는 이렇게 하면 나도 비욘드 바디족

①하루에 한번쯤은 반드시 명상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②너무 격렬하지 않은 요가나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한다.
③정신적 멘토(mentor·스승)를 갖고 있다. 직장 내 동료가 됐든, 학교 선후배, 교회 지인 등 자신의 일을 믿고 상의할 만한 사람이 있다.
④소식을 하고 가능한 유기농 음식을 섭취한다.
⑤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을 알고 있다.

◇비욘드 바디족을 위한 생활용품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샤핑 장소로는 단연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와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을 꼽는다. 이곳에선 유기농 식품류는 물론 유기농 화장품과, 건강식품, 생활용품까지 샤핑할 수 있어 비욘드 바디족이 가장 애용하는 샤핑장소다.
이곳에서 한번쯤 구입할 만한 브랜드론 아발론(Avalon). 천연 유기농 100%로 샴푸에서 에센스까지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아발론 라벤더 제품은 이미 매니아가 형성돼 있을 만큼 인기. 이외에도 환경을 생각한 홈메이드 비누와 각종 천연 비타민, 건강 보조식품도 판매한다. 무엇보다 아발론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대부분의 제품을 4~20달러 안팎에서 구입 가능하다.
또 비욘드 바디족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단연 양초. 이미 웰빙 열풍과 함께 한인들에게도 익숙한 아로마 캔들은 최근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향) 아로마 오일을 태우는 것으로까지 진화했다. 아로마 캔들은 캔들 전문점 외에도 록시땅(L’Occitane)이나 아베다(Aveda) 등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하는 전문점을 방문하면 믿을 만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라치몬트나 3가와 베벌리 블러버드 사이 로벗슨 길에 가면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구할 수 있다.
특히 패리스 힐튼과 린지 로한 등 할리웃 스타들의 단골가게인 인튜이션(Intuition)에 들러보면 특이한 바디용품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린티와 장미 잎으로 제조한 입욕제, 족욕제에서부터 건강 슬리퍼, 베개 속에 넣는 아로마 향주머니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또 천연 허브만을 이용해 만든 브랜드인 카이(Kai) 제품도 이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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