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킹목사 후계자는 부인 코레타여사

2006-01-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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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목사 후계자는 부인 코레타여사

킹목사 부인 코레타여사.

남편에 대한 악성 루머 참으며 비폭력 사회개혁운동 전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애틀랜타의 마틴 루터 킹 기념관에 들어서면 이색적인 글과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킹 목사 부부가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화 앞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사진인데 그 옆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나의 아내 코리는 나보다 강했다. 그녀는 가장 어두운 순간 항상 빛을 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침착하면서도 요새처럼 굳건한 나의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민권운동의 가장 험준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코리는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마틴 루터 킹이 이 세상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2명 있었다. 첫번째는 마하트마 간디고 두번째는 자신의 아내인 코레타 킹이었다. 킹 목사에게는 두 사람 모두 정신적인 지주였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로자 팍스 여사로 인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흑인들의 버스 승차거부 운동이 일어났을 때 마침 킹은 몽고메리의 ‘덱스터’라는 보잘것없는 교회의 담임목사였다. 흑인 청년들이 찾아와 킹에게 데모 대열에 참가해 줄 것을 부탁했을 때 킹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너무나 어려운 시련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민권운동 하는 흑인들은 피살되는 경우가 많았고 최소한 감옥행은 각오해야 했었다. 킹도 겁이 났다. 며칠 동안 참여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부인 코레타가 “비겁한 목사가 되느니 차라리 교회를 떠나자”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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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기념관 정문에는 영화 ‘ROOTS’의 킨타쿤테 탄생장면이 흑인의 뿌리를 상징하는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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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뜰에 있는 간디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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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내에 전시된 몽고메리 민권대행진 밀납 인형들. 킹목사가 부인에게 등을 떠밀려 이행진에 참여한 것이 민권운동의 시작이었다.


68년 4월 킹 목사가 피살되었을 때 코레타 여사는 누구보다 의젓한 자세로 이 비극을 받아 들였으며 다음해 ‘마틴 루터 킹 기념관’ 설립을 추진했다. 이 기념관은 국립공원 당국에서 ‘사적 유적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사실상 킹 목사 가족들이 운영권을 갖고 있다. 코레타 여사는 이 기념관 내에 ‘비폭력 사회개혁운동 본부’를 설치하고 킹 목사의 정신을 미국인, 특히 흑인 2세들에게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코레타 여사가 가장 참기 힘들었던 순간은 KKK의 가족살해 위협이 아니라 남편의 여성문제 고백이었다. FBI가 당시 킹 목사의 침실에서 일어난 여자 관계를 녹음해 언론에 흘리자 킹 목사는 부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킹 목사와 잠자리를 같이 한 여성 중에는 코레타 여사의 친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너무 쇼크를 받은 나머지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한다. 후일 킹 목사와 가장 친했던 랠프 애버내시 목사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킹 목사의 섹스 스캔들을 폭로하자(98년 1월19일자 뉴스위크지 보도) 코레타 여사는 남편의 이미지를 방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이런 종류의 문제에 너무 신경을 써 결국 중풍까지 맞는 비극을 겪었다. 지금 그녀는 부분적인 신체마비 증상을 앓고 있다.
킹 목사 암살범은 제임스 얼 레이로 밝혀졌지만 흑인들 대다수는 아직도 그의 단독범행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사건 당일 왜 킹에게 배치되었던 8명의 경찰관 경호가 1명으로 줄어들었는가. 처음에는 모텔 1층에 묵으려 했는데 누가 3층으로 바꾸었나. 군대에서 형편없는 사격수였던 얼레이가 어떻게 단 한발로 킹 목사를 명중시킬 수 있었나. 사건 후 얼레이는 두달 동안 세계여행을 했는데 형무소에서 막 석방된 그가 무슨 돈으로 호화판 여행을 할 수 있었나. 모든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와 수행 능력인데 얼레이는 인종차별주의자이기는 하지만 킹 목사를 암살할 정도의 증오는 품지 않았다. 그리고 이같은 치밀한 범죄를 어떻게 얼레이가 혼자 기획할 수 있겠는가 등등 수많은 수수께끼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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